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文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靑 '몰상식' 비판에 대한 대응일까

[취재파일] 文 대통령 사진에 담뱃재…靑 '몰상식' 비판에 대한 대응일까
북한이 남쪽으로 전단을 보내겠다면서 전단 모습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사진을 통해서입니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대남전단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컵으로 무엇인가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모습 위아래에는 "북남합의서까지" "다 잡수셨네"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아냥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북한은 이러한 전단들을 비닐봉지 안에 담은 뒤 전단 위에 담배꽁초와 재를 흩뿌려 문 대통령 얼굴이 담배꽁초와 담뱃재로 덮이게 한 사진을 찍어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은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청와대, 지난 17일 북한 강력 비판

청와대는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비난한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지난 17일 북한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매우 무례" "몰상식한 행위"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 "비상식적 행위" "강한 유감"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보기 힘들었던 수준의 대북 비판이었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청와대

이후 이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제(1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남조선(남한) 당국이 분별을 잃었다" "적반하장의 극치" "절간의 돌부처도 웃길 추태"라고 비난하긴 했지만, 청와대가 작심하고 사용한 "몰상식"이나 "사리 분별 못한다"와 같은 문구를 인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청와대 비판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보기는 애매했습니다. 더구나 주요 인사나 기관의 담화나 성명 형태가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이라는 애매한 형식을 취하면서 북한이 청와대 비판에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 청와대 대북 비판에 대한 반응일까

아직까지도 북한이 청와대의 강력한 대북 비판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얼굴을 담배꽁초와 담뱃재로 뒤덮이게 만든 것은 청와대가 요구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는 말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입니다. 더구나 이런 사진을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실어 문 대통령을 북한 주민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것보다도 노골적인 비아냥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일부러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기존 북한의 행태로 보면, 마음먹고 입장을 내려면 성명이나 담화로 공식 발표하든지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싶으면 슬쩍 넘어가든지 했을 것 같은데, 사진을 통해 청와대에 대응하려 했다고 보기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위야 어쨌든 북한은 앞으로도 '기본적인 예의' 조차 갖추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 북한 인상 안 좋아져…대북 유화정책 기반 허물어

조선중앙통신은 마스크를 쓴 북한 사람들이 전단을 대규모로 만들고 있는 모습과 대남전단들이 대규모로 쌓여있는 모습도 공개했습니다.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이 남북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전단 살포 투쟁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북한 대규모 대남삐라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중앙통신은 또,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어느 정도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든 북한 행동에 기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알아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인상도 함께 더러워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상의 확산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현격히 떨어뜨림으로써 어느 정부든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펴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