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머슴처럼 일하다 해고" 원로배우 매니저 폭로

해당 배우 "그전에 있던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해왔어"

장훈경, 홍영재 기자 rock@sbs.co.kr

작성 2020.06.29 21:10 수정 2020.06.29 22: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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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경 기자>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 원로배우 A 씨.

A 씨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최근 해고된 김 모 씨를 저희 취재진이 만났습니다.

김 씨는 배우의 일정을 관리하고 이동을 돕는 매니저로 알고 취업했는데, 두 달 동안 배우 가족들의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는 머슴 같은 생활을 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김 씨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취재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3월 한 취업사이트에서 연예인 매니저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유명 원로배우 A 씨를 보조한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기대와 달랐습니다.

매니저 업무 외에 A 씨 집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배우 A 씨 아내 : (가족들이) 낮과 밤이 바뀌었잖아. 그래서 분리수거를 나갈 때는 못 해. 졸려가지고. 힘들어가지고]

배달된 생수통을 집 안으로 옮기고,

[배우 A 씨 아내 : 언제쯤 오지? 물 배달이 와서 들어줘야 되니까 오면 올라오세요.]

잡다한 심부름까지 맡아 했습니다.

매니저 머슴처럼 일 시킨 유명 원로배우 A 씨
[배우 A 씨 아내 : 신발, 그 슬리퍼 안 맡겼지? 돈 달라면 주지마, 저번에 다 줬어.]

A 씨 부인은 자신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하고,

[배우 A 씨 아내 : 나는 내 이야기가 법이야. 너한테 항상 그러잖아. 긴 얘기 난 싫어하잖아.]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막말도 했습니다.

[매니저 : 저한테 이 멍청하냐고 둔하냐고 하면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하면은…]

[배우 A 씨 아내 : 그거는 내가 습관이 들어서 그러니까 내가 조심한다고 그러잖아.]

[김 모 씨/배우 A 씨 매니저 : 그 남자 (손자)도 있잖아요. 덩치도 좋고 한데 절대 안 시켜요. 사소한 것도 제가 할 일이에요. 저를 매니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의 머슴 수준으로 생각해서.]

두 달 동안 주말을 포함해 쉰 날은 단 5일, 평균 주 55시간 넘게 일했지만, 휴일·추가근무 수당은 없었고 김 씨가 받은 것은 기본급 월 18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회사에 4대 보험이라도 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직접 고용하지 않은 A 씨 가족에게 같은 요구를 했다고 질책했습니다.

[매니저 : 차 세우고 울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제 잘못이 뭔데요, 도대체.]

[회사 대표 : 네가 운전을 못했거나 뭘 못했거나 그걸로 뭐라고 하지는 않잖아. 내가 너 같이 못 데리고 가. 너는 왜 할머니한테 그 얘기(4대 보험)를 해가지고 너의 직속 상관은 분명히 나라고.]

결국 김 씨는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해고됐습니다.

김 씨를 고용한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서 김 씨가 계약서를 근거로 회사에 따지기도 어려웠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원로배우 A 씨뿐이라고 생각해서 김 씨가 용기를 내 A 씨에게 직접 고충을 털어놨지만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김 씨는 배우 A 씨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매니저 : 선생님 존경하는 분이고 1년 이상은 무조건 하려고 들어온 거고. (그런데) 대표님도 선생님이 어려우니까 이걸 해결을 못 해주더라고요.]

[배우 A 씨 : 사실 그전에 앞에 있던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줬어. 추가근무를 하지만 감안해서 (집안일까지) 다 도와줬단 말이야.]

집안일까지 하기에는 임금과 처우가 낮다고 말했지만,

[배우 A 씨 : 지금까지 내 일을 했던 사람들은 자네가 지적하는 4대 보험 그런 거 하나도 없다고. 그러고 쭉 해왔다고 1년 이상씩.]

결론은 계속 집안일을 도우라는 것.

A 씨와 회사 측은 이전 매니저들은 가족 같았기 때문에 집안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우 A 씨 :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가족이 되니까 그런 부분은 양해하면서 넘어갔던 부분인데.]

[회사 대표 : 아직까지 넌 가족이 아니야. 우리 가족이 아니야.]

하지만 연기자 지망생이던 A 씨의 전 매니저 중 한 명은 "허드렛일까지 시키는 데 너무 악에 받쳤다"며 "꿈을 이용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취재진과 만나 "매니저 채용과 해고는 자신과 아무런 법적 관련이 없고 다만 김 씨가 해고됐을 때 도의적으로 100만 원을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매니저 고용 회사 대표 : (4대 보험 안 들어준 건 매니저가) 고정으로 출퇴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1인 법인인데 저 혼자 하고 선생님을 (매니저가) 혼자 모시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부당해고가 아닙니다.)]

하지만 노무 전문가들의 말은 다릅니다.

[가희진/공인노무사 : 1주에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근로자 같은 경우는 4대 보험에 전부 다 가입해주셔야 합니다.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 미지급 이슈는 잔존합니다.]

고용노동부는 김 씨를 고용한 회사 측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주용진, 영상편집 : 조무환·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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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재 기자>

유명 원로배우의 매니저인데도 김 씨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매니저 김 씨 혼자만의 특수한 상황인 것일까요?

다른 연예인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7년 차 연예인 매니저 B 씨, 계약서도 썼지만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매니저 B 씨 : 계약서상에는 10시에서 7시 이런 식으로 되어 있을 건데 그 외로도 사실 저희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보고요. 하루에 침대에서 자는 시간이 서너 시간….]

매니저 C 씨도 배우의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매니저 C 씨 : 다른 친척들까지 다 해서 큰 차로 해서 결혼식 다른 지방에 갔다가 오는 경우도 있고.]

2018년 연예기획사 1천100여 곳 가운데 매니저 등 매니지먼트 종사자 중 14%가 구두계약이나 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연예기획업계의 65%에 이르는 사업장이 5인 미만이다 보니 근로시간이나 4대 보험을 외면하고 있으며 불만을 표시해도 해당 연예인이 주 수익원인 기획사가 연예인에게 이를 문제 삼기가 어렵습니다.

김 씨의 문제제기에 회사의 대응이 딱 이랬습니다.

[회사 대표 : 선생님이 정 안 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선생님이 어쩔 수 없다면 내가 또 어쩔 수 없잖아.]

[황주혜/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 : 매니저들에 대한 근무 조건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같이 이 일들을 같이 고민해주고 들어줄 수 있는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K팝이 빌보드를 호령하고 우리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시대지만, 국내 연예산업계 노동 환경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서승현·이유진·박상현, VJ : 김종갑·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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