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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꾸준한 하루키 "다양성에는 마음 열어 두겠다"

[월드리포트] 꾸준한 하루키 "다양성에는 마음 열어 두겠다"

2년째 '라디오 DJ'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다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07.13 18:01 수정 2020.07.13 18: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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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1, 이하 하루키)는 '꾸준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979년 서른 살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이후 40년 동안 단편, 장편소설과 에세이, 번역과 대담 등 숱한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의 대표적 현대 작가로 위상을 굳힌 것은 물론이고, 데뷔 2년 뒤인 30대 초반에 '전업 작가'가 된 이후에는 거의 매년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이를 계속하기 위해 일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러닝'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본인의 습관으로 만들면 좀처럼 좌고우면하지 않는 '고집'이 지금의 하루키를 만들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 하루키에게 최근 새로 '습관'이 된 것은 '라디오 진행'입니다. 40년 가까이 언론(특히 TV 등 방송 매체) 노출을 극도로 피하고, 때때로 신문이나 잡지의 인터뷰(혹은 대담)으로만 본인의 이야기를 해 오던 하루키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팬들(일본에서는 '하루키스트'라고 합니다)에게, 2018년 8월 도쿄FM의 전파를 타고 들려온 하루키의 생생한 목소리는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첫 방송에서 본인의 '달리기 음악'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은 이후, 하루키가 진행하는 '무라카미 라디오'는 지금까지 15차례, 대략 두 달에 한 번꼴로 꼬박꼬박 라디오 청취자를 찾았습니다. 도쿄FM은 일본 전국의 38개 라디오 방송국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어서 거의 일본 전역에 두 달에 한 번 하루키의 목소리가 전달된 셈입니다.

도쿄FM의 '무라카미 라디오' 홈페이지
가장 최근의 '무라카미 라디오' 방송은 6월 14일이었습니다. 코로나 긴급사태는 해제된 시점이었지만, 전국적인 '외출 자제'가 해제된 것은 6월 19일이었기 때문에, 이 방송도 지난 5월의 '스테이 홈(Stay Home) 스페셜'처럼 하루키가 집에서 혼자 녹음했습니다. (이 방송에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에 대해 하루키가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취재파일을 통해 간략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 [월드리포트] 무라카미 하루키, '코로나'에 대해 말하다

6월 19일에 일본 정부의 '외출 자제', 특히 '지자체 간 이동 자제 요청'이 해제되면서 하루키도 집(가나가와현 오다와라 인근이라고 합니다)에서 나와 도쿄FM의 스튜디오에서 8월에 나갈 방송분을 '녹음'했는데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이니치 신문(每日新聞)이 하루키를 인터뷰했습니다. 어제(12일)자 지면과 인터넷에 인터뷰가 실렸는데요, 오늘은 이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7월 12일자 마이니치 신문 지면
● 목소리로 에세이를 쓰는 느낌

"처음부터 제가 레코드를 고르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테마와 포맷을 정하고 있습니다. 레코드와 CD는 전부 제가 가지고 있는 콜렉션 안에서, 틀고 싶은 걸 틉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요즘 라디오에서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죠. (중략) 음악과 목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굳이 말하자면 목소리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거의 결벽일 정도로 방송을 싫어하던 하루키지만 (TV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한 듯합니다),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은 명확하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집에 있던 AM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혼자 방송(라디오 간사이)을 들으면서 성장했다는 하루키는 첫 작품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라디오 DJ와 청취자와의 소통을 중요한 모티브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당시 살던 고베의 분위기에 따라 하루키는 처음부터 '팝 음악' 한 길을 걷기 시작했고, 중학생이 된 뒤에야 재즈와 클래식으로 조금씩 경험의 범위를 넓혔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거의 한평생 음악을 '혼자서만' 들어왔지만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를 통해 '라디오 DJ'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땐 무언가 '변화의 계기'를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제가 작가가 된 서른 살 때는 가게를 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었고, 2년 후에는 전업 작가가 됐습니다. 그때 이미 문장을 쓰는 것 이외의 것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했죠. 그래서 언론에도 나가지 않았고, 그다지 바깥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어요. 강연도 하지 않았고요. 문장을 쓰는 것 이외의 활동은 피하고, 문장을 쓰는 것만으로 거의 70세가 될 때까지 40년 정도 지내 왔습니다. 이제 70세가 지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해서..(웃음) 슬슬 뭔가 다른 것을 시험해 봐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마음을 열기로 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루키를 '라디오 DJ'로 이끈 것은 본인도 평생 크게 위안을 받아 온 '음악의 힘'이라고 합니다. 지난 5월의 '스테이 홈 스페셜'에서 특히 코로나 사태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청취자들과 인터넷 게시판과 방송을 통해 소통한 경험을 하루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하루키가 경계한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세계'에 대한 경계심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한정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을 말하는 SNS가 일종의 '발신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짧은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내고 싶습니다."

