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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공화산으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을까?…가뭄 등 부작용이 더 심해

2019년 작년 한 해는 전 세계가 말 그대로 펄펄 끓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0.6℃나 높게 나타나 지난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에선 3,000명 정도가 1주일 만에 폭염으로 사망했고, 프랑스는 기온이 46℃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바로 옆 일본에서도 폭염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고, 열사병 환자는 환자는 1만 8천여 명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연평균기온 13.5℃를 기록하며 지난 1973년 이후 2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연평균 최고기온은 19.1℃로 역대 1위로 기록됐다. 평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태풍이 영향을 줬고, 높게 오른 기온에 1월과 12월 적설은 하위 1위로 매우 적었다. 비단 작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도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6년이다. 또 지난 2018년에는 최악의 폭염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값을 살펴보면 상위 10위권 안에 최근 2000년대 이후가 7번이나 있다. (그림 참조)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편차(평년 1981~2010년) l 자료 : 기상청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기온도 계속 상승하면서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고 있다. 해외 연구팀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남극의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무려 3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 극지방의 빙하는 알베도가 높아 태양 빛을 잘 반사하는데, 극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앞으로 그만큼 기온이 더 빠르게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미 많은 과학자과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구온난화를 늦추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협의가 그 일환이다.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농도는 상승하고 있고 기온도 상승 중이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현대 기술을 이용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인위적인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인공화산이다. 인공 화산재를 뿌려 지구의 기온을 낮추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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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재로 지구 온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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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피나투보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폭발지수로는 6이었는데, 이 정도면 화산폭발이 대기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 정도다. 화산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발생했고, 이 화산재들은 성층권으로 올라갔다. 당시 2,000만t에 달하는 이산화황이 성층권에서 태양 빛을 약 2.5%를 반사시켰고, 이후 2~3년 동안 전 지구 평균온도는 무려 0.2℃나 낮아졌다. 미 국립대기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성층권에 이산화황 등의 미세 입자들을 1년에 1,400만t 정도 뿌리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2080년쯤엔 지구 기온이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획기적인 시나리오인 것이다. 인공 기법을 사용해 화산재를 성층권에 깔면 지구의 기온은 떨어뜨리면서 피나투보나 엘치손화산처럼 자연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인명피해는 없앨 수 있다. 인공 화산재로 지구온난화 속도를 줄이겠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 것이다.

● 인공화산 부작용 심해…엘니뇨가 관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화산재를 사용하자는 것이 분명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없는 인공화산에도 부작용이 따른다. 가장 눈에 띄는 부작용은 강수량 감소이다. 국내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5개의 화산 분출(피나투보, 엘치촌산, 아궁산, 산타마리아산, 크라카타우) 이후 적도 근방의 몬순 지역에서 여름철 기준 평균 강수량이 490mm에서 460mm로 6% 감소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었는데 많이 줄어든 지역에선 30%나 강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그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화산폭발과 강수량 감소의 인과관계도 규명했다. 화산활동이 전 지구 강수량을 감소시킨 데는 엘니뇨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화산폭발 케이스 5개를 분석해 20여 개의 모델을 사용한 결과 화산폭발 이듬해에 엘니뇨가 발생하는 것을 관측했다. (그림 참조)

화산폭발 이후 엘니뇨 발생 - 붉은색 부분 참고
 
화산폭발로 지구의 온도가 떨어지면 인도차이나와 말레이반도(Maritime continent) 부근에선 상승기류가 억제된다. 오히려 온도가 떨어지면서 고기압성 하강기류가 발생하는데 이때 하강기류와 함께 바람이 서풍(페루 기준)을 유발하면서 적도 부근의 무역풍(북동풍)을 약화시킨다. 결국 페루 인근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엘니뇨가 발생했고, 서태평양 부근 몬순 지역에 강수량 감소를 가져왔다. 구름 형성과 강수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연구팀은 엘니뇨 효과가 적어도 강수량 감소에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몬순 지역(동아시아, 중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고 강수는 전 지구 육지 강수의 30% 이상을 설명할 수 있어 이 지역에서의 강수 감소는 전 세계의 치명적인 가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 참조) 모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화산 폭발 후 보통 1년 뒤에 강수량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엘니뇨가 강할수록 강수량도 더 감소했다.

엘니뇨 발생 이후 몬순 지역에서 강수량 감소 - 빨간색 박스 안 참조
 
● 본질적인 노력이 필요해

인공우산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더 나아가서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것은 부작용 등으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발표한 강수량 감소 외에도 인공화산재 등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온도를 낮추면 또 다른 부작용도 있다. 작물 생산량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미 연구팀이 피나투보와 엘치촌산 폭발이 작물 생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1979~2009년까지였고 105개국의 옥수수, 콩, 쌀, 밀 생산량을 분석했다. 우리가 인공화산재 등을 뿌려 인위적으로 빛을 차단하면 2050~2069년쯤엔 지구에서 작물 재배 지역의 온도는 0.88℃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햇빛의 산란 등으로 광합성이 적어지면서 생산량은 5.3%까지 줄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이번 국내 연구에서 발표한 것처럼 엘니뇨 효과까지 더 해진다면 인류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온실가스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으나 여전히 농도는 상승하고 있다. 기온 상승을 1.5~2℃로 묶어두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 역시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번 연구에서 알 수 있듯 부작용 등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로 지구의 온도상승을 막기 쉽지 않다. 결국 지구의 온도를 높였던 그 원인들을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이번 취재파일에서 언급했던 인공화산재의 부작용들보다도 훨씬 더 큰 이상기후들이 올 것이다. 미래에 인류가 결국 부작용이 있는 인공기술과 지구온난화로 마주칠 이상기후에서 양자택일을 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문헌&자문>

- Seungmok Paik, Seung-Ki Min*, Carley E. Iles, Erich M. Fischer, Andrew P. Schurer, "Volcanic-induced global monsoon drying modulated by diverse El Niño responses", Science advances (2020) Vol. 6, no. 21 (DOI: 10.1126/sciadv.aba1212)
- Jonathan Proctor*, Solomon Hsiang, Jennifer Burney, Marshall Burke & Wolfram Schlenker, "Estimating global agricultural effects of geoengineering using volcanic eruptions", nature (2018) 560, 480–483 (doi.org/10.1038/s41586-018-0417-3)
- 민승기 포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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