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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세금, 세금, 그놈의 세금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몇 가지 안건이 있어서 A대리점 사장과 논의를 마친 뒤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갔다.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갔는데 마침 정부가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한 날이어서 그런지 매우 한가했다. 주문을 하고 잠시 어색한 침묵 중에 있을 때 지점장이, 대리점 사장에게 그의 고객 중 하나인 고객 B의 폐업 사실에 대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새로 확장한 사업이 잘 안되어서 폐업한다는 말이 있던데 맞나요?"

"그렇기도 하고요, 내부 운영 그러니까 돈 관리를 잘 못한 것 같아요. 자금이 부족했는지 부가세를 먼저 사용해 버렸고 인건비를 비용으로 털지 못해 종합소득세가 상당히 많이 나온 것 같아요. "

"결국 세금 관리를 못했다는 거군요."

"사업이 그렇죠, 뭐. 가끔은 세금 내려고 돈 버나 이런 생각도 해요."

"엄살이 심하십니다. 이익이 있으니까 하시는 거죠."

"기회 되면 한번 해 보세요. 정말 돈 남기기 쉽지 않습니다. 합리적 절세가 정말 중요한 이유죠.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어려워졌어요. 전산이 워낙 발달해서……"

"아이고. 우리 봉급쟁이 보다 더 할까요? 우리들은 그냥 유리지갑이라고요. 그건 그렇고 사장님은 괜찮죠. 고객 B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매출은 많이 올랐더라고요."

"우리도 휘청했는데 다행히 매출 기여도가 더 높은 고객을 금방 만났습니다. 그래서 세금만 많아지게 생겼어요."

"또 세금 얘기네요. 하하. 돈 많이 버니 더 많이 내셔야죠. 당연한 것 아닌가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세금 고민은 계속된다.

내가 이렇게 반문하자 대리점 사장은 정색을 하며 인터넷에서 기사 하나를 찾아 보여주며 말한다.

"우리나라는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이 이미 엄청 세금을 많이 내고 있어요. 물론 우리 같은 업체는 거기에 끼지도 못하지만요. 여기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법인세는 상위 1%에 속한 회사가 내는 법인세가 전체 법인세의 74%를 점유한답니다. 자, 보세요. 엄청나게 많이 내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일반인들도 내지만 기업도 상당 부담해야만 하는 사회보험료, 벌금 같은 준조세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GDP성장율보다 훨씬 더 많이 상회해서 올랐다고 합니다. 실상이 이런데 어떻게 더 세금을 내나요? "

그러면서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최악 상태인 현재의 경영 환경도 이야기했다. 우선 그는 시장을 보라고 했다. 이 식당에 손님 없음을 예를 들며 얼마나 돈이 안 도는지 그러면서도 경쟁자는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또 고객들을 보라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고객들도 최저 가격만 선호한다는 것. 그리고 노동법도 보라고 한다. 방향이야 맞겠지만 노동자에 대한 권리가 얼마나 강화되었는지 또 최저임금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말이다. 결국 돈이 나올 곳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자는 많고 고객은 낮은 가격을 선호하니 사업자가 적절한 이득을 낼 수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과거와 달리 종업원들에게 훨씬 많은 비용을, 세금도 과거보다 더 많이 내야 하니 사업주들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라는 것이다.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지점장이 응수한다.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세금은 직장인들도 많이 냅니다. 연봉 5천만 원일 경우 월급에서 까지는 세금이 15%나 됩니다. 봉급이 올라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요. 아까 본 기사에도 고소득 직장인들 포함 상위 10%가 내는 세금이 전체 소득세의 86%를 차지한다고 하잖아요. 또 최근에 본 기사에 따르면 연봉 1억 원 직장인과 임대소득 1억 원을 올리는 임대사업주와 누가 더 세금을 많이 내나?를 조사한 결과를 보니, 전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직장인이 더 많이 세금을 낸답니다. 아주 단순히 말하자면 근로소득세가 건물주의 종합소득세보다 더 많다는 얘기지요."

잠시 쉬더니 다시 말한다.

"왜냐? 그 기사에 따르면 사업주는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세금 줄일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랍니다. 세금 줄일 '기회'가요! 하지만 직장인들은 그렇지 않죠. 예를 들면 직장인들 연말정산이 그래요. 소득이 올라가면 (통상 지출은 비슷하니)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돌려받는 금액은 더 적어지거나 자칫하면 뱉어 내야 하죠. 저도 이번에 소득이 좀 올라서 그런지 작년과 달리 백만 원 이상 토해냈어요. 다시 말하자면 직장인들은 유리지갑이라서 만약 봉급이 오르더라도 꼼짝없이 오른 세금을 다 내야 하지만 사업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대리점 사장은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반박했다.

"지점장님은 자꾸 사업자들이 세금 회피할 여러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번 돈(매출)도 내가 지출한 금액(매입)도 이제는 거의 다 노출이 되고 있다고요. 아, 맞아요, 맞다고요. 말씀하신 대로 아직도 현금 결재 유도나 개인 비용을 사업비용으로 처리해서 절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걸리면 작살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자영업자도 누가 고발했는지 아니면 전산으로 잡혔는지 잘 모르겠지만 관행적으로 현금으로 거래하던 것이 발각돼 이번에 억 단위로 추징 당한다고 해요. 감당할 수 없는 거죠. 사업주에게는 이런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실 쓸데없이, 세금을 누가 더 많이 내니 안 내니 혹은 탈세는 안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니다 하면서 옥신각신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는데 내 눈에 식당 주인의 축 처진 어깨가 들어왔다. "손님이 많이 줄었네요. 어째요"라고 걱정스럽게 말을 건네자 주인은 슬픈 눈으로 아무 대꾸를 안 하며 쓴웃음만 지으셨다.


세금, 세금, 그놈의 세금.

그날 저녁 뉴스에 세금 사용 및 증세에 대한 논란을 담은 보도가 나왔다. 무엇이 맞는지는 각자의 주장이 있겠지만, 나라가 "세금 내면 남는 것이 없는 소상공인, 이미 너무 많은 세금 부담을 지고 있는 대기업 및 (고소득)직장인, 어떤 이유든 갑자기 때려 맞는 세금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자영업자, 손님이 없어 슬픈 눈으로 쓴웃음만 짓는 영세업자" 등을 고려하여 제발 현명하게 결정하기를 바랐다.

아, 나도 지사 차원에서라도 대리점들에게 특정 목적을 위해 부가하는 벌과금, 부담금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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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인잇 #김창규 #결국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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