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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밥그릇 탐하는 방사청…'사업관리 낙제'의 과거는 어떡하고

[취재파일] ADD 밥그릇 탐하는 방사청…'사업관리 낙제'의 과거는 어떡하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7.02 08:57 수정 2020.08.20 09: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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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ADD 밥그릇 탐하는 방사청…사업관리 낙제의 과거는 어떡하고
사상 최대 자료 유출 사건으로 창립 이래 최대의 궁지에 몰린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임무의 상당 부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토론, 공론화의 과정을 거친 개혁이라면 환영할 텐데 방위사업청이 불쑥 제기해 밀어붙이는 모양새입니다. ADD 조직원들은 당황스러운데 ADD의 책임자 남세규 소장은 이 상황을 웃으며 지켜보는 괴기스러운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바로 '국방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 조정 방안'입니다. 지난달 26일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보고됐습니다. 일반 무기의 개발사업은 민간 즉 방산업체에 이양하고 ADD는 첨단 무기 개발에 집중하자는 구상입니다. 말은 그럴듯하고 ADD의 개혁 방향과도 맞습니다. 하지만 일반 무기의 범주가 엉터리이고 일반 무기 개발사업의 관리 기관은 더욱 가관입니다.

민간에 이양한다는 일반 무기 개발 사업에 첨단 유도무기를 집어넣고 사업관리는 방사청이 하겠다고 합니다. 인력과 기술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ADD조차 성공을 장담 못 하는 첨단 무기의 개발을 ADD 배제한 채 방사청이 업체들 이끌고 하겠다는 겁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딴 데 신경 끄고 첨단 무기만 열심히 개발하도록 하는 ADD의 개혁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료 유출 사건으로 ADD는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합니다. 힘 있는 자가 자리보전해줄 테니 입 다물고 내놓으라고 하면 뭐든 바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ADD 주관으로 LIG 넥스원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모형
● 한국형 타우러스·SLBM이 만만한가

방사청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보고한 국방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 조정 방안에 따르면 ADD 주관에서 업체 주관으로 조정되는 사업은 4가지입니다. 한국형 수직발사체, 경어뢰 성능 개량, 130mm 유도로켓-Ⅱ,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입니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은 한국형 전투기 KF-X에 장착할 한국형 타우러스 미사일입니다. KF-X의 공대지 공격을 도맡을 무장의 개발입니다. 계획이 어긋나 개발이 늦어지면 KF-X는 공대지 무장 없는 '깡통 전투기'를 각오해야 합니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의 개발 의의도 크지만 개발 난이도도 높습니다. 사거리가 400km 이상이고 지형을 따라 초저공 비행을 하며 적의 레이더를 피해야 합니다. 위성, GPS, 무장사의 조종 등 3단계 유도 비행을 한 뒤 콘크리트 수 미터를 뚫고 폭발하는 미사일입니다.

독일, 미국 정도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ADD 주관으로 LIG넥스원이 탐색 개발 중인데 제때 개발될 가능성, 최종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방사청이 ADD 밀어내고 운전대 잡으면 앞날은 더 막막해집니다.

한국형 수직발사체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입니다.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입니다. 장보고-Ⅲ급 잠수함에 장착될 예정입니다. 위협적인 북한의 신포급 또는 고래급 잠수함도 SLBM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역시 고난도 개발사업입니다. SLBM의 핵심인 콜드 론치(Clod Launch) 기술은 이미 국산 지대공 요격미사일에도 적용된 터라 안정적이긴 해도 수중 콜드 론치는 또 다른 차원입니다. 업체 주관으로 시도해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만만한 무기가 아닙니다.

● 방사청, 낙제 성적표 들고 조직 확대 노리나

방사청은 지금까지 몇 차례 사업관리를 책임지고 개발은 업체에 일임해 무기 개발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성공 사례를 제시해달라는 요청에 방사청이 내놓은 건 없습니다. 실패 사례는 많습니다.

섬광탄과 5인치 함포 관통탄은 체계개발 단계에서 무릎 꿇었습니다. 단거리 대전차 화기는 탐색 개발 단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독수리 고속정, 1,500마력 파워팩은 성능이 미흡합니다.

탄과 대전차 화기, 고속정 사업은 상대적으로 쉬운 개발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했습니다. 방사청의 사업관리 즉 정책의 실패, 업체의 기술 부족 때문입니다. 수월한 개발도 못 하는 방사청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수직발사체 같은 고도의 첨단 무기를 업체와 단둘이서 만들겠다고 하니 믿음이 생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립 50년 만에 최대 궁지에 몰린 ADD의 밥그릇을 방사청이 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방사청은 ADD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강은호 방사청 차장의 국방부 기자단 브리핑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6월 25일 강은호 방위사업청 차장 브리핑 당시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기자 : 방사청이 큰 임무를 새로 맡아서 권한을 강화하는 것 아닌가.
강은호 차장 : 방사청의 사업관리를 사실 ADD가 맡아주면 (방사청은) 훨씬 편하다. 업체 주관으로 넘기면 저희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이 4배 이상 늘어난다.


방사청이 개발사업을 관리하고 업체가 개발하면 방사청의 일은 크게 늘어납니다. 강은호 차장 말대로 4배 이상 많아집니다. 기존 인원, 기존 조직으로는 감당 안 됩니다. 방사청은 인원 늘리고 조직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사업 예산도 방사청이 쥐게 됩니다. ADD가 할 때보다 돈도 많이 듭니다. 방사청의 사업관리 실력과 실적은 낙제 수준이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 ADD 책임자는 뭐 하고 있나

지난달 25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기자와 강은호 차장이 연구개발 사업 주관기관 조정 방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할 때 난데없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 계획으로 ADD의 권한이 많이 침해될 것 같다"고 기자가 질문할 때였습니다. 남세규 ADD 소장의 웃음이었습니다.

6월 25일 남세규 ADD 소장 브리핑 당시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ADD가 자료 유출 사건으로 지탄을 받은 데 이어 몸통 절반이 잘려 나갈 운명에 처했는데 ADD의 총책임자는 그 상황에서 웃었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ADD의 한 연구원은 "내부 토론회도 없었고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논의됐는지도 모른다", "소장의 웃음소리는 공포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간부는 "마음 같아서는 소장에게 왜 웃었는지 직접 묻고 싶은 심정이다", "남 소장은 자료 유출 사건의 책임을 질 사람이지 ADD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ADD 개혁, 꼭 해야 합니다. ADD는 첨단 무기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개발사업의 관리, 수월한 무기 개발은 다른 기관, 업체에 맡겨도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서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언제 어떻게 협의했는지 모르게 추진하다 보니 수포자에게 수학 경시대회 학교 대표 맡기는 식으로 일이 가고 있습니다. 



<알립니다> [취재파일] ADD 밥그릇 탐하는 방사청…'사업관리 낙제'의 과거는 어떡하고 관련

본 지는 지난 7월 2일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국방 연구개발 사업 주관기관 조정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업계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추진한 일로서 ADD가 핵심·첨단 기술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고 방위사업청이 ADD의 기능을 빼앗아 인력 및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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