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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국 주재 공사 성추행' 폭로 외교관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 '영국 주재 공사 성추행' 폭로 외교관 무죄 취지 파기환송
과거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공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폭로한 외교관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외교관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16년 12월 온라인매체 딴지일보 사이트에 과거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 공사였던 B씨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글에서 2009년 당시 공사였던 B씨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여직원과의 스캔들(불륜)은 물론이고 회식 후 성추행을 일삼았다",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04년 여기자를 추행한 사실도 있었지만 외교부에서 경징계만 받았고 결국 대사직에까지 올랐다며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비판했습니다.

1심은 A씨가 쓴 글의 상당 부분에서 B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가 B씨 측이나 외교부에 B씨의 성추행 등 비위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고 B씨가 관련 사건으로 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쓴 글에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 중 여기자 성추행 부분은 관련 기사가 있고 B씨가 이 사건으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사실 등에 비춰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은 글 내용 중 1심이 인정한 '여기자 성추행'뿐만 아니라 2009년 회식 중 B씨의 성추행과 불륜 부분도 근거 없는 비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성추행 피해자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직접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제보받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는 A씨를 통해 실제로 이런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인증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또 B씨의 불륜 사실에 대해 징계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정부 감찰이 이뤄졌고 B씨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습니다.

재판부는 글 내용 중 'B씨가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는 부분만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액을 50만 원으로 낮췄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본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성적 비위행위 표현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글 전체가 무죄라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B씨를 비방할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A씨의 글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외교부 소속 고위 공무원의 성적 비위행위는 일반 국민들의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글은 고위 외교관의 비위행위를 공론화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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