'소통'을 앞세워 세계를 점령한 SNS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의미의 소통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유명한 사람, 힘 있는 사람의 SNS를 볼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예로 들었지만, 말이 생각을 앞서 나가 비참한 결과를 일으키는 '구조'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우리도 모두 아는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예로 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런 시대가 지나가 버리면 말들은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런 걸 목격해 왔기 때문에, 그런 말들에 대한 경보를 울리고 싶다는 기분이 강합니다. 좌가 됐든 우가 됐든 간에요. 특히 이런 일종의 위기적 상황에 있는 경우에는, 예를 들어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걸 진정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키가 지난해 <문예춘추(文藝春秋)>에 특별 기고한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올해 초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객원 DJ 하루키'에서 '작가 하루키'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면서, 마침 역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자전적 에세이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아직 한국에서 정식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작년 <문예춘추> 특별기고가 나왔을 때 쓴 취재파일이 어느 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취재파일] 하루키가 길게 써내려간 '아버지'…그가 전하려고 한 것은?

(마이니치)= '고양이를 버리다'는 충격적인 에세이였습니다만, 역시 70세를 계기로 쓰기로 한 것입니까?
(하루키)= 지금 써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 가족의 일이기도 해서 별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써서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열심히 썼습니다. 무언가를 쓰는 인간의, 하나의 책무로서요.
(마이니치)= 그것은 아버님이 세 차례 소집된 전쟁, 특히 일본에 의한 중국 침략에 관한 일이었기 때문일까요.
(하루키)= 그 점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런 일들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요. 오히려 제대로 써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를 다시 만들려고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건 안 되겠다 싶어서요. (중략) 이제는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 불가능했던 것들, 이제는 시험해 보고 싶어

인터뷰가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하루키는 "예전에는 쓸 수 없는 것은 피하며 지내왔다"고 고백합니다. '고양이를 버리다'에서 그린, 아버지와의 사실상 '절연絶緣'에 가까운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거의 평생을 언급조차 피해 왔던 '아버지'에 대한 설명을 하루키는 '함께 바닷가로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온'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버린 줄 알았던 고양이가 '아버지와 나'보다 먼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기묘한 상황을 의외로 안심하는 표정으로 받아들이던 아버지를 묘사하면서 하루키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끌고 들어옵니다. 고양이를 버리고 온 에피소드는 에세이 전체에서는 그저 시작일 뿐이지만, 하루키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독자가 받아들이는데는 부족함이 없고, 그 이후 하루키가 열심히 '취재'한 아버지의 인생의 '프롤로그'로도 의미를 갖습니다. 이 부분을 하루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와서 전체의 균형을 잡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간신히 기술적으로 그게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예전에는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이 따로 있어서, 쓸 수 없는 것은 줄곧 피해 왔습니다. 그래도 점점 작품별로 쓸 수 있게 되어서 그걸로 상당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전에는 쓸 수 없었던 여러가지 것들을 점점 쓸 수 있게 되었거든요. 처음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쓸 수 없는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들만 이어서 썼더니 그런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웃음)

일본에서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는 단편소설집 '1인칭 단수'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단편집에는 모두 8편이 수록되는데, 7편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된 작품이고, 1편은 새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공통점은 제목대로 모든 작품이 '1인칭 단수'라는 점입니다. 하루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다시 한 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뭔가 다른 것,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다는 기분이 있습니다. 저의 소설은 1인칭으로 시작해서 계속 3인칭으로 이동해 왔습니다만, 다시 1인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을 1인칭으로 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때가 되면 다시 장편 소설을 쓸 거라는 말("아마 뭔가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로 또 기대를 갖게 하는 하루키는 "라디오는 가능한 한 계속할 생각"이라며 DJ 활동에 대해서도 의욕을 내비쳤습니다. 작가 경력 40년, 70세가 넘어서도 "(라디오에서는) 여러가지가 가능할 것 같아서 조금 더 시험해보겠다"는 하루키는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계속 열어두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짧지 않은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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