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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글쓰기 잘하고 싶다면 '2가지만' 기억해라

Max | 뭐라도 써야지. 방송사 짬밥 좀 먹은 저널리스트, 프로듀서.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한 선배와 동석을 하게 됐다. 이 선배는 논설위원으로서 ' 그, 사람'이라는 칼럼을 SBS뉴스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오기 직전이었는지 나오자마자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에 감사하게도 따끈따근한 책 선물을 해주셔서 읽어보았는데 언제 이렇게 역사 공부를 했는지 존경스러웠다. (독후감 요구를 안 하셨다면 훨씬 더 존경할 준비가 돼있었다. 물론 나도 나중에 말로 때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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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도 없는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술술 넘어갔다. (소생도 한 권의 졸저를 펴낸 저자이다.) 선배가 쓰고 있는 칼럼의 대상인 김훈 선생에 대한 취재담을 필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중 나는 요샌 도통 글을 쓸 시간도 없고 뭘,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해졌다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리는 이내 내가 '쿵'하면 선배가 '짝'하며 받는 형식으로 두 가지 글쓰기의 법칙에 완전히 동의했다. 지금으로선 나보다 글도 더 많이 쓰고 글쓰기에 대해 고민도 더 많이 하는 선배가 공감해 주니 나는 이 두 가지 법칙이 대체로 보편성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고민의 포인트랄까, 그 느낌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다는 게 동지라도 한 명 생긴 것처럼 반가웠다. 비록 글쓰기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칙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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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잘하고 싶다면 '2가지만' 기억해라

첫째, 글을 잘 쓰려면 매일 써야 한다. 글쓰기는 습관이다. 글이라는 것은 물론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구성과 문체 같은 글쓰기 장르만의 기예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매일 써야 솜씨가 단련된다. 마치 프로선수가 매일 스윙 연습을 하고, 매일 슈팅 연습을 하는 것처럼. (심지어 무미건조한 보고서조차 매일 쓰면 는다. 잘 쓴 보고서는 보고서만의 심플하고 명확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지만 매일 써도 글이 안 느는 사람도 봤다. 기사 장르의 특성인가?)

영화 전문지 '씨네21'의 영화 기자 김혜리는 얼마 전 한 팟캐스트에서 "글도 영화의 리듬을 닮으려고 노력을 했다. '매드맥스'를 보고나서는 그 영화가 갖고 있는 느낌의 문장을, '캐롤'을 보고나서는 그 영화가 풍기는 분위기와 유사한 호흡의 문장을 구사하려 애썼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면 언제든, 어떤 형식의 글이든 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둘째, 글을 자주 쓰지 않으면 머리 속에서 글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생각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규칙적으로 쓰지 않으면 그게 글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글을 쓰고 싶어도 아예 글을 쓸만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메말라 백지와 마주서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예전엔 집 근처 또는 학교 같은 곳에 수동 펌프로 물을 긷는 우물이 있었다. 코끼리 코 같은 손잡이가 달린 펌프로 자주 물을 퍼 올리면 펌프 안에 항상 물이 낙낙하게 고여 있어서 언제든지 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펌프질을 안 하고 내버려 두면 물은 안 길어지고 헛바람만 돌았다. 그래서 마중물을 붓고 안간힘을 써서 펌프질을 해야만 겨우 물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자주, 매일 긷는 우물에는 물이 풍부하다.

내가 과거에 한창 열심히 글을 쓰고 칼럼을 쓸 때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평소 생활에서 흘러나왔다. 굳이 글감을 찾지 않아도 글감은 그때그때 '갑툭튀'하곤 했다. TV 생방송 기자회견을 보다가 '대통령의 눈물로 향한 어떤 시선'이라는 칼럼을 썼고, 자동차 CF를 보다가 혀를 끌끌차며 '당신께 오마주 합니다?'란 글을 쓰기도 했다. 목공교실에서 대패질을 하다가도 글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손에서 사실상 글을 놓은 지 오래된 지금, 쥐어짜내도 좀처럼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잠깐 아이디어를 떠올려 놓고도 '이게 글이 될까'하며 내 안의 글쓰기 자아의 풀을 죽여놓고 만다. 솜씨가 무뎌진 것은 둘째치고 아이디어 자체가 말라 버린다.

▶ 관련 글 보러가기
① 대통령의 눈물로 향한 어떤 시선
② 당신께 오마주 합니다?
③ 대패질과 국정교과서

선배는 두 번째 법칙에서 더 크게 맞장구를 쳤다. 바로 그래서 선배는 오늘도 '그, 사람'이라는 칼럼을 쓴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래서 인잇에 방 한 칸을 마련했다. 이 코너의 제목이 '뭐라도 써야지'인 이유이다.

비대면 세상, 글쓰기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 여러분도 글쓰기를 잘하시려면 조금씩이라도 자주 쓰시길. 당장에 장르는 중요치 않으니.

(*** 글을 자주 안쓰다보니 어미 처리가 어색하고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것'을 많이 쓰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죠. 독자 지적에 공감해 일부 어미 처리를 바꿨습니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더 자주 쓰면서 벼려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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