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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여정 "文 연설에 속이 메슥메슥"…北, 南 비판할 자격 있나

[취재파일] 김여정 "文 연설에 속이 메슥메슥"…北, 南 비판할 자격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전인 15일 6.15 20주년을 맞아 남북 협력에 대한 의지를 다시 밝힌 데 대해 북한 김여정이 오늘(17일) 담화를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제목부터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며 노골적인 비난입니다.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남조선당국자(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막말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일단 막말은 제쳐두고 김여정이 주장하는 논리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북한 김여정 부부장
● 김여정, "남한이 약속 저버려"

김여정은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신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남한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남한이 왜 신의와 약속을 저버렸느냐, 여기에 대해 김여정은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조선(남한) 당국이 이행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한 조항이라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등을 언급해놓고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반문인 것 같습니다.

김여정은 이에 대해 "북남 합의가 한 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결과)로 되돌아"왔다며, 남북 관계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 눈치 보고 유엔의 대북제재 눈치 보느라 남북 협력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 남북 협력 안 된 것은 북한 핵 문제 때문

물론, 북한 주장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발전을 중시한다는 것은 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든 동의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남북 협력을 하지 못했느냐.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북한에 장비 하나 물건 하나 들어가는 것도 다 제재에 저촉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유엔 제재 하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어렵습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조사 마치고 귀환한 열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북한 주장은 제재 타령하지 말고 남북한 경제 협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남북 관계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외부 여건 탓하지 말라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남한이 생각하는 남북 관계 발전은 우리가 국제경제 체제에서 원활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가능한 선의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지, 유엔 제재 위반하면서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 경협 하자고 유엔 제재 위반해 우리 경제가 피해를 입는 것을 동의할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진보 정권이라도 우리 경제 피해 감수하며 남북 경협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변 핵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자는 북한 제안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비핵화의 로드맵 즉 북한이 비핵화를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마무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북한이 제대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그러한 논의 조차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예 '비핵화는 개소리'라며 노골적으로 핵 보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남한 정부는 없습니다.

● 핵 문제 진전 없이 남북 경협 증진 가능할까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도 그동안의 상황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 경협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다분히 이상론적인 얘기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남북 간에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해 놓으니 북한이 약속을 안 지켰다고 반발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혹시라도 대남 압박을 통해 남한 정부가 유엔 제재를 어겨가며 남북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런 꿈은 빨리 깨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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