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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은 농사 못 지어"…과수화상병에 매미나방까지

<앵커>

사과 농가, 배 농가에 요즘 '과수화상병'이라는 것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산에서는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 먹는 해충 '매미나방'이 갑자기 늘어 피해가 큰데요, 따뜻해진 한반도 기후변화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박찬범, 송인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애지중지 키워온 사과나무밭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나뭇잎과 줄기가 불에 탄 듯 검붉게 변하는 '과수화상병'에 걸려 나무들이 메말라 죽은 것입니다.

치료제가 없다 보니 전염되는 순간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고, 세균의 잠복기도 길어 3년 동안 아예 과수 재배를 하지 못합니다.

[이원규/사과재배 농민 : 30년 동안 사과나무를 했던 자리입니다. (다시 농사지으려면) 3년이라고는 하는데 이 상태로 가면 못 짓는 거죠.]

충북에서 시작된 과수화상병은 올해 충남은 물론 경기, 강원, 전북으로까지 번져 지금까지 450곳 넘는 사과 배 농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 면적은 250㏊ 안팎으로 축구장 면적의 300배 수준입니다.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농지의 과수를 10일 이내에 모두 묻어야만 합니다.

피해 농가가 올해 크게 는 것은 고온다습한 날씨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겨울 전국 평균 기온은 3.1℃로 전국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지난달부터는 비까지 잦아 습도도 높아졌습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화상병이 발현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겁니다.

[김병태/충주시농업기술센터 특화상담사 : 초반에 냉해가 또 와서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니까 약해지는 바람에 균이 잠복해있던 게 활력을 찾은 거죠.]

전문가들은 화상병 세균이 잠복해 있는 농가가 더 많을 수 있어 다음 달 중순까지는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박진훈, CG : 김규연·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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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석모도.

등산로를 따라 오르자 나무 계단 위에서 무언가 꿈틀댑니다.

'매미나방' 유충입니다.

개체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피부에 닿으면 가렵고 따끔거리기도 합니다.

등산로 주변 산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밤나무에서 유충과 번데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매미나방으로 인한 피해

[등산객 : (석모도) 산행을 했는데 나무에 부딪힐 수가 없는 거예요. 하도 송충이가 붙어 있으니까. 가다 보면 몸에 막 붙어 있어서 서로 떼주고 그랬거든요.]

독나방 과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주로 잎이 많은 활엽수를 좋아하지만, 올해는 낙엽송 등 침엽수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나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화군청 관계자 : 작년에 이 정도는 아니었고요. 일부 있기는 있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었어요.]

올해 매미나방의 급격한 번식도 이상 기후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가 집중된 수도권과 강원, 충청, 경북 지역의 올 1~2월 평균 기온은 10년 전과 비교해 2도 이상 높아졌습니다.

[남영우/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 겨울 기온이 높으면 매미나방이 월동을 할 때 치사율이 낮아지게 되거든요. 적게 죽게 되니까 살아남은 알들이 다 부화에 성공하게 되면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다양한 나무 품종에 적용할 수 있는 매미나방 유충용 친환경 방제 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산림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김용우·공진구,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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