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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심상치 않은 도쿄 코로나…'경보' 수치 기준 왜 없앴을까?

[월드리포트] 심상치 않은 도쿄 코로나…'경보' 수치 기준 왜 없앴을까?

"종합적으로 판단"…이해할 수 없는 조치 배경은?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07.01 15:37 수정 2020.07.01 16: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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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제2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코로나 확산 추세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전국에 발령했던 코로나 긴급사태를 이미 지난달 말에 모두 풀었고, 지난달 19일부터는 지자체 간 경계를 오가는 여행에 대한 자제 요청까지 해제하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수도 도쿄의 상황이 꽤나 심각해 보입니다. 어제(6월 30일)까지 닷새 연속으로 도쿄의 하루 추가 확진자 수는 50명을 넘었습니다. 5월 마지막 주(24일~30일)의 신규 확진자 하루 평균이 13.4명이었는데, 6월 같은 기간은 55.1명입니다. 수치를 단순 비교해도 41.7명이나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도쿄도(都)의 자체적인 외출 자제 요청인 '도쿄 얼러트(Alert, 이하 경보)'는 이미 해제된 상태인데,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경보의 '재발령'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습니다. 신규 확진자 숫자는 늘었지만 대다수가 이른바 '밤거리', 특히 신주쿠 일대의 유흥가에서 나오는 등 '발생 범위'가 한정돼 있고,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선제적' 감염 검사가 주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마스크를 쓴 일본 도쿄의 시민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도쿄 경보'는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설정된 구체적인 수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① 하루 신규 감염자 수 20명 이상(1주일 평균), ②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 불명이 50% 이상(1주일 평균), ③ 이전 1주일 대비 양성자 증가 비율 1 이상이라는 조건입니다. '도쿄 경보'가 해제된 지난달 11일에도 이상의 조건을 충족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최근 1주일간 도쿄의 코로나 현황을 보면 '도쿄 경보'를 다시 발령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듯, 6월 24일부터 30일까지의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숫자가 55.1명으로 기준 ①을 3배 이상 웃돌고 있고, 그 전주와 비교했을 때의 증가 비율도 당연히 1을 넘어 기준 ③도 충족합니다. 오늘(1일) 도쿄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의 비율은 딱 50%로, 기준 ② 역시 도달한 상태입니다. 기준이 모두 충족된 상태이므로 다시 '도쿄 경보'를 발령하는 게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도쿄도는 '괜찮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도쿄 주민들의 불안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텅 빈 도쿄의 지하철
게다가 도쿄도는 어제 기존의 '도쿄 경보' 발령 기준 3가지를 오늘(1일)부터 모두 폐지했습니다. 대신 새로 만든 기준이라면서 7개를 제시했습니다. ① 신규 감염자 수, ② 경로 불명 감염자 수와 증가비, ③ 구급센터 발열 상담 건수, ④ 중증 환자 수, ⑤ 입원 환자 수, ⑥ 감염 검사의 양성률(전체 검사자를 양성자 수로 나눈 수치), ⑦ 환자 이송 병원 선정이 곤란한 사례 숫자가 새로운 7개 기준입니다. 도쿄도는 한 발 더 나가 아예 앞으로 '도쿄 경보'를 내지 않고, '외출 자제'처럼 행동 제한 요청을 하는 것으로 경보를 대체하겠다고 했습니다.

3개에서 7개로 전보다 기준이 더 많아졌고, 전에는 없었던 '의료 체제'도 포함됐으니 한층 엄격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도쿄도는 7개의 새 기준에 '수치 기준'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감염자가 몇 명 이상, 이 가운데 경로 불명이 몇 퍼센트, 발열 상담 건수 몇 건 이상, 입원 환자 수 몇 명 이상, 이런 숫자 기준을 모두 없애고 그 대신 '모니터링 회의의 평가를 기초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한 겁니다. 대략 1주일에 한 차례꼴로 7개 기준별 현재 상황을 전문가가 제출하면, 이를 기초로 전문가 회의에서 주민에게 '행동 자제'를 요청할지 말지를 논의해서 발표하겠다는 게 새로운 감염 대응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현장 감각으로 감염 실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체 감염 상황이 어느 정도가 돼야 외출 자제나 음식점 휴업 요청을 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텅 빈 도쿄의 하네다공항
도쿄도는 왜 멀쩡한 '도쿄 경보' 발령 기준, 즉 수치를 없앴을까요? 의심은 한 지점으로 모입니다. 바로 이번 주 일요일(5일)에 열리는 도쿄도지사 선거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지금 상황이라면, 또 예전의 3개 기준이 유효하다면 당연히 '도쿄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는 외출 자제, 음식점 등에는 영업 자제를 요청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연히 불만이 높아질 겁니다. 차라리 지금까지 '도쿄 경보'가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최근 감염 증가를 이유로 들면서 불편을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미 경보를 모두 해제한 상황에서 '다시 불편한 생활로 돌아가 달라'고 하는 것은 특히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얘깁니다. 도쿄도는 '국지적 확산'이라며 지금 상황에 애써 눈을 돌리고 있지만 감염 확산 상황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현재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고이케 도지사를 향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아무리 도쿄도지사 선거가 고이케 현 지사의 '낙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선거 이슈가 '코로나 대응'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바로 그 '코로나'로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다면 막판에 분위기가 급반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감염 확산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도쿄 경보'의 수치 기준을 그대로 두면 '왜 경보를 다시 발령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높아질 것이 뻔하니까 '도쿄 경보' 자체와 수치 기준을 아예 없애고, 그 대신 몇 개의 기준을 더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일단 선거까지 버틴 다음에, (예상대로) 재선에 성공하면 그때 다시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분위기를 잡으면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일) 도쿄의 신규 감염자 수가 67명으로 발표됐습니다. 긴급사태 해제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도쿄의 감염자 수로는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도쿄 경보'는 짧은 수명을 뒤로하고 사라졌고, 앞으로는 수치 기준 없이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행동 자제' 요청 여부가 결정됩니다. 도쿄도가 행동 자제를 요청하든 보류하든, 주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사라져, 마치 '블랙박스'처럼 되어버린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고이케 도지사와 도쿄도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도쿄 경보'와 수치 기준을 '대놓고' 없애버린 이유에 안정적 재선을 노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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