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산업을 이끌어 온 미국 실리콘밸리가 재택, 원격근무를 둘러싸고 실험에 앞장섰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트위터의 CEO 잭 도시였는데요.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13일 새벽, 현지시간) "코로나19 이후에도 직원이 희망할 경우, 그리고 업무의 성격과 여건이 충족된다면 앞으로는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영구적 재택근무'를 적극 지원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전부터 직원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도록 '탈집중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번 경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트위터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정책이 실제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또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데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오피스 무용론' 힘 얻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을 어떻게 갖춰주느냐가 창의성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하던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안전의 문제가 제기되자 입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트위터 발표 이후 "페이스북 직원들도 5∼10년 내 50%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이미 성과를 증명했고 신임이 높은 시니어 개발자부터 재택근무를 허락할 예정인데요. 마크 저커버그의 50% 탈사무실 선언은 페이스북이 미래 역점 사업으로 AR과 VR(가상현실)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사무실형 인간의 탄생, 200년 됐다고?
평생 재택근무? MS CEO "난 반댈세"
"기업 내 커뮤니티 부재는 사회적 자본 상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재택근무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소통의 부재입니다. 트위터의 재택근무 관련 발표 다음날, 사티아 나델라는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격으로 회의를 하게 되면서 회의 전 2분 정도 나누던 옆 사람과의 대화를 놓치게 됐다"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게 되면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고, 그것이 기업 내 커뮤니티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고 전했습니다. 동료 간의 상호작용, 직원관리, 멘토링 등은 원격 업무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직원들의 외로움이나 번아웃 같은 정신 건강의 측면, 또 기업 내 '커뮤니티'의 부재 혹은 약화로 인한 사회적 자본 상실의 측면을 그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 인터뷰 원문 보기
'재택 반 사무실 반' 근무도 하이브리드?
실리콘밸리의 '근무 시스템'은 세계 IT기업의 생태계는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집값부터 IT기업 본사를 유치하려는 미국 주요 도시들 정책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세계적인 IT 기업의 수장들이 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와 관련해 각각 다른 길을 제시하는 가운데 '재택 반 사무실 반'의 하이브리드형 근무 모델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유력합니다. 어찌 됐든 이전에는 없던 탄력 근무가 본격화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