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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에 이은 미니 몬스터의 공격"…떨고 있는 아프리카

[취재파일] "코로나에 이은 미니 몬스터의 공격"…떨고 있는 아프리카
지난 1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에티오피아 항공 보잉 737기가 마지막 순간에 착륙 공항을 북서부에 있는 디레다와 도시 공항으로 급히 바꾸었습니다. 갑자가 어디선가 나타난 메뚜기떼 때문에 조종사가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케냐 신문을 보면, 사상자는 없었지만 조종사가 착륙을 두 번이나 시도하면서 아찔한 순간이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착륙 직후 여객기 앞부분을 보면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조종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순식간에 어디선가 나타난 메뚜기로 앞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결국 다시 이륙해서 공중에서 앞 유리 와이퍼를 이용해 창문을 겨우 닦았다. 다시 착륙을 시도하기가 두려웠다."

사막 메뚜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아프리카는 메뚜기와의 전쟁 중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또 다른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메뚜기가 그 고민입니다. 두 나라 국민들은 메뚜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정말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커지면서 현지인은 메뚜기를 '미니 몬스터'(mini monster)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메뚜기는 우리가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메뚜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막 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를 말합니다.

성충은 노란색의 몸을 갖고 있습니다. 성충이 되기 전까지는 핑크색을 띱니다. 성충의 경우 70㎜의 몸길이를 자랑합니다. 성인 엄지 손가락보다 큽니다. 이 크기의 사막 메뚜기 1천억 마리가 논과 밭을 덮친다고 생각해보세요. 악몽이 따로 없습니다.

사막메뚜기 리사이징
●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메뚜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메뚜기가 먹어 치우는 농작물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것이 무서운 점입니다.

성충 한 마리가 하루에 보통 2g의 작물을 먹어 치운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메뚜기떼가 하루에 사람 3만 5천 명분의 식량을 먹어 치운다고 하니, 논밭이 남아 날 수 없습니다. 또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 바람을 타고 하루에 최대 150㎞를 날아 이동합니다.

사막메뚜기 리사이징

또 낮에만 이동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오후 6시쯤 나무 위에 앉아 움직이지 않다가 다음 날 아침 6시쯤 다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현지인의 인터뷰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메뚜기가 앉아 있는 이 나무를, 오늘은 볼 수 있지만 내일이면 이 나무는 없을 것이다." 메뚜기가 모두 먹어버릴 것이라는 뜻입니다.

메뚜기는 보통 10주의 수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메뚜기 수명도 길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살충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메뚜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살충제로는 이들을 막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사막메뚜기 리사이징

케냐는 지금 70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도 25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와 싸우고 있습니다. 메뚜기가 곡물을 모조리 갉아먹어 치우는 바람에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수백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메뚜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내린 많은 비가 메뚜기 숫자를 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메뚜기를 먹어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는데,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살충제를 워낙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메뚜기를 먹는 방법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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