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2021년 최저임금 줄다리기 본격 시작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작성 2020.06.30 11:40 수정 2020.06.30 17: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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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사진=연합뉴스)
장마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회의도 돌아왔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보통 매년 7월 중순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합니다. 법정 결정 시한이었던 6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3번째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올해도 법정 시한은 넘기게 됐지만, 시한보다 중요한 건 적절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 적절한 수준에 대한 합의를 만드는 게 가능하긴 한가 싶을 정도로 참 어렵지만요.

●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동일하게 적용키로

3번째 전원회의의 주요 쟁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문제였습니다. 지난해에도 이 문제를 두고 노사가 큰 견해 차를 보여 회의가 수차례 중단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용자 측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고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만큼 올해야말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도입해야 하는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동자 측 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이 업종별 갈등을 야기하고 고용 안정성이 저해된다며 반대했습니다.

노사 견해 차가 팽팽한 상황,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는 비교적 이른 오후 5시 반쯤, 2시간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결과는 차등 적용 찬성이 11명, 반대가 14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습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각각 9명씩으로 구성된 노·사 위원들이 모두 각기 찬·반을 선택했다고 유추했을 때, 공익위원들 9명 가운데 2명은 찬성, 5명은 반대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으로 운영됩니다.)

최저임금 인상
● 노측 "1만 원 이상" vs 사측 "동결 이상은 어려워"

이제 남은 건 내년도 최저임금의 수준입니다. 오늘 구분 적용 문제를 합의한 위원들은 오는 7월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양 측의 최초 제시안을 제안하고 그 근거를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최초안이 7월 3일 8차 회의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시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전원회의의 차수가 훨씬 적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로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과 회의 역시 예정된 일정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결정된 올해의 최저임금은 8천590원입니다. 월급으로 치면 179만 5천 원 정도 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년간 매해 10% 넘게 급등했던 최저임금은 지난해에는 3%에 못 미치는 소폭 인상으로 숨 고르기를 거쳤습니다. 노동자 측은 지난해 인상률이 낮았던 만큼 상당한 수준의 인상 폭을 처음에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올해보다 25.4% 올리는 1만 770원 안을 제시했고, 한국노총 역시 1만 원 수준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까지 집어삼킨 상황. 수출이 말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비스업 고용 위기까지 현실화한 상황입니다. 고용을 그저 유지하는 문제가 절박하다 보니 노동자 전반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최저임금 결정은 가장 어려운 노동자들의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임금 부담이 무거운 영세한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측은 아무리 양보해도 동결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로 지체된 논의…남은 시간은 보름

이렇듯 노사의 견해차가 크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보름가량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위원회에 3월 31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고, 최저임금법상 위원회는 90일 이내에 최종안을 결정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90일째인 6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은 합의안은 커녕 최초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했습니다.

예산안만큼이나 최저임금 결정 시한도 참 잘 안 지켜집니다. 따로 제재나 벌칙조항이 없다 보니 최근 10년간 이 시한이 지켜진 건 한 번뿐입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큰 책임을 느낀다. 시한을 지키기 위해 최선 다했지만,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다. 이해해달라"면서 유감을 표했습니다. 노동자 측 김만재 위원은 "허송한 세월이 많다. 90일이라고 얘기하지만 75일 정도는 무의미하게 보냈다. 책임과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위원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결정을 한없이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다른 법정 시한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법정 고시는 8월 5일까지 이뤄져야 합니다. 고시에 앞서 재심의 요청 등 행정 절차를 밟으려면 7월 중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심의를 마쳐야 합니다. 8월 5일로 고시일이 못이 박혀있는 만큼 이 시한은 넘겨선 안 됩니다. 지난해에도 밤샘 회의가 이어진 끝에 7월 12일 새벽에 합의안이 나왔고, 2018년엔 14일, 그 전해에는 15일, 그 전해에는 16일에 결정됐습니다.

경영계도 감당할 수 있고 노동자의 삶의 수준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최저임금은 어쩌면 없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저울에 무게추를 더 얹을지를 놓고 앞으로 약 보름간 최저임금위원회는 숱한 토론과 치열한 논의를 거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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