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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인천공항, 왜 분노하나 : '직고용' 발표 불과 4일 전 받은 법률 자문 답변서…그 속내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법률 자문서 단독 입수

요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매일같이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하루에 한 번 꼴로 출입 기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1일)의 경우 두 건의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4년간 4,800명 정규직 전환 인천공항, 올 신규채용 1명'이라는 기사와 한겨레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추진 3년,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기사에 대한 반박성 해명자료였습니다.

인국공

두 보도 모두 눈길이 갔는데요. 이중 한겨레 보도는 제가 이틀 전 작성한 취재파일( ▶ 인천공항, 분노한 이유 : 부러진 펜? 부러진 합의와 공약의 수성)과 비슷한 취지의 기사라 더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특히 인천공항은 한겨레 기사의 한 단락을 콕 집어 직접 반박했습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사정을 잘 아는 노동계 인사는 "처음부터 정규직 노조는 물론 공사 쪽도 직접 고용을 크게 반대했다"며 "노사 모두 현 정부가 임기 중반 레임덕에 빠지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계속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1·2·3기 협의회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4월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하자 결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 20.06.30. [뉴스AS]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추진 3년,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선담은 김양진 기자 -


인천공항 측은 여론 갈등의 시발점이 된 이번 정규직 전환 발표가 '총선 압승'과는 무관하다고 딱 잘라 얘기했습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약 130여 차례 논의와 조율을 통해 순차적으로 합의를 진행했고 직고용 관련 법적 이슈는 3기 노사전협의회에서 수차례 외부 법률 자문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발표했다는 겁니다.

위 해명은 도돌이표처럼 보입니다. 인천공항은 지속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이미 2017년 1기 노사전 합의부터 보안검색요원 등은 본사 직고용 대상 대상으로 합의가 됐기 때문에 절차대로 직고용 방안을 추진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조, 한국노총 비정규직 노조, 또 보안검색노조 등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1, 2, 3기 합의안에 동의 여부에 따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정규직 노조와 인천공항공사의 주장이 대립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법적 문제 해소를 고려해 별도회사로 사업부제 방식으로 타 직무와 구별해 편제, 운영한다"는 올해 2월 작성된 '3기 노사전 협의회'의 문구입니다.

인국공 논란

다시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공항 내 보안검색요원은 무기를 소지할 필요성이 있고 또 국가 보안 시설인 만큼 파업 등 쟁의 활동에 제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보안 요원을 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려면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 공항법이나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이란 직군은 인천공항이 직접 고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인천공항은 지난해 법무법인 김&장과 법무법인 바른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고 법무법인들은 1) 관련법을 고치거나 2) 차라리 법을 고칠 필요 없는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라는 제안을 합니다.

● 후순위로 밀렸던 '청원경찰 직고용 방안' 두 달 만에 뒤집혀

그런데 말입니다. 특수경비원과 달리 청원경찰 제도는 인천공항공사의 내부 검토 보고서와 올해 4월 법무법인 바른의 용역 보고서 등에서 수차례 단점이 지적된 안입니다.

지난해 12월 26일 16차 실무협의회에선 '노령화 및 관료화와 비용부담 증가로 청원경찰은 특수경비원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며 또 현재 청원경찰을 줄이는 국가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영재 취파용

올해 4월에 나온 '제3기 노사전협의회 합의 관련 후속 조치 보고' 문건에서도 법령을 개정해 특수경비원이라는 직군으로 고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법률 개정방안 검토 및 의원입법 추진 기간이 4월부터 12월로 적시돼 있군요. 4월부터 차근차근 법 개정을 통해 3년 전 약속한 직고용을 달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홍영재 취파용
홍영재 취파용

그런데 두 달 뒤인 6월 22일, 지난주 월요일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의 마침표를 찍는다며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특수경비원이 아닌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면서 특수경비원이 고용이 가능한 법 개편을 검토했지만
1) '도급계약'을 전제하는 경비업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2) 청원경찰을 고용한 다른 공항과 달리 인천공항만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보안검색요원을 고용하면 형평성 및 일관성 문제
3) 공항운영, 서비스가 주된 업무인 공사가 특수경비업을 수행하면 기본적인 역할이나 임무에 배치된다며 법 개편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정규직 노조는 반발했습니다. 청원경찰로의 고용은 애초에 1순위 안이 아니었고 앞서 보셨듯 인천공항공사 스스로도 4월까지 부정적으로 보던 안이었기 때문이죠. 노조는 청원경찰안이 선택될지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혹시나 싶어 위에 1), 2), 3)처럼 법을 개정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온 문건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외부에 공개된 문건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 4월에 나온 법무법인 바른의 법률 자문 용역 보고서에서도 "청원경찰은 여러 이유로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다. 항공보안법 혹은 경비업법 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합니다. 법 개정을 하면 안 된다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구는 없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지난주 정규직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자문 결과를 뒤집는 또 다른 법률 자문을 일주일 후 받아 졸속으로 정규직 전환 마무리를 선언했다"고 했죠. 새로운 법률 자문의 내용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실에서 인천공항공사가 법무법인에 보낸 질의서와 그 답변을 구해주었습니다.

