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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으로 살 뻔한 탈북민 딸, 6년 만에 한국 국적 얻었다

베트남인으로 살 뻔한 탈북민 딸, 6년 만에 한국 국적 얻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딸이 베트남에서 임시로 현지 국적을 취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5년 10개월여 만에 대한민국 국적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국적과는 지난 1일 김지혜(9·베트남명 뉴겐 헝 안) 양 측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보유판정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법무부는 김 양 측에 보낸 국적보유판정 통지서에서 "국적법 제20조에 따라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을 판정한다"며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적법상 해당 규정은 법무부 장관이 한국 국적의 취득이나 보유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심사한 후 국적보유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김 양은 2014년 9월 12일 베트남 여권을 갖고 입국했습니다.

2015년 5월 26일 국적판정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2018년 3월 14일 입증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국적을 받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한 결과, 5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김 양 측은 2018년 6월 법무부를 상대로 "한국 국적을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1·2심을 거쳐 지난달 19일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탈북민이 국적 비보유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이긴 첫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김 양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습니다.

김 양의 아버지는 2010년 말에서 2011년 초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김지혜 양(왼쪽)과 양육자인 미국인 목사 부인

임신 중이던 어머니 송 모 씨는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옌지시로 탈북했습니다.

송 씨는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던 미국인 목사 어네스트 임산드(41) 씨 부부의 도움으로 2011년 8월 27일 김 양을 낳았습니다.

이후 송 씨는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고, 목사 부부가 김 양을 친딸처럼 길렀습니다.

목사 부부는 2012년 초 중국 정부가 탈북민 단속을 심하게 하자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우선 중국을 떠나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이동했습니다, 송 씨의 산후조리를 담당했던 탈북민 A(50) 씨도 김 양을 업고 동행했습니다.

하지만 김 양이 한국에 가려면 베트남 국적이 필요했습니다.

목사 부부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베트남인 부부 쪽으로 일단 김 양의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베트남 여권과 비자를 받아 2014년 9월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김 양 측은 친부모가 북한 출신인 점 등을 근거로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이 주어진다며 정식 절차에 나섰습니다.

김 양의 입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출생신고 서류를 위조했다는 사실도 고백했습니다.

법무부는 재판 과정에서 친부모 정보가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목사 진술의 구체성·신빙성을 인정하면서 김 양 측이 낸 각종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김 양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법원은 김 양이 베트남인으로 출생신고가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이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며, 김 양 스스로 베트남 국적을 얻고자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애초부터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법원 판결과 법무부의 이번 국적보유 판정으로 김 양은 초등학교 등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건강보험, 사회복지 등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도 얻었습니다.

김 양은 법무부의 국적보유 판정 이후 절차를 거쳐 '110827'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았습니다.

또 김 양을 본인으로 하는 가족관계증명서도 새롭게 창설했습니다.

김 양 측은 또 임시후견인으로 선임된 A 씨를 정식 후견인으로 선임하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습니다.

A 씨가 후견인이 되면 김 양이 성인이 될 때까지 법정대리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법원에 정식으로 개명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법원도 김 양의 베트남 국적 취득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후속 절차가 남아 아직 베트남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양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누리의 한 관계자는 "탈북민 관련 사건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통 입증이 쉽지 않다"며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국 국적이라는 당연한 것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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