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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 조짐 속 해외 한국인 근로자 안전 '초비상'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07.03 05:28 수정 2020.07.03 07: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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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속에서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최근 이라크에선 한국인 노동자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다가 목숨을 잃었고 미국과 인도 등에선 현지직원이 감염돼 공장이 멈췄습니다.

해외건설 주요 시장으로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한 중동지역이 의료체제가 부실해 특히 우려가 큽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8개 국 1천620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1만1천988명에 달했습니다.

제조업 등까지 범위를 넓히면 외국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1만1천953곳이 해외에 파견한 본사 인력은 6만6천여 명이었습니다.

중동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2명,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명 등 한국인 노동자 3명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사망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지 건설공사와 관련해 파견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라크에서 사망한 2명 가운데 1명은 장티푸스를 진단받고 현지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지난달 16일 목숨을 잃은 뒤 사후 코로나19가 확진됐습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수도 바그다드 외곽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한화건설 협력업체 소장 이 모(62)씨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 씨와 같은 건설현장에서 일한 한화건설·협력업체 직원 10명이 귀국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UAE 두바이에서 5월 초 사망한 50대 중반의 건설사 주재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도중 숨을 거뒀습니다.

UAE에선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석유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5명을 비롯해 70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기도 했습니다.

5월 초엔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건설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지역 18개국 313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해외파견노동자는 5천625명입니다.

이라크의 경우 수도 바그다드와 카르발리, 바스라 등의 현장에 필수인력 1천여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재택근무와 통행 금지 등을 시행하면서도 대형 인프라 사업은 예외로 분류했습니다.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마쳐야 하는 건설업체들로선 '예외'로 인정된 상황에서 공사를 멈추긴 쉽지 않습니다.

의료체계가 부실한 중동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거셉니다.

실제 최근 중동지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만5천여 명씩 나옵니다.

한국기업 사업장이 많은 걸프지역 6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8천 명 안팎입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멕시코에선 현지 한국기업의 한국인 직원 10~2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감염자 대부분이 증상이 가볍거나 없었고 현재 완치됐다고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전했습니다.

사망자나 집단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정유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현대엔지니어링 소속 한국인 노동자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이들 외에 인도네시아 교민·주재원 가운데 확진자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자카르타나 발리에서 귀국하자마자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은 현재까지 8명가량 나왔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인도에서는 교민과 주재원 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에서는 한국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공장이 멈추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세계 최대규모인 뉴델리 인근 삼성전자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은 지난달 초 현지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을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멈췄습니다.

기아자동차 안드라프라데시주 공장에서도 직원이 확진돼 비상이 걸린 바 있고, 현대자동차 첸나이 공장에서도 현지직원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두산중공업 등 다른 한국기업 현장·사무실에서도 적지만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미국도 주재원 등 한국인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현지직원이 감염돼 공장을 멈춰야 했던 경우가 나왔습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 3월 18일 현지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폐쇄돼 47일만인 5월 4일에야 재가동됐습니다.

당시 앨라배마 공장서 엔진을 공급받던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방역을 위해 덩달아 멈춰 섰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의 삼성전자 공장이나 미시간·테네시·앨라배마의 LG전자 공장도 현지직원의 코로나19 감염이나 지역당국의 자택대기령 등에 가동을 멈춘 바 있습니다.

현재는 다시 가동되고 있으며 재가동 이후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서는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 박닌공장의 현지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건물 일부가 폐쇄되고 직원 220여 명이 한때 격리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처음 시작된 중국은 한국기업 주재원이나 신속통로(기업인 입국 간소화)로 들어온 노동자들의 감염사례는 없었습니다.

일본도 교민들을 중심으로 경증환자가 몇 차례 나왔으나 생명이 위태롭거나 집단감염으로 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서는 등 대유행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면서 기업들은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현지 보건당국과 협력하면서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공장과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화건설은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1만 명가량의 노동자에게 숙소에서 '1인 1실'을 쓰도록 하는 등 사실상의 격리 조처를 시행했습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와 협의해 공사를 일단 중단했다"며 "한국인 노동자 150명을 비롯해 현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을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각자 고향으로 귀국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대사관도 한국인 귀국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유엔 특별기에 남는 자리를 얻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한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370명을 귀국시켰습니다.

오는 5일에도 40여 명이 유엔 특별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중동지역서 귀국한 노동자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는 데 따른 대책도 마련됐습니다.

홍영기 주쿠웨이트 한국대사는 "중동지역에서 무증상으로 귀국한 뒤 한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라며 "이들의 정보를 즉시 파악해 확진자와 (쿠웨이트) 현장에서 접촉한 한국인과 직원을 격리하고 검사받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중동지역 파견 건설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방역물품 반출·반입 지원과 응급화상 의료상담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최근 임시허가가 내려진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해외 건설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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