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비정상적인 온도, 부상으로 인한 사망률 높인다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작성 2020.06.18 09:17 수정 2020.06.18 15: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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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인간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령 기온이 다른 계절별로 음식이 다르고, 입는 옷도 다르다. 사소하게는 이런 것들이 있지만, 우리가 기온을 가장 신경 쓰는 건 견디기 힘든 온도 변화 때문이다.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6월 중순이 넘어가는 요즈음, 한반도는 벌써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6월 초~중순의 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았고, 기상청 역시 올여름이 폭염 일수가 많으면서 무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온열질환인데, 지속적인 온도 상승으로 온열질환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폭염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만 4천526명, 사망자는 48명에 달했다. 그런데 온열질환 외에도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교통사고나 물놀이, 폭행과 같은 부상으로부터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1980~2017년까지 38년 동안의 미국의 온도와 사망률 데이터를 이용했다. Bayesian 모델을 사용해 이상 기온과 부상으로 인한 사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간 연구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변화가 기생충과 전염병, 심폐질환이나 만성질환 등에 미치는 연구가 주였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당할 수 있는 부상이 이상 기온 상태에선 얼마나 더 위험할지를 보여주며, 또한 성별과 나이대를 나눠서 분석한 데에 의미가 있다. 물론 연구에서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공기 오염과 같은 현상을 배제하지 못해, 특정 사망의 원인을 '부상'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기 오염이 부상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부상으로 인한 추가 사망률…80%가 남성

지난 198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서 부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남자가 400만여 명, 여자가 180만여 명이었다. 각각 미국 전체 사망에 9.3%, 4.2%를 차지하는 수치였다(그림 참조). 연구진이 데이터를 이용해 기온이 평균보다 1.5℃ 상승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부상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는 전체 1천601명 증가했다. 온도가 2℃ 상승할 경우엔 부상으로 인해 2천135명이 추가 사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관련
(1980~2017년까지 미국에서 부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 유형별)

연구에선 또 다른 사실이 밝혀졌는데, 성별과 부상 유형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부상 유형별로는 교통사고가 전체 추가 사망자 중 739명을 차지해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를 보였고, 비율적으론 물놀이 중 사망하는 익사가 13.7% 증가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폭행으로 인한 사망은 가장 낮은 비율로 증가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기온이 상승할수록 알코올 소비량이 증가하고 음주운전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진은 여름철 교통량 증가와 맞물려 야외활동 인구가 많아지는 것도 사망률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성별 분석으로는 추가 사망자 중 86%가 남성이고, 나머지 16%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형별로 추가 사망자가 남성이 더 많은 이유도 분석했다. 가령 익사에 의한 사망률 증가에서 남녀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남녀 행동 양상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름철 익사 사망자 중 남성은 절반 이상이 야외활동 중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여성은 야외 활동이 1/4 수준으로 남성의 절반 수준으로 적었다. 기온이 상승하면 이러한 행동 양상이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폭염 관련
폭염 관련(기온이 평균보다 1.5℃ 상승 시, 계절별 패턴)

● 노인 사망률은 줄고, 청년~중년 사망률 높아져

전체 추가 사망자 중엔 남성이 많았지만, 나이별로 보면 청년에서 중년층(15~64세)의 사망률이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추가 사망자 중 무려 92%가 15~64세에 몰려있었다. 반면, 85세 이상부턴 오히려 부상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했다. 노인층 사망률 감소는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빙판 등에서 미끄러짐으로 인해 부상을 당할 경우가 줄 것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그림 참조).
폭염 관련폭염 관련
(기온이 평균보다 1.5℃ 상승 시, 성별·나이별 부상 사망자 수)

익사 사망률 같은 경우엔 15~24세 남성에서 기온 상승할 때 사망률이 최대 13.7%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온이 상승에 따라 남성들의 야외 물놀이 활동이 많아지는 것과 맞닿아있다. 추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92%가 15~64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승에 따라 알코올 소비량이 증가하고 노년층보단 젊은 층에서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 다가올 폭염 대비해야

한반도의 6월이 벌써 기록적인 온도를 기록하며 올여름을 알렸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 일수가 작년보다 2배 정도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들에게 폭염에 관한 좀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올해부터 폭염특보의 기준도 개선했다. 기존의 온도를 이용한 특보가 아닌 체감온도를 이용한 방식이다. 그간 우리는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폭염이 직접적인 피해만 아닌 2차적으로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 것이고 미국과 우리의 환경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마저 부정할 순 없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을 때 개인의 행동 양식과 기존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이번 연구 결과처럼 부상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어떻게 변화하냐에 따라서 증가할 사망률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나라 전체가 뒤죽박죽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다가올 여름철 대비를 위해서라도 폭염에 관한 지침 그리고 연구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문헌>
Robbie M.Parks, James E. Bennett, Helen Tamura-Wicks, Vasilis Kontis, Ralf Toumi, Goodarz Danaei and Majid Ezzati*, "Anomalously warm temperatures are associated with increased injury deaths", nature medicine 26, 65–70(2020), doi.org/10.1038/s41591-019-072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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