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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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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51 :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지구의 이번 생은 망한 걸까.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이토록 깨끗하고 멋지고 당연하게 여겨지다니, 이 막돼먹은 편리함에 답이 없어 보인다. 지금 시대는 작심하고서 물건을 버리도록 고안된 세상 같다.
처음 일회용 종이컵이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차마 컵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사용했다. 칠칠치 못하게 길바닥에서 음료를 마시고는 멀쩡한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다니, 지금은 상상이 안 가지만 당시 시민들은 쉽게 버리는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난감해진 제조업체는 '제발 한 번 쓰고 좀 버리세요'라는 일회용 개념을 우리 머리에 장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中


과연 지구의 이번 생은 망한 걸까요? 북적북적에서 오늘 함께 읽을 책은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고금숙 지음, 슬로비 펴냄)입니다.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 배출하면서도, 이게 대체 제대로 재활용되는 걸까 마음 한 구석이 늘 무거우셨다면, 음식을 포장하거나 배달할 때마다 포장 용기 보면서 걱정되셨다면, 새벽 배송으로 뭔가를 주문하려다가 그 엄청난 포장재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 오늘 소개해 드릴 책과 이미 잘 맞는 분이십니다.

먼저 간단한 퀴즈를 한 번 풀어보실까요?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중 플라스틱 비율은? 약 90퍼센트
*그 양은? 1억 5천만톤
*내장에 플라스틱이 있는 바닷새의 비율은? 90퍼센터
*플라스틱 병이 바다에 흘러가 분해되는 기간은? 약 450년
*재활용되어 계속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비율은? 1.2퍼센트
-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中

어떠세요? 많이 맞추셨나요?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의 부제는 '쓰레기 사회에서 살아남는 플라스틱 프리 실천법'입니다.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집중합니다. 웬만한 자연적 소재를 대체해 우리 주변에 빠짐없이 존재하는 데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유해물질이 나오고, 종류가 워낙 많이 재활용이 쉽지 않고, 분해가 어려우며, 결국 아주 작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지구를 돌고 도는 것이 플라스틱이니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에 주목합니다. 이미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우리지만, '일회용'은 '꼭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필수적이지 않은데도 '일회용'이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을 차지하니까요. 최소한 일회용이라도 줄이고 없애보자는 거죠.

비닐봉지 한 장만으로도 웬만한 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약 17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긴다. 미세플라스틱의 눈으로 보면 암만 작은 플라스틱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나는 전세계 수돗물 샘플 중 70~98퍼센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듣고 이제 망했다고 생각했다. 생리대나 장난감 같은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원인을 파악해 다른 제품으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면 세상 모든 먹거리가 오염되고 만다. 물은 인간의 70퍼센트를 구성하고 우리 먹거리를 키우는 생명의 근원이니까. 현재 어패류와 어류 등 해산물은 물론 맥주ㆍ꿀ㆍ설탕ㆍ생수 같은 온갖 음식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中


물론 '개인'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고 요구하는 출발이니까요. 그러나 행동하는 일부 '개인'들만 별나다는 손가락질받으며 노력하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예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세계의 무게가 버겁다. 이 버거움을 덜어내 덕후가 아닌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것, 시스템이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덕후가 아닌 사람들도 기꺼이 동참할 수 있게 세상의 기본값을 변경하는 설계들.
동네 곳곳에 자리한 중고 및 수리 가게,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파는 제로 웨이스트 샵, 장바구니와 식기를 대여해주는 시장과 축제, 애초에 재활용하기 쉽게 만들어진 물건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와 대안 지원 등 인프라가 깔려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적 실천은 사회적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 된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中


이 책의 3분의 1 정도는 이렇게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내용입니다. 3분의 2는 나는 뭘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고, 기업과 정부에 어떤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이 제시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문제가 '플라스틱' 혹은 '쓰레기'문제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반대는 서로의 삶에 말을 걸고 시간을 들이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그저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삶의 속도를 늦춰 보통의 일상과 다른 사람의 안녕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여정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빨리빨리와 효율성에 잠식된 우리의 사회의 시간을 늦추고, 다른 삶의 방식이 가능한 사회를 요구하며 따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다른 삶의 방식과 속도를 원한다. 그리고 그 길은 세상의 어떤 물건도, 어느 누구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는 삶에 있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中


요즘 우리는 코로나로 평범했던 일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에 당혹해하지만, '예상되는 재난'인 지구의 문제는 '언젠가, 기술이 해결해주겠지'라고 미뤄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인 고금숙 님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SDF] 적당히 사부작 '에코 라이프', '망원동 에코하우스' 저자 고금숙

*낭독을 허락해주신 고금숙 작가님과 슬로비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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