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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비행기 결항에 추가 격리까지…긴장·긴장·또 긴장

[월드리포트] 비행기 결항에 추가 격리까지…긴장·긴장·또 긴장

험난한 베이징 입성기②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0.07.22 09:38 수정 2020.07.22 10: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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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특파원 부임을 위해 6월 19일 중국 선양으로 입국한 지 꼭 2주일이 지난 7월 3일, 강제 격리를 마치고 드디어 '자의로' 호텔 방문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방문 앞에 놓인 도시락으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내려왔습니다. 14일간 잠깐 스치듯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가족과도 회우했습니다.

로비에 내려와서도 행동이 자유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호텔 출구까지 마치 시위현장의 폴리스라인처럼 별도의 통행 구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 구간을 따라 퇴실 수속을 밟았습니다. 이때 선양시 방역당국은 저와 가족에게 각각 3장의 서류를 발급해줬습니다. 코로나19 혈청 검사 보고서와 핵산검사 보고서, 격리 해제 통지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김지성 취재파일용 사진
이 서류들은 앞으로 며칠간 저희처럼 중국 신분증과 검역 확인서가 없는 외국인에게는 '만능 통행증' 역할을 해 주게 됩니다. 물론 격리 기간 중 혈청 검사와 핵산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서류들이 정상적으로 발급됩니다. '아, 이 3장의 서류를 받기 위해 2주일간의 격리 생활을 했구나'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가는 곳마다 이 서류들을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호텔 문을 나오면 역시 방호복을 입은 호텔 직원과 선양시 방역요원들이 미리 와 있던 택시에 차례차례 태웁니다.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선양공항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중국 비행기는 언제라도 결항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앞서 저는 격리 기간 '잘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를 이용해 선양발 베이징행 비행기를 일찌감치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탑승 하루 전에 갑자기 '결항' 통보를 받았습니다. 일기 예보에 베이징 비 소식이 있었던 터라 기상상황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어쩌지? 기차를 타야 하나?' 급히 다른 항공편을 검색해 봤습니다. 당시 선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하루에 세 편. 제가 예약했던 항공편 외에 나머지 두 편은 정상 운항 중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항공기 이용 승객이 적어서 결항 결정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신파디시장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베이징에서 확산하던 때라 베이징으로 들고 나는 게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다 보니, 베이징행 승객이 거의 없었던 겁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다른 항공편을 예약했습니다. '이마저도 결항되면 어쩌지?' 만약 항공편이 없으면 격리 호텔을 나와 다른 호텔에서 하루 이틀 더 묵거나 기차 등 다른 교통편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다른 호텔도 그렇고 기차도 그렇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격리 생활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는 걸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선양공항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검역확인서 같은 것을 보여줘야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여기서 '만능 통행증'이 처음 빛을 발합니다. 탑승권을 발권하고, 베이징행 탑승자는 별도의 정해진 통로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도 '만능 통행증'이 필요했습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 그것도 며칠 안에 받은 검사 결과가 있어야 공항에도 갈 수 있고, 더 나아가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가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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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예비 기간에 비해 정작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 시간은 짧았습니다.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베이징공항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회사 숙소로 갔습니다. 여기서부터가 '2차 격리'입니다.

회사 숙소가 아파트이다 보니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산책 정도까지도 허용됐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다른 지역에서 강제격리를 했고, 코로나19 음성 판정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또다시 일정 기간 '집중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게 당시 베이징시의 방역 방침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위원회와 우리의 보건소 격인 지역 보건위원회는 저희 일행에게 1주일간 매일 두 차례씩 체온을 체크해 역시 앱에 올리도록 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날 때까지 아파트 출입증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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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우리의 아파트 입주자위원회 혹은 관리사무소와는 위상이 달랐습니다. 중앙정부나 시 당국의 방역 방침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각 지역 주민위원회로 하달됐고, 지역 주민위원회가 격리 여부부터 격리 기간 등 모든 걸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방역 방침이나 지침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외국인이 중국에 입국하면 장기체류자의 경우 한 달 안에 거류허가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건강검진 결과서입니다. 중국 당국이 정해준 곳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전염병 여부 등 '체류에 부합하는 건강 상태임'을 확인받은 뒤에야 거류허가증 신청이 가능합니다. 만약 입국 후 한 달 안에 이를 신청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 상태가 되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미 선양에서의 2주간의 강제격리, 베이징에서의 1주간의 격리를 거친 터여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건강검진 받는 곳에 갔더니 '베이징에 와서도 2주간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먼저 입국한 동료 특파원 등을 통해 베이징에서 1주 격리를 마치면 건강검진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14일 관찰을 끝내고 다시 오라'는 뜻을 굽히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고, 다행히 '1주일 이내 새로 받은 코로나19 음성 결과서'를 가져오면 건강검진을 받게 해 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거류허가증 신청을 '무사히' 마치고, 특파원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간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베이징 지국의 동료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와줬고, 주선양 한국총영사관에서도 SNS를 통해 수시로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격리 기간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까, 응원 메시지와 함께 컵라면 등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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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루빨리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기를,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고통, 질곡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험난한 베이징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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