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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식당'에서 몰아서 쓴 업무추진비…상부상조?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서 쓴 업무추진비…상부상조?

전국 226개 기초의회 2년간의 업무추진비 분석

정혜경, 배여운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20.07.29 21:13 수정 2020.07.29 22: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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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226개 기초의회의 전반기가 마무리됐습니다. 그 2년 동안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저희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29일)부터 전해드릴 텐데, 우선 첫 순서로 업무추진비를 한 식당에 몰아주는 실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혜경 기자, 배여운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정혜경 기자>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오리고기 전문점.

강북구의회 전반기 복지위원장이었던 허광행 의원이 대표로 있는 식당입니다.

[식당 관계자 : (구의회에서) 회식 많이 하시죠. 2층에도 (자리) 있어요. 오리하고 주물럭하고 국물도 많이 드시고.]

강북구의회 의장단은 지난 2년 이 식당에서만 각종 간담회, 업무 협의를 명목으로 59차례에 걸쳐 1천323만 원을 썼습니다.

업무 추진비를 몰아주는 식당
전체 업무추진비의 7.1%로, 단일 식당에서 쓴 액수로는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으로 업무추진비를 많이 쓴 식당에서는 그 절반도 안 썼습니다.

가장 많이 쓴 사람은 전반기 의장 이백균 의원.

[이백균/서울강북구의회 의원 : 사실은 우리 구의원이 한 명 대표로 돼 있다 보니 거기를 이용하게 되는 사례가 좀 있었죠. 그거는 인정합니다.]

출마 당시부터 식당 대표 이력을 내걸었던 허 의원은 자신의 가게에서 업무추진비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허광행/서울강북구의회 의원 : 어차피 식당 가서 간담회를 해야 하는데 동료 의원이니까 이왕이면 여기서 하자 그렇게 생각들을 하신 것 같아요. 근데 저한테 예약하신 것도 아니고, 어느 날 어떻게 와서 얼마나 쓰셨고 아무것도 모르죠, 저는.]

꼭 의원 소유가 아니라도 지인이나 단골집에서 업무추진비를 몰아 쓴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이 고깃집에 지난 2년 간 업무추진비 3천300만 원이 지불됐습니다.

한 달 평균 144만 원 정도입니다.

한 식당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를 계산해보면 전국 1위입니다.

이 가운데 전반기 의장 이경철 의원이 절반이 넘는 1천788만 원을 썼습니다.

결제 건수는 64번, 한 번에 약 28만 원가량을 사용했습니다.

이 의원은 현행 법이나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의원 배우자나 친지,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 혹은 단골집에 업무추진비를 몰아준 사례는 이외에도 많았습니다.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이 지난 2년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모두 276억여 원.

하지만 앞선 사례들처럼 특정 업체에 업무추진비를 몰아주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의원 업무 추진비
<배여운 기자>

19만 3천291건, 2018년 7월 출범한 전국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입니다.

마부작침은 이를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지난 2년간 226개 의장단은 업무추진비로 276억 원을 사용했는데 그 가운데 93%는 식비로 지출됐습니다.

강원 삼척시의회 의장이 1억 447만 원, 가장 많이 썼고 경북 청송군의회 의장은 892만 원, 가장 적게 썼습니다.

삼척 의장이 청송 의장보다 10배 넘게 사용한 것입니다.

의회별로도 보실까요. 최다 사용인 전북 전주시의회 의장단이 2년간 2억 9천500만 원, 최소인 청송군 의회 의장단이 2천821만 원을 썼습니다.

역시 10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재정 자립도를 보면 전주가 청송보다 3배 높지만 업무추진비는 10배 많습니다.

왜 이럴까요? 업무추진비 편성 기준 없어 각 의회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석/세금도둑잡아라 사무총장 : 대단히 독특한 상황이죠. 의회사무국에서 (예산을) 올렸으니까 집행부에서도 그대로 올렸을 거 아니겠습니까. 집행부와 의회가 자기 본분, 역할을 다 못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국민권익위원회는 7년 전 기초의회에 원칙적으로 주말, 공휴일, 심야 시간대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분석해 보니 휴일 9천713건, 밤 11시 이후 심야 시간에 678건을 썼습니다.

서울 강동구의회가 휴일 사용 건수가 전국 최다인 620건이었는데 전체 기초의회 평균인 44건보다 14배 더 많이 썼습니다.

강동구의회 측은 향후 국민권익위원회 표준안을 바탕으로 행동강령을 세울 예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내일은 업무추진비의 또 다른 불법-편법 사용 실태, 그리고 개선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이승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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