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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루게릭병 환자 약물로 숨지게 한 일본 의사 체포…안락사 논쟁

日, 루게릭병 환자 약물로 숨지게 한 일본 의사 체포…안락사 논쟁
▲ ALS, 일명 '루게릭병' 앓고 있는 일본 후나고 야스히코 참의원 의원

일본 의사가 난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사건이 안락사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본 교토부 경찰본부는 어제(23일)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숨지게 한 혐의로 오쿠보 요시카즈 씨와 야마모토 나오키 씨 등 의사 2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전신 마비 상태인 하야시 유리 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1월 30일 교토시의 한 아파트에서 하야시 씨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목숨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부검 결과 고인의 몸속에서 주치의가 처방하지 않은 약물이 대량 검출됐고 사인은 약물 중독으로 판명됐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했습니다.

고인이 트위터나 블로그에 '안락사'를 원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고, 오쿠보 씨에게 우리 돈 약 1천700만 원 가량을 입금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오쿠보 씨는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해 눈의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PC를 사용했고, SNS를 통해 하야시 씨와 연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쿠보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블로그에는 "비참하다.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글이 남아 있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 '거울 속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글에는 "타액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종이와 지속해서 빨아들이는 카테터까지 더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간병인에 의해 움직여지는 손발"이라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또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왜 안락사 논의는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좁혀 얘기되는지 항상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해외에서 안락사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일본이 안락사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한 채 인생을 끝내고 싶은 것이 환자의 의사표시였을지 모른다", "본인이 죽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으면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하야시에게 공감을 표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환자의 뜻을 합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안락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론도 제기됐습니다.

루게릭병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후나고 야스히코 참의원 의원은 "인터넷 등에 '나라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에 강한 우려를 느낀다. 난치병 환자들이 '살고 싶다'고 말하기 어렵게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자신도 죽고 싶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지만, 환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는 과정을 거쳐 생각을 바꾸게 됐다며 '죽을 권리'보다 '살아갈 권리'를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의사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사망 시기를 극약 등을 써서 앞당기는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가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락사를 인정할지 여부가 일본에서 처음 쟁점이 된 이른바 도카이대학병원 사건을 심리한 요코하마지방재판소는 1995년에 안락사를 인정하는 예외적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 견딜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이 있을 것 ▲ 사망 시점이 임박했을 것 ▲ 고통을 제거할 방법을 다 써서 다른 수단이 없을 것 ▲ 환자 본인의 의사가 명백할 것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인공호흡기나 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을 원하지 않는 경우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로 규정해 별도로 취급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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