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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우리 동네 자랑거리 있나요?

[인-잇] 우리 동네 자랑거리 있나요?

김종대|건축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SBS 뉴스

작성 2020.07.11 11:04 수정 2020.07.11 13: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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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 집 옆집이야"

어릴 적 부모님은 왕래가 뜸한 친척집에 심부름을 보낼 때면 꼭 집 위치를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부실하다고 생각한 정보를 들고 찾아간 동네에서 예상대로 헤매고 있을 때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구하면 기가 막히게 파란 대문 집을 정확히 알려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나만의 추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예전에는 도시구조가 지금보다 단순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구조가 더 복잡해진 오늘날도 '무슨 무슨 건물 바로 옆집' 식의 집 찾기는 여전하다. 80년대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은 강남역 뉴욕제과, 이태원 소방서가 목적지를 찾는 기준이 되었던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동네의 낡은 집을 리모델링한 경기도 부천의 마을예술창작소.동네를 대표하는 이런 집들은 단순한 집의 의미를 넘어 동네 분위기와 성격을 규정하는데 이런 집들을 '랜드마크'라 부른다. 랜드마크는 건축물 외에 지형이나 나무, 우물 등 특정 지역을 정의할 수 있는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집(건축물)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는 자연과 달리 인위적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로 역할을 하는 집은 개인 소유지만 동네의 공동 자산으로도 인식되기 때문에 철거 소식이라도 들려온다 치면 뜨거운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은 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었다. 프랑스 유명 소설가 모파상은 탑이 보이지 않는 에펠탑 밑에서 식사를 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에펠탑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에펠탑 없는 파리의 풍경은 상상하기 힘들다.

파리의 랜드마크가 에펠탑이라면 우리 동네의 랜드마크는 파란 대문집이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동네의 집은 그 집에 대한 개개인의 기억과 추억의 집합체로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동네의 자랑거리로 자긍심을 안겨주고 동네의 일원임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 양천구 목2동의 커뮤니티 중심이 된 '카페마을'전국의 많은 마을에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 대신, 기존의 마을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도시재생의 가치를 받아들이면서 동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네 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주민들의 기억과 추억이 담겨있는 오래된 방앗간이나 집들이 새롭게 단장을 하여 동네의 랜드마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공간들은 마을 카페나 작은 도서관처럼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모여 함께 차도 나눠 마시고 영화도 보면서 교류를 한다. 늦은 밤, 동네 골목을 환히 비추는 공동체 카페는 안전한 귀가를 돕는 안전망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공간들은 주민들이 주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동네의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양천구 목2동의 '카페마을'은 주민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카페로 주민들이 모여 책도 읽고 영화도 같이 보면서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다.

성동구청 일부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민 '성동책마루'동네의 구심점이 되는 랜드마크는 커뮤니티 안에서 성장한다. 새로 지은 건축물도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다. 문화부에서 지원하는 생활문화센터는 주민들이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구청의 일부 공간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으로 꾸민 '성동책마루'나 지하철역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녹사평역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은 마을의 정체성에 기여하고 이 정체성은 마을의 자랑이 되어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집에 대한 과도한 투기로 인해 동네의 차별화가 심각한 요즘, 돈이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때이다.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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