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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판사의 막말에 대처하는 품위있는 방법

[인-잇] 판사의 막말에 대처하는 품위있는 방법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0.06.30 11:04 수정 2020.07.06 18: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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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로 쓴 판결이 화제가 되었다.

"판결문을 받아보는 분은 국민이고,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나라의 주인한테 판결문을 보내는 데 존댓말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라는 판사의 인터뷰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법정에서 만나는 판사들이 법정에서 시민들을 그렇게 대하면 좋으련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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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에 서로 양보 좀 하고 잘 해결할 것이지 법원에까지 와 가지고...", "살다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민사소송이 발생한다"라고 말하며 소송으로 법정에 온 시민들을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한다. 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작은 금액일 텐데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뭐가 있냐?", "화해하지 않으면 불리한 판결을 하겠다"라며 어렵게 제기한 소송을 그만두라는 종용을 하는 경우까지 아주 다채로운 일들이 우리의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헌법상 보장하는 권리이므로 우리가 충분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우리가 소송을 제기할지 말지, 그리고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화해를 할지 말지, 그리고 판결에 대해 항소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여러 고민 끝에 내린 우리의 선택을 우습게 여기고 왈가왈부하는 판사들을 만날 때면 정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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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재판 법정 사건사고 (사진=픽사베이)
임금체불 사건 당사자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필자에게 판사가 전화를 걸어와 왜 소송을 하는지 묻고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말을 한 사안에 대해 지난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법원은, 판사가 좋은 의도로 전화를 걸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도가 어떠하든 판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헌법에 적혀 있는 재판청구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존댓말 판결문을 쓴 판사의 인터뷰 내용처럼 나라의 주인은 분명히 시민이다. 법정의 주인도 판사가 아니라 시민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판사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사를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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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온 판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그 전화 내용을 녹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녹음을 하기 어렵다. 법원조직법 제59조에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 판사들은 녹음 등을 허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이런 막말들을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방법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소송법에 아주 잘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은 이 방법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법원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방법을 여기에서 제시한다.


재판정에서 하는 말을 녹음하거나 속기해 달라고 미리 신청하는 방법이다. 민사소송법 제159조, 형사소송법 제56조의 2는 재판 당사자가 녹음 또는 속기를 신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사소송법과 행정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니 민사, 형사, 가사, 행정재판 모두 신청을 하면 녹음 또는 속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녹음 또는 속기 신청을 할 경우 재판장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아래 대화는 지난 3월 27일 한 재판의 속기록에 기재된 재판장의 말이다.
최정규 인잇
이때 우리는 "판사의 막말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하기 보다 "판사님이 오늘 중요한 이야기를 하실 텐데 제가 잘 이해하고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나중에 다시 듣고 읽기 위해서"라는 말 정도는 대답하는 품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 판사가 아닌 바로 우리가 법정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 때 최근 5년 동안 시민들이 판사로부터 막말을 듣고 대법원에 진정과 청원을 낸 사례는 모두 88건이었고, 대법원이 문제라고 인정한 사례는 단 2건뿐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진정과 청원이 88건밖에 안된 건 문제를 제기한 뒤 닥칠 수 있는 불이익을 염려했기에, 대법원이 인정한 사례가 2건에 불과한 이유는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뒤끝작렬'의 불이익을 예방하고 대법원의 인정 사례를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막말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은 바로 녹음 · 속기 신청이다. 판사를 우리 손으로 뽑지는 못하지만 녹음 · 속기 신청이라는, 투명성을 높이는 무기로, 우리는 판사들이 주인 행세하는 법정을 원래 주인인 시민들의 것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법원은 우리에게 녹음 · 속기 신청서의 양식을 제공해 주지 않지만 어렵지 않다. 필자가 실제 사용하고 있는 아래의 양식을 제공하오니 널리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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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 · 속기 신청서 양식] 

민사, 가사, 행정사건
원고(또는 피고)는 민사소송법 제159조(변론의 속기와 녹음)에 의거하여 변론의 전부에 대한 녹음 또는 속기를 명할 것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형사사건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제56조의 2(공판정에서의 속기 · 녹음 및 영상녹화)에 의거하여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를 속기 또는 녹음(영상녹화)를 명할 것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인잇 네임카드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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