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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 재심의견을 요구하는 이유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 재심의견을 요구하는 이유

SBS 뉴스

작성 2020.07.06 03:42 수정 2020.07.06 17: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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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혀를 깨물다 - 74세 최말자의 역사적 여름 ③

일흔넷 최말자가 억울한 56년을 말했다.

5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혀를 깨물다 - 74세 최말자의 역사적 여름'를 부제로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이 조명됐다.

이날 방송은 1964년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며,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선고를 받은 열여덟 최말자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말자는 사건이 벌어진 5월 6일을 "길을 가르쳐주고 돌아서 오려고 하는데 내 어깨를 잡고는 뒤에서 발을 걸었다. 망치가 때려도 그렇게, 그럴 정도로 머리가 띵하고 넘어지니까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까 가슴에 눌린 게 없어졌고, 일어나려고 하니까 입에 뭔가 있는 느낌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뱉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피의자 노 씨(당시 21세)의 가족은 최말자의 가족에게 '혀가 끊긴 것도 인연이니 벙어리가 된 아들과 결혼하자'고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다. 최말자 가족이 이를 거절했고, 피의자 노 씨는 최말자를 중상해죄로 맞고소했다.

당시 판결을 두고 김수정 변호사는 "이 검사는 21살의 청춘이 한순간에 혀가 잘리는 장애를 얻게 됐다는 거기에 방점을 뒀다"라며 "가해자가 피고인이어야 하는 거지 않나. 저는 이 사건을 '혀 절단 사건'이라고 하지 않고 '혀 절단으로 방어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지금 관점에서는 무죄가 나왔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승한 변호사도 "검찰에서 남성의 강간이라고 하는 침해를 날려버리니까 정당방위가 될 게 없어져버리는 거다. 그러니 혓바닥이 잘린 중상해의 결과만 남긴 거다. 제일 잘못된 거는 남성의 강간미수, 수사하지 않은 셈이 되었다. 가해 남성이 다른 행동을 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사건 이후 최말자의 집에는 가해자와 동조자들의 보복이 이어졌다. 최말자는 "낮에 오후 네 시 됐나. 열 명이 집에 쳐들어와서 한 놈은 마구간 소를 끌고 나오고, 이놈은 부엌에 가서 식칼을 들고 나와 마루를 두드리고 올라왔다. 지를 병신 만들었다고 죽인다고. 욕을 하고 난리를 쳤다"라고 증언했다.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이 사건이 있고부터 마을 지나가면 머스마들 자기들끼리 '말자 가시나 저기 간다'... 그 말자라는 이름이 너무 싫은 거다. 그런 수모를 겪은 걸 말로 다 못한다. 한두 번이겠나. 그 화살이 부모 형제한테도 가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말자는 "나는 억울해서 그냥 죽을 수는 없다. 밝히고 죽어야 될 거 아닌가. 이미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할 거다. 이제 시작이다. 끝을 봐야지"라고 단언했다.

지난 5월, 일흔넷의 최말자는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최말자는 "겪은 게 56년인데, 현재도 이런 현실이라는 데 너무도 분노한다. 저의 억울함을 풀고 정당방위가 되어서 무죄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심의견서는 '다른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고 볼 수 없으므로 법해석상 재심 개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말자는 "정의가 없다. 읽어볼 이유가 없다"라며 분노했다.

한편 김수정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 수사가 있었다고 할머니의 진술을 통해 확인되는 부분들이 있다. 구속 이유에 대해, 변호인 선임권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최말자는 당시 검찰조사에 대해 "안 때렸다 뿐이지 잡아먹을 듯이 압박을 줬다"라고 증언했다.

(SBS funE 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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