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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수요시위 자리 뺏긴 정의연…소녀상 앞 집회 불가

28년 만에 수요시위 자리 뺏긴 정의연…소녀상 앞 집회 불가
▲ 수요집회와 윤미향 사퇴 집회

28년 동안 매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시위 지점을 처음 옮기게 됐습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이달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해둔 상황입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돌아오는 수요일인 24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원래 장소 대신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 무대를 만들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유연대의 반대 집회는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서 열립니다.

최근 자유연대 등이 종로경찰서 인근에 상주하면서 매일 자정이 되면 집회 신고를 하는 터라 이런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요시위의 시작은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이 1월 8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 집회입니다.

첫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수요시위는 28년간 이어졌고, 2011년 12월 1천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섰습니다.

2015년 7월에는 일본대사관이 건물 신축을 위해 뒤편 빌딩으로 이전하는 등 주변 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시위는 수요일 정오마다 열렸습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지 않았던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수요시위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1999년 일본대사관이 증축 문제로 광화문 교보빌딩에 임시 사무실을 차렸을 때는 잠시 그곳에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시위 취지에 반대하며 근처에서 야유하거나 '맞불 집회'를 여는 사람은 있었어도 아예 집회 장소를 선점하는 형태로 방해를 하는 것 역시 전례 없는 일입니다.

집회를 신고한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정의연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시민들이 두 집회를 보고 과연 누가 상식이 있는 자들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언제까지 일본대사관 앞 집회 신고를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정의연이 각성하고 윤미향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라고 답했습니다.

정의연 관계자는 "자유연대가 밤을 새워가며 집회 신고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 선순위 등록을 할 여력이 없다"며 "자유연대의 선량한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수요시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사회가 30년 전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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