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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경제 살리려 돈 풀었더니 부동산으로 간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렸다, 유동성이 많이 늘어났다, 이런 얘기 많이들 하는데 실제로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면서요?

<기자>

네. 한국은행이 정말 시중 유동성이 과연 어떤 수준인가 가늠할 수 있는 최근 지표를 내놨습니다.

지난 5월의 M2라는 걸 본 것인데요, M2는 광의통화량입니다.

광의통화량

지금 우리나라에서 돌고 있는 그야말로 현금, 그리고 수시입출금 통장이나 수시입출금 통장만큼 넣고 빼는 게 쉬운 MMF 같은 데 들어있는 돈, 거기에다가 2년 미만의 정기 예금·적금 이런 것들을 다 합친 돈의 양입니다.

한 마디로 언제든지 빼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간주되는 돈입니다.

그래서 시중 유동성을 얘기할 때 이 지표를 보통 제일 많이 얘기하는데요, 이게 5월에 3천53조 9천억 원이었습니다.

언제든지 현금이 돼서 여기저기 갈 수 있는 돈이 3천54조 원 가까이 지금 있다는 것입니다.

4월보다 한 달 만에 35조가 넘게 늘었습니다.

한 달 만에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80년대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 직전에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게 언제였느냐, 바로 전달인 4월입니다.

두 달 연속 기록입니다.

올해 2분기에 국내 유동성이 늘어난 속도가 그만큼 기록적이라는 것입니다.

1년 전하고 비교하면 시중 유동성이 무려 9.9%가 늘었습니다.

이것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0월 이후로 거의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주로 어디서 이렇게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나요?

<기자>

일단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간에 대출 같은 것들을 통해서 지금 열심히 돈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역대 최저 금리죠. 이런 상태에서 대출을 되도록 많이 내면서 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대출을 일으키거나 해서 5월 한 달 동안 추가로 확보한 돈이 14조 6천억 원, 개인들, 가계와 비영리단체 쪽에서 늘어난 돈이 15조 1천억 원, 양쪽 다 15조 원 안팎씩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 M2 안에서도 보다 더 현금에 가까운 돈만 늘었습니다.

2년 미만의 정기 예금·적금도 M2에 포함된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정기 예·적금은 M2 중에서는 비교적 묶인 돈인데 이것은 거의 8조 원이 줄었거든요,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게 해주는 종류의 계좌나 다른 곳으로 흩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낮아서 대출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만큼 정기 예금·적금에 들어봤자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너무 적어졌죠. 그러니까 굳이 정기 예·적금으로 묶어두려고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여기다가 지금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풀고 있죠. 지금 같은 유동성 증가에 이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봅니다.

<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돈을 확보해놓고 보자' 이런 움직임이 많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렇게 확보한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사실 이 유동성 규모 자체는 지금의 통화정책, 그리고 재정정책이 이끌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 기업들이 빚을 많이 내서 투자하고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용을 유지하고 개인들도 돈을 쌓아두지 말고 빚을 내서 소비하라고 지금 역대 최저금리까지 내려온 거거든요, 정부도 그래서 돈을 풀고 있는 거고요, 앞으로 이렇게 두 달 연속 최대 규모로 시중에 풀린 돈이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흘러든다고 하면 정책 목표대로 가는 거죠.

그런데 이런 돈이 미래가 불안하니까 일단 현금 확보해서 움켜쥐고 있자, 이런 식으로 어딘가에서 흐름이 멈춰버리면 사실 정책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기 힘들 수가 있는데 그러다가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 같은 쪽으로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돈이 주로 향하게 되면 많이 걱정하시는 집값,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오르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좀 나옵니다.

사실 이번 자료는 5월까지 자료였죠. 그런데 6월 상황을 보면 기업대출 증가세는 6월에는 꺾였습니다. 그런데 가계대출은 6월에 더 늘었거든요, 지난달에 8조 넘게 늘어나면서 역대 6월 중에서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이렇게 가계대출이 계속 급증하는 이유는 부동산으로 가기 위해서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 최근에 실물 경기가 회복한 정도에 비해서 주가가 조금은 빠르게 많이 회복했는데 이것도 유동성의 힘이 떠받쳤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16일) 기준금리를 다시 결정합니다.

이미 역대 최저금리인 데다가 이렇게 시중에 도는 돈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전망이 좀 더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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