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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아이에게 또 짜증을 냈다, 이런 내가 싫다

[인-잇] 아이에게 또 짜증을 냈다, 이런 내가 싫다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7.18 10: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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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된 딸 로라는 요즘 부쩍 짜증을 많이 낸다. 자의식이 생기면서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해졌고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시어 시어(싫어 싫어)'가 되었다. 밥을 먹다가도 인형을 달라고 떼를 쓰고 양치질하기 싫다고 칫솔을 던지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짜증뿐만 아니라 '어떻게 아이한테서 저런 소리가 나지?'할 정도로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기도 한다. 굳이 글자로 표현하면 '그크크~아앙악~크악!'이다. 목을 긁으면서 정말 괴상한 소리를 낸다. 돌이 되기 전까지는 우는 걸 달래느라 고생했는데 울음이 잦아들만하니 짜증을 달래야 한다.

'미운 네 살'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지만, 
우리 아이는 이제 막 18개월을 넘었는데 이건 뭐 산 넘어 산이 아닌가.


저번 주에는 딸 로라가 아침밥을 먹다가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밥이 먹기 싫거나 심통이 나면 이렇게 종종 숟가락으로 내려치곤 한다. "로라야 그러는 거 아니지"하고 일단 좋게 말했다. 그런데 들은 척도 안 하고 숟가락으로 계속 밥을 치니 밥풀이 사방으로 튀었다. 화가 나는 걸 참으며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안 돼! 그만해" 그러자 숟가락 치기를 멈추고 이제는 과자를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까자!" 분명한 발음으로 식탁 뒤에 있는 과자를 가리키며 달라고 떼를 쓴다.

파파제스 로라
"로라야 지금 밥 먹는 시간이야. 밥 먹고 과자 먹을 수 있어"하고 타이르며 밥 먹자고 설득했다. "밥부터 먹어야지" 그런데 이번에는 숟가락을 바닥으로 집어던지는 게 아닌가! 그 전에도 몇 번 숟가락을 던져서 그때마다 "던지는 거 아니지", "던지면 안 돼"하고 타일렀는데 이번엔 참지 못하고 화가 터져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숟가락 던지지 말랬지!" 그 소리에 흠칫 놀란 로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표정이 얼어붙고 눈이 시뻘게지더니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흐흑 흐흑'하고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그 모습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 화를 풀고 말았다.

"로라야, 숟가락 던지면 안 되지. 로라가 그러니까 아빠가 화났잖아. 밥 먹을 때 숟가락 던지는 거 아니야"하며 나긋한 목소리로 달랬다. 로라는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젖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끝까지 들었다.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로라도 숟가락 던진 거 잘못한 거니까 아빠한테 '미안'하고 사과해."라고 하며 내가 먼저 로라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아빠가 미안". 로라도 나를 따라 "미얀~"하면서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내 손등을 쓰다듬는다. "자 이제 포옹해"라고 하자 훌쩍거리면서 내게 안겨왔다. 그렇게 겨우 아침 식사 시간을 넘겼다.

아이의 짜증이 느는 요즘 나의 짜증도 덩달아 늘어가고 있다. 요 며칠 전에는 아이의 짜증을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애를 떠맡기듯 하고 밖으로 뛰쳐나간 적도 있다. 그때 혼자 걸으며 생각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일일 줄이야. 육아에 대한 육체노동이 수월해지니 그보다 더한 감정 노동이 뒤따라 왔다. 아이의 온갖 짜증과 억지를 받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내 감정의 그릇은 부모가 되기에는 턱없이 작게 느껴졌다. 아이가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숟가락을 던질 수도 있는데 그것을 참지 못하고 버럭하고 화낸 나 자신이 그저 한심했다. 다 큰 어른이 아이의 감정 하나 받아주지 못하는 게 부모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자존감은 무너져 내리고 미안한 감정은 쌓여만 갔다.

사실 남의 아이는 마냥 귀여워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가 키우고 또 바르게 가르쳐야 하기에 잘못된 행동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바르게 가르친다는 것이 말이 쉽지 아이의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똑바로 알려준다는 게 과연 감정의 동물인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육아 관련 서적에서 아이가 느낀 나쁜 감정을 부모에게 버린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자기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부모에게 맡기려고 하고 부모가 잘 걸러서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마치 이유식을 먹을 때 큰 음식을 부모가 작게 잘라주는 것처럼 그렇게 아이들은 부모라는 감정의 거름망을 통해 감정 근육이 서서히 발달한다고 한다. 한편 아이가 심하게 떼를 쓸 때면 1~2분 정도 외면하는 방법도 있다. 짜증을 내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파파제스 로라
알고는 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아이의 모든 감정을 다 받아주고 공감해주고 싶지만 부모라는 그릇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곧 있으면 미운 네 살이고 멀게는 사춘기도 있는데, 화내지 않고 아이를 타이르면서 잘 알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를 키운다고 나름 노력한다지만 결국에는 부모로서 나 자신도 키워야 하는 것이 육아인 듯 하다. 아이가 배워가야 할 생활양식과 사회 규범이 매우 많지만 부모가 배우고 견뎌야 할 것들이 더 많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이를 키우면서(育兒) 동시에 나 자신도 키우고(育我 )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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