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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퇴근보다 좋다는 '이 시간'…통계로 본 한국인 24시간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한국인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또 24시간 어떤 삶을 살며 그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보여주는 대규모 조사가 5년 만에 실시됐다고요.

<기자>

네. 1999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분 단위로 쪼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2014년이랑 비교하는 거죠.

최근 5년 동안 나타난 변화의 특징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아주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삶의 질이 여러 가지 면에서 좀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요새 사는 게 팍팍한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나는 더 힘들어졌다' 속상하실 분들도 많을 거 같아 좀 죄송한데요, 그래도 10살 이상 2만 7천 명을 대표로 분석해 봤거든요.

이 사람들이 1년에 3번에 걸쳐서 이틀씩 자신의 하루 생활을 10분 단위로 기록해서 냈고요. 면접조사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평균적인 추세는 일단 삶의 여유가 전보다 있더라는 겁니다. 코로나 대유행 전인 작년에 구조적인 변화를 다각도에서 봤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일단 5년 전보다 한국인이 더 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잘 시간도 부족하기로 유명했던 바쁜 사람들인데 드디어 하루 평균 수면이 8시간을 넘겼습니다.

8시간 12분입니다. 5년 전보다 13분이 늘었습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하루 수면이 8시간이 못 되는 게 우리랑 일본뿐이었는데 이제 8시간은 채웁니다.

지금 친절한 경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은 한국인 중에서도 일찍 일어나서 모이를 찾는 부지런한 새 얼리버드입니다.

평일 평균 기상 시간은 아침 6시 55분, 오늘(31일) 같은 금요일은 6시 57분입니다. 5년 전보다 4~5분씩 늦춰졌습니다.

<앵커>

최근에 정착된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것도 좀 변화에 한몫을 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좀 많이 줄어들었나요?

<기자>

네.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 시간이 실제로 평균 11분 줄었습니다. 그리고 근로도 근로지만 학습 시간도 많이 줄었습니다.

고등학생은 5년 전보다 50분이 줄었고요. 초등학생이랑 중학생도 30~40분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에 수면 시간은 공부 시간 줄어든 거의 절반 정도씩 늘어난 편입니다.

아이들이 좀 더 충분히 자고 있다는 거 이건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전체적으로 학습 시간이 줄어든 면면을 뜯어보면 학교에서의 학습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특히 고등학생은 보충이나 자율 학습 포함해서 평일의 학교 학습 시간이 평균 2시간 1분이 줄어든 반면에 학교 외에서의 학습 시간은 55분이 늘었습니다.

학교의 시간이 줄면서 밖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고 있는데 학교 시간이 줄어든 만큼 늘지는 않은 상태, 이렇게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통계에서는 그것까지 보이지는 않지만요. 같은 고등학생이라도 학교에서의 공통 학습 시간이 줄어든 만큼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그 외의 시간에 사람 따라 큰 차이가 생기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앵커>

일하는 시간이랑 공부하는 시간이 다 줄었으면 여가 시간이 좀 늘어나야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요?

<기자>

네. 여가는 평균 2분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한국인이 자는 시간을 늘리고 외모나 건강관리 하는 시간 늘린 거에 비하면 감소 폭이 훨씬 작습니다. 일과 공부가 줄어든 게 일단은 여가보다는 그쪽으로 많이 나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좀 더 돌보기 시작한 한국인, 그럼 언제 가장 기분이 좋은가, 밥 먹을 때입니다. 퇴근길보다 좋아했습니다.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결과죠.

그 외에는 사람들 만나 어울리는 거, 또 TV 같은 실시간 방송, 이른바 본방사수 같은 것을 포함하겠죠. 그럴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전체적으로 5년 전보다는 한국 사람들이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고요. 삶에 만족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그럼 요즘도 제일 피곤한 사람은 누굴까, 아직 초등학교 안 간 아이가 있는 맞벌이 여성입니다. 성별과 학력으로 분류했을 때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이 평균적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사 돌보는 이른바 의무시간이 가장 긴 집단인데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여성, 많이 피곤했습니다.

남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평균 10분 늘었는데요, 맞벌이와 외벌이 남성의 가사일 시간 차이가 실은 1분밖에 안 납니다.

반면에 외벌이 여성, 남편과의 가사노동 격차가 5년 전보다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사일 시간도 남편보다 37분 더 길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삶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외벌이 여성, 혼자 버는 여성 쪽이 약간 더 많은 편입니다.

외벌이 아내들의 남편 집단은 국민 전체 중에서 유일하게 삶의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집단에서는 자기 삶에 만족한다는 사람이 5년 전보다 4.8% 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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