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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화물 나르는 노약자 엘리베이터…"벌써 3년째"

<앵커>

저희한테 이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서울에 지하철역마다 힘든 분들 타라고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있는데, 일부 역에서는 정작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이용을 못 할 때가 많다는 겁니다. 세를 받고 큰 생활용품 매장을 들였는데, 여기 직원들이 짐 나른다고 수시로 이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쓰고 있어서입니다. 취재기자가 교통공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받아냈습니다.

'제보가 왔습니다' 유수환 기자입니다.

<기자>

저녁 8시 반 지하철 3호선 홍제역.

화물 트럭에서 수백 개의 박스가 선반에 담긴 채 역과 연결된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내려집니다.

작업자들은 태연히 박스들을 엘리베이터에 실어 지하로 내려보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시민들은 박스 틈에 끼어타든지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홍제역 화물 나르는 노약자 엘리베이터

[지하철 승객 : 물건을 많이 쌓아놓고, 실어 내려가더라고요. 저는 그럴 때 안 타요. 계단으로 가요.]

주변 상인들은 이런 일이 평일 저녁마다 벌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근 상인 : 노인부터 태워야 하는데 막 밀고 들어가요. 그래서 매일 저랑 싸워요. 어머니들부터 태우라고….]

박스가 옮겨진 곳은 다름 아닌 역사 지하 1층에 입점한 대형 생활용품 매장입니다.

화물 엘리베이터가 없어 3년 가까이 노약자 엘리베이터로 물건을 나르고 있다는 겁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 : 세를 주면 물건을 내릴 수 있게 해줘야 하잖아요. 한 시간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홍제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습니다.

[홍제역 관계자 : 허가를 해줬다든가, 돈을 받았다든가, 계약했다든가 이런 것은 없어요. 묵시적이라고 봐야죠.]

취재결과 이 업체가 전국 지하철 역에 입점한 매장 22곳 가운데 7곳이 노약자 엘리베이터로 짐을 나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입점 업체와 계약서에 개선 방안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심야 시간대나 새벽 시간대, 비혼잡 시간대에 공사 승인받아 이용하는 것으로 유도하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일반 엘리베이터는 화물용보다 적재 하중도 적고 내구성도 약합니다.

언제든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화물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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