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자기 집 근처에서 '펑펑'…의원 업무추진비는 쌈짓돈?

전국 기초의회 140곳엔 업무추진비 조례 없어

배정훈, 심영구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0.07.30 21:05 수정 2020.07.30 22:2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전국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점검해보는 연속 기획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30일)은 업무추진비를 원래 목적인 의정 활동과는 아무 상관없이 써버린 사례들을 짚어봅니다.

배정훈, 심영구 기자가 차례로 준비했습니다.

<배정훈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 이 카페에 구의회 의장의 지난 2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몰려 있습니다.

같은 골목 할인마트, 정육점, 과일 가게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썼습니다.

업무 추진비 가게 해당 거리
기초의회 의장단 중 업무추진비 소액 사용 1위를 기록한 임태근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의 사용 내역입니다.

왜 구의회에서 한참 떨어진 이 골목길에서 업무추진비를 썼을까?

취재 결과 임 의장의 집은 이 골목 카페와 같은 건물에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서 쓴 것입니다.

임 전 의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은 성북구 관내에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 추적해보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썼고,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도 13차례에 걸쳐 190만 원 상당을 썼습니다.

확인 결과, 대부분의 고향 방문은 공식 일정이 아니었습니다.

[임태근/서울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 : (정육점에서) 고기 산 거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하고, 손주들하고 밥 한 번 먹은 거, 두 가지는 잘못을 시인합니다. (업무추진비로) 차도 한 잔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주셔야지.]

성북구 의회 사무국은 SBS 취재가 시작되자 340만 원 상당을 환수했습니다.

이런 소액 사용 건수는 전체 기초의회 기준 1만 원 미만이 3천700여 건, 5천 원 미만 700건 가까이 됐습니다.

한 꽃집에서 6차례, 500여만 원어치 꽃을 구입한 조명자 수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한 번에 50만 원 이상 사용 시 첨부해야 하는 사유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조명자/경기 수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 사유서 제출을 해야 되는데, 이거는 우리 직원의 업무 실수인 것 같아요. 현 의장님과 의회사무국에게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해서 이런 일 없도록….]

50만 원 기준을 피하기 위해 같은 업체에서 연이어 40여만 원씩 결제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신재범/경기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 : 내가 안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분할 결제) 했느냐고. 내가 볼 때 아마 직원들이 회계 처리가 원활하게 위해서 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편법 사용, 지난 2년간 140여 차례, 모두 4천700여만 원이었습니다.

<심영구 기자>

● 감사, 안 받거나 적당히 받거나

기초 의회 대부분은 감사와 거리가 멉니다.

3년 전까지 226개 의회 사무국의 71%는 감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고, 지금도 4분의 1은 대상조차 아닙니다.

[채연하/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 감시의 눈이 제대로 없다고 하는 거거든요.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의회가 갖고 있는데 의회를 감시하는 기능을 행정부는 갖고 있지 않아요.]

감사 대상에는 포함되고 3년마다 실시하겠다고 규칙도 마련했지만 감사받지 않는 경우, 적지 않습니다.

[해당 구청 관계자 : 정확하게 3년에 한 번씩 그렇게는 못해요. 제반 상황을 봐 가지고 (합니다).]

● 업무추진비 조례 없는 140개 의회

7년 전 국민권익위원회는 각 의회에 개인 용도와 심야·휴일 사용을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로 조례를 만들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7월 기준 조례 등을 마련한 의회는 38%, 62%, 140개 의회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 사용 내역, 두루뭉술 공개하거나 숨기거나

조례와 관계없이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기초의회가 74%인데, 대부분 일시와 금액 정도만 간략히 적고 있습니다.

[조민지/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제대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쌈짓돈이다, 예산낭비다, 생각하시는 것 같고 (업무추진비를) 왜 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는 거죠.]

이번 기초의회는 후반기 2년도 이런 깜깜이 업무추진비를 200억 원 넘게 쓸 예정입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영상편집 : 소지혜,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 VJ : 정한욱·김초아)

[전국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전수 분석]
▶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서 쓴 업무추진비…상부상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