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역대 최다 후보 난립…도쿄도지사 선거 쟁점은?

도쿄 올림픽에 '여론 양분'…코로나 대책 심판대에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06.29 17: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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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구의 10%가 넘는 1,40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쿄도(都)의 대표, 도쿄 도지사 선거가 오늘(29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의 수반을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할 수 없는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지선(地選, 지방 선거)이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가장 큰 투표인데요, 이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도쿄의 도지사 선거가 7월 5일에 열리는 겁니다. 이번 도쿄 도지사 선거에는 후보 신청자만 22명(1명은 등록 후 탈퇴)이 몰려 역대 최다 후보가 출마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도쿄도지사 선거 공보
● 후보만 22명…고이케 현 지사 재선 유력

현직에 있는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안정적인 '1위'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2016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 후보, 야당 단일후보를 모두 누르고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된 고이케 지사는 도정(都政) 실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코로나 대응에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감염 확대 중대 국면"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브리핑을 자처한 뒤 매일 전면에 나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도쿄 코로나 대응'의 상징적 이미지를 획득한 덕입니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해제한 뒤에도 도쿄도의 독자적 대응인 이른바 '도쿄 경보(Tokyo Alert)'를 들고나와 계속 주목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고이케 지사의 코로나 대응은 실제 도쿄의 심각한 확산 상황에 그다지 큰 역할은 하지 못했고, 단지 이번 재선을 위한 '이미지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상당하지만, 이런 비판이 고이케 지사의 재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거 판세가 고이케 현 지사의 사실상 '독주' 체제로 굳어진 것은 이렇다 할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이케 지사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 소속은 아니지만 성향상 대체로 여권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데다, 자민당도 고이케 지사를 배려해 이번 선거에 따로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민당 내 도쿄 도당(都黨)은 중앙당의 고이케 지원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야권입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그보다 세가 약한 일본공산당, 사민당이 진보계열 고참 변호사인 우쓰노미야 겐지 씨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서 신선한 인물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야권 2위인 국민민주당은 우쓰노미야 씨 옹립에도 반대해 야권조차 '적전 분열'을 일으킨 양상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레이와 신선조'의 야마모토 다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다치바나 다카시도 각각 이번 선거에 출마해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마저 확 떨어졌습니다. 이런 군소 야권 후보들의 경우 당선보다는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막판 극적인 단일화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가장 큰 선거 이슈는?

2020 도쿄올림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크게는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코로나로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 여부입니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다음 개최도시 대표로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했던 고이케 도지사는 당연히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선거 유세에서는 올림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일단 올해 개최 일정이 연기된 상황인 데다, 내년 개최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일본 측과 함께 대회 간소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회 자체의 규모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야권 후보인 우쓰노미야 씨는 올림픽 취소를 포함해 개최 여부를 조기에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마모토 다로 후보는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내년이 아니라 내후년 이후로 재연기해야 한다는 군소 후보들도 있는데, IOC의 바흐 위원장이 이미 "내년 여름에도 개최가 어렵다면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일본 코로나19
그러나 현재 도쿄 도지사 선거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역시 코로나 대책입니다. 어제(28일) 선거 전 마지막 일요일을 맞아 몇몇 후보는 신주쿠, 시부야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대중 연설회를 열었습니다. '레이와 신선조'의 야마모토 다로 후보는 시부야에서 예고 없이 게릴라 연설에 나섰는데, 1시간 연설의 대부분을 코로나 대책에 할애했습니다. 야마모토 후보는 고이케 지사를 정면 겨냥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가계 지원 대책을 실시하겠다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국채에 해당하는 '도채'를 발행해 15조 엔, 우리 돈 16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 뒤 1,400만 전 도민에게 10만 엔의 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현재 2위(추정)인 우쓰노미야 후보도 긴자에서 연설에 나서 보건소와 도립 병원 등 공공의료체제를 강화하고 PCR 감염검사 체제를 확충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다만 우쓰노미야 후보는 가능성이 희박한 '도채 발행' 대신 도 조례를 개정해 긴급 기금으로 전용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야권 후보들의 경우 고이케 지사의 코로나 대책이 도민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 데다,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기대고 본인은 생색만 내는데 그친 게 아니냐며 맹공격했습니다.

수성(守城)을 최대 목표로 하는 고이케 지사 측은 이에 비해 상당히 온건하고 '튀지 않는' 코로나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도쿄판 '질병관리센터'의 설치입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같은 조직을 도쿄도에 설치해 코로나 '제2파'에 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 중앙 정부가 코로나 대책에서 우왕좌왕하고, 총리 관저도 제대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충분히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이케 진영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내걸고 선거 유세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하는 등 철저히 '온라인 선거'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가두 유세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막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불필요한 노출을 피해 선거를 지금 판세 그대로 종반까지 가져가려는 의도도 다분합니다.

● 올림픽에 양분된 여론…선거 영향 미칠까

도쿄올림픽 연기 추가 비용 관련 신경전
일본의 유력 언론들은 지난 주말 도쿄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도지사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고이케 지사의 단독 질주, 야권 후보 분열 등이 반영돼 지지율의 '순위'는 크게 궁금하지 않은 상황에서 눈길을 끈 것은 도쿄 올림픽에 대한 도쿄 유권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교도통신·도쿄MX텔레비전의 공동 조사(6월 26~28일, 무작위 전화번호 추출 방식으로 조사에 응한 1030명 회답) 결과를 보면 올림픽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7.7%, 내후년 이후로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24.0%로, 사실상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이 절반을 넘는 51.7%로 나타났습니다. 규모 축소, 무관중 경기 등 개최 방식을 재검토해서라도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은 31.1%, 원래 계획대로 성대하게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은 15.2%로 개최에 긍정적인 여론은 46.3%로 집계됐습니다. 올림픽을 두고 도쿄의 여론은 거의 정확하게 반반으로 나뉜 셈입니다.

아사히 신문은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무작위 전화번호 추출 방식으로 조사에 응한 1326명 회답)를 실시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도쿄 올림픽에 대해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어쨌든 내년 여름 개최'가 35%, '내후년 이후로 다시 연기'가 28%, '아예 취소'가 31%로 나왔습니다. 재연기와 취소 의견을 더하면 59%로 내년 여름에 개최하는 것보다는 그 뒤로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온 셈입니다.

도쿄 올림픽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흥미롭지만, 이런 여론이 7월 5일의 도지사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코로나 제2파'의 파괴력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호세이 대학 대학원의 시라토리 히로시 교수(정치학)는 "선거 쟁점이 올림픽에서 코로나 대책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두 여론조사에서 고이케 지사의 코로나 대책을 대체로 좋게 평가하는 여론이 70% 정도 나온 것을 감안하면, 고이케 지사의 재선은 거의 기정사실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 이유는 빠르면 올 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총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이번 도지사 선거에 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일본 유신의 회'가 규슈 구마모토현의 전 부지사를 도쿄도지사 후보로 내세우며 '수도권 공략'에 나선 것도, 자체적으로 도쿄 도지사를 내겠다는 의도라기보다 곧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입지를 넓혀보겠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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