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기후변화, 해양 표층보다 심해에 더 치명적이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기온 상승은 단순히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더운 날씨를 넘어 지구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앞선 '[취재파일] 북상하는 과일, 변화하는 한반도…2100년 미래 기후는?' 에서 이미 설명했듯 지구 온난화로 과일은 눈에 띄게 북상했고 육상 생물들도 서식지가 변하고 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해양 생물에 관한 논문을 소개하려고 한다. 논문에선 해양 생물권에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기후 속도(climate velocity)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지난 2009년 육지 생물들에 적용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Nature>에 실린 개념이다. 기후 속도는 기후 변화가 있을 때 생물이 적합한 환경을 찾아 얼만큼 이동하는지를 정량화한 개념이다. 가령 사과의 재배지가 기후변화로 인해 10년 사이 대구에서 원주로 북상했다면 사과의 기후 속도(climate velocity)는 150㎞/10년인 것이다. 기후 속도의 값이 크면 클수록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논문에선 기후 속도의 개념을 육지에서 확장해 해양 생물에 대입했다.
▶[취재파일] 북상하는 과일, 변화하는 한반도…2100년 미래 기후는?'

● 온난화 심해에 더 치명적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 지구 해양 표층 평균 온도는 1971~2010년까지 10년 단위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그림 참조).

(자료 : NOAA, 전 세계 해양 온도 그래프)

해외 연구진이 기후변화가 해양에 미치는 결과를 분석해봤는데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먼저 해양을 수심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다. 표층(0~200m), 중층해양(200~1,000m), 점심해층(1,000~4,000m), 심해수층(4,000m 이하). 그 결과 기후 변화가 햇빛과 대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표층이 아닌 심해 쪽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200m 이하의 심해는 햇빛이 닿지 않아 온도 변화가 적은 곳인데,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과거 1955년~2005년의 해양 온도 변화에서 표층보다 1,000m 이하의 심해가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이용한 미래 예측에서도 200m 이하의 심해가 표층보다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농도를 반영한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시나리오를 사용했다. 저감을 굉장히 많이 한 시나리오 RCP 2.6부터 중간단계 4.5, 그리고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 때인 8.5까지 계산했다(아래 표 참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은 표층보다 심해가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초록색 원 안에 있는 지표가 중층해양층 지표, RCP 2.6에서 8.5로 갈수록 증가

온실가스 저감을 엄격히 시행하는 RCP 2.6 시나리오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중층해양층(200~1,000m)의 영향은 현재보다 7배나 빨랐다.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8.5 시나리오에서는 영향력이 무려 20배 넘게 커졌다. 또 1955~2005년 사이엔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200~1,000m의 중층해양층보단 표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면, 미래의 모든 시나리오에선 표층보다 200m 이하의 심해가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 왜 심해가 더?

온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심해가 왜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일까. 우리의 상식처럼 절대적인 온도 변화는 당연히 심해보다 표층에서 더 크다. 가령 표층이 1℃ 변하면 심해는 0.1℃ 정도 변하는 수준인 것이다(그림 참조).

절대 온도는 해양 표층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심해에서 더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표에서 알 수 있듯 해당 개념을 반영한 영향력 지표(기후 속도)가 심해에서 더 크게 나왔다. 심해는 온도 변화가 적은 곳이 때문에 심해에 군집한 생물들은 아주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표층의 생물들보다 온도 변화에 훨씬 민감하다는 점이다. 또 온도 변화를 느낀 심해종이 적합한 온도를 찾아 이동하려면 표층의 해수종들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심해는 기본적으로 전 지구적 온도 차가 많지 않기 때문에 표층에서 100m만 이동해도 될 것을 심해에선 1㎞ 혹은 2㎞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기후 속도인 climate velocity의 개념).

이번 논문에서 사용한 이 기후 속도라는 개념은 이렇게 생물들의 수평 이동만을 고려했다. 물론 해양 생물들은 육지 생물과 다르게 같은 자리에서 수직으로 이동해 온도 변화를 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압과 해양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해양 생물이 수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적어 보임으로 기후 속도의 개념을 해양 생태계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 심해 생태계 망가지면?

중층해양(200~1,000m)에 있는 해양 종들은 해양 생태계에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표층에 더 많은 생물과 개체 수가 있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중층해양의 생물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중층해양종들은 하룻 동안 표층과 중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주기를 보인다. 낮에는 표층으로 올라갔다 밤에 보통 중층으로 내려가는데 이때 표층에 있는 참치나 상어, 고래 등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때문에 기후 변화로 중층해양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표층의 먹이 사슬에 변화가 올 것이다. 결국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층해양종들은 해양 생태계 유지 외에도 탄소 순환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표층에서 해조류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합성하면, 먹이사슬을 통해 이 유기물들이 중층해양으로 전달된다. 만일 탄소 표층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호흡 등을 통해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겠지만 유기물 형태로 중층으로 가면 해양에 저장되게 된다. 중층해양층으로 전달된 탄소는 각종 배설물 형태로 더 깊은 심해에 들어가고 이 배설물 형태의 유기물이 다시 더 깊은 심해에서 생물들의 먹이가 되곤 한다.

위 표에서 살펴봤듯 온실가스 저감을 충분히 한다면 해양 표층이 받는 영향력은 현재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에도 이미 해양에 쌓인 열에너지가 심해로 분배되면서 온도를 높일 것이기 때문에 심해가 받을 타격을 줄이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후 예측은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경향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정책과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 현재 시나리오와 결과대로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 등을 통해 악화될 해양 생태계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최소화해야 한다.

<참고문헌>
Isaac Brito-Morales, David S. Schoeman , Jorge García Molinos , Michael T. Burrows , Carissa J. Klein, Nur Arafeh-Dalmau , Kristin Kaschner, Cristina Garilao, Kathleen Kesner-Reyes and Anthony J. Richardson, "Climate velocity reveals increasing exposure of deep-ocean biodiversity to future warmin", nature climate change, 10, 576–581(2020), doi.org/10.5281/zenodo.3596584.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