● 정규직 전환 발표 D-6 : 인천공항, A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 질의서를 보내다

인천공항공사가 직고용을 발표한 보안검색요원 1,902명 중 다수는 6월 말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보안검색요원들을 일단 자회사로 편제한다는 안이 3기 합의안에 적혀 있었습니다. 이후 차근차근 법적 문제 해소를 위해 스텝을 밟아나가자는 건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인천공항공사는 6월이 지나기 전 구체적 직고용 계획을 확정시켜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인천공항이 정규직 전환 발표 날짜인 6월 22일로부터 불과 6일 전 A 법무법인과 나눈 질의서와 답변서에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지난 6월 16일, 공항공사는 A 법무법인에 '보안검색직원 정규직 전환방식'과 관련한 법률 질의를 합니다. 해당 질의서에서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부터 정부 비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에 따라 1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며 현행법상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4월에 있었던 법률 자문 용역 결과(법무법인 바른의 용역보고서를 뜻합니다)를 설명하며 "유사시 공항 방호체계 확보 및 안정적 공항 운영 위해 보안검색요원의 특수경비원 지위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를 위해 공항공사법 또는 항공보안법 개정이 타당하다"고 설명합니다. 문구를 직접 보시죠.

홍영재 취파용

다음으로 이 취재파일을 쓰는 이유이자 핵심인 '법 개정 시 예상 문제점' 항목입니다. 인 천공항공사는 1) 입법과정에서 어려움 예상 2) 관계자 회의에서 경비업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예외에 해당한다며 법적 안정성 저해 등 문제가 우려됐다고 설명합니다.

홍영재 취파용

여기서 말하는 관계자 회의는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한 회의를 말합니다. 지난 4월 이후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는지 도통 알 수 없었던 관계기관 회의의 논의 방향이 처음 확인된 겁니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 사유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입법 과정이 어려움이 예상된다느니 또 1순위로 고려하던 법 개정을 통한 특수경비원으로서의 고용을 진행하기엔 사실 문제가 있다느니 이런 논의 지점들에 대해 몰랐다는 겁니다. 앞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법률 개정과 의원입법을 추진하겠다던 계획과 전혀 딴판이라는 얘깁니다.

● 정규직 전환 발표 D-4 : '가망 없는 법률개정'과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라며 돌아온 답변

답변서를 볼까요? 이틀 후인 지난 6월 18일, 법무법인 A는 인천공항공사에 법률 검토 답변서를 보냅니다. 이 역시 하태경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A 법무법인은 법 개정으로 가능한 3가지 대안(인천공항공사법 개정/항공보안법 개정/경비업법 개정)을 조목조목 분석합니다. 이중 항공보안법과 경비업법은 여타 공항과 경비업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법에 보안검색에 관한 특칙을 두는 방법에 대해 개정 추진이 용이하고 다른 기관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해당 방식을 추천합니다.

다음 단락에선 법 개정 없는 청원경찰로의 직고용도 가능하다면서 1) 법 개정안과 2) 청원경찰안을 비교합니다. A 법무법인 역시 앞서 청원경찰 제도의 단점으로 꼽혔던 관료화, 노령화 등을 꼽으며 법률 개정안이 나은 방안이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해도 개정 여부와 개정 시점 등 문제를 지적합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가 법률질의를 하며 제기했던 문제입니다

A 법무법인은 답변서 말미에 "법률 개정은 실현 여부가 매우 불명확하고 보안검색 요원의 기존 용역계약 만료를 1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아 재차 직고용 시기를 예상할 수 없는 방안을 택하는 건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최종적으로 청원경찰로서의 직고용 방안을 권고한 겁니다.

홍영재 취파용

취재파일 분량상 A 법무법인의 전체 답변서를 옮길 순 없겠지만 A 법인은 인천공항공사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법 개정안과 청원경찰안 등 법률 검토를 충분히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의뢰를 받은 인천공항공사의 현실적 여건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적절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선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고 조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청원경찰로 직고용하자는 논리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답변서를 확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A 법무법인으로부터 답변서를 받고 바로 4일 후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 최종 발표'를 진행했으니까요.

물론 지난 4월에 정해졌던 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그 방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승적인 목표를 위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왜 지난 열흘동안 인천공항공사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와 분노가 터져 나왔는지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결정 과정에 배제됐던 이해 관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선 '결단'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노조 등 이해관계자 입장에선 '깜깜이 결정'에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격한 항의 받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정규직 전환 발표 D+10 : 갈등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이번 취재파일에선 지난달 22일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최종 발표 후 정규직 노조가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배경을 새롭게 확보한 자료로 분석해봤습니다. 취재파일 말머리에 타언론사의 기사의 한 구절을 인용했습니다만 추측이자 해석일 뿐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선 3년 전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법적 문제 해소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단번에 직고용 약속을 해결할 수 있는 '청원경찰안'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결정을 발표 때까지 최대한 알리지 않고 말이죠.

3년간 이어진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작업은 일단락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엊그제(6월 30일) 자회사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보안검색요원 노조 A와 B 지부는 계약을 보류했습니다. A, B 지부는 직고용되기 전 인천공항 경비에 임시편제 되는 걸로 인천공항공사가 밝혔지만 노조에서 근로계약서 자체에 수습 기간이 부당하게 설정됐고 업무 범위 등이 잘못 기재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 A, B 지부는 올해 2월 3기 협의 때 임시편제 자체는 동의하지 않았다며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향후 직고용 시 채용 절차도 문제입니다. 2017년 5월 12일 이후 인천공항 비정규직 입사자들은 공개 경쟁 채용을 거쳐야 하는데 이미 직고용이 결정돼 채용이 진행 중인 소방직의 경우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다고 합니다. 노조 측에서는 탈락자 발생 시 구제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풀어야 할 매듭은 여전히 남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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