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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확진자에 항만 방역 비상…"하선 안 해도 진단 검사해야"

잇단 확진자에 항만 방역 비상…"하선 안 해도 진단 검사해야"
최근 해외에서 들어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러시아 선박발 감염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항만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부산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어선 집단감염이 이미 'n차 전파'의 고리를 타고 지역사회로 번진 데 이어 최근 인천항에 들어온 러시아 화물선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방역당국과 각 항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행 항만방역 강화 대책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승선원들이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공동생활을 하는 선박의 특성상 일단 감염자가 나오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기 쉽고, 특히 입항 이후에는 화물 하역 또는 선적 작업, 선박 수리 등의 과정에서 많은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더 촘촘한 방역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방역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집단감염 사례가 전날까지 러시아 선원 44명이 확진된 '페트르원'호(7천733t·승선원 94명)입니다.

정부는 이달 20일부터 국내 작업자와 접촉이 많은 러시아 선박에 대해서는 입항 시 승선 검역을 통해 선원 전수검사를 하고 있지만, 페트르원호의 경우 지난 8일 입항해 전수검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선 희망 선원도 없어 한 명도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리업체 직원이 페트르원호에 승선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됐고 이어 동료와 가족, 동거인 등에게 차례로 코로나19가 전파됐습니다.

러시아 선원발 지역사회 누적 확진자는 현재까지 11명(수리공 9명, 동거인·가족 2명)입니다.

이처럼 러시아 선박에서 시작된 감염이 지역사회로 퍼지자 정부는 다음 달 3일부터 러시아에서 출항하는 모든 선원에 대해 출항 48시간 전에 발급한 '음성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방역강화 대상 6개국(방글라데시·파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필리핀·우즈베키스탄)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출항 이후 몇 달에 걸쳐 항해한 뒤 입항하는 선박의 경우 음성 확인서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출항 당시엔 선원 전원이 음성이었다고 해도 잠복기 상태의 감염자가 있을 수 있고, 또 항해 과정에서 선원 교대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항 검역과정만 보더라도 입국시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사람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8명이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다 항만의 특성상 외국 선원들이 입항 후 하선하지 않고 선박 내에만 머무른다고 하더라도 국내 수리공 등이 승선할 경우 코로나19에 걸린 선원 또는 오염된 선박 물질 등으로부터 감염될 수도 있는 만큼 하선자에 대한 검역만 강화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하선 여부와 관계없이 입항 선박의 모든 선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배를 수리하거나 점검하는 상황에서 한국 근로자가 (배에 남아있는 감염자와) 접촉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며 "배에서 내리든 안 내리든 모두 검사를 하는 방안으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에 입항하는 선박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 들어오는 항공편이 많이 줄었는데 선박에 대해서도 이런 방안이 필요하다"며 "선박 자체는 고위험 장소라서 정말 필요한 목적이 아니라면 입항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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