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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업무는 심기 보좌"…지자체장은 '미투 사각지대'

"비서 업무는 심기 보좌"…지자체장은 '미투 사각지대'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20.07.18 20:14 수정 2020.07.19 07: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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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미투 사건들이 터진 이후로 이런 문제들 근본적으로 막아보자고 정부, 사기업 어디 할 것 없이 많이 제도를 고쳤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까 지방자치단체는 큰 구멍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고 이것을 또 어떻게 고쳐야 할지, 민경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광역단체장들은 기관 내 어느 곳에서도 견제받지 않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비서진의 제1 업무는 기관장 심기를 보좌하는 일입니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지난 13일) :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씨는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병장을 웃기는 이등병의 마음을 가져라", "가장 중요한 것은 '지사님 기분'이다, 여기에 별표 두 개를 그려라"라고 교육받았다고 자신의 책에서 밝혔습니다.

왕처럼 군림하는 업무 환경에 법적·도덕적 경계심이 무뎌질 수 있지만, 이를 감시할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지방공무원법상 모든 고충 처리업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고될 수밖에 없는 구조고, 여가부의 성폭력 사건 매뉴얼은 공공기관과 유관기관의 장과 임원만 대상입니다.

지자체는 빠져 있다가 박원순 시장 사망 후에야 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미투 사태 이후 서울시는 2018년 기관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대책으로 익명 신고제와 전담팀을 만들었지만, 시장이 가해자일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규정은 없습니다.

광역단체장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셈입니다.

[신진희/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 선출직 공무원의 권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제3의 기구, 예를 들면 국가인권위원회나 별도의 국가기구를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뉴얼을 갖춘다 해도 지자체 기관장이 연루될 경우 은폐나 묵인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외부 감시기구 마련 같은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여성단체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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