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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코로나 때문에 우리 부부가 싸웠습니다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인-잇] 코로나 때문에 우리 부부가 싸웠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그런데 지점장의 얼굴이 밝지 않다. 업무상 무슨 고민이 있나 싶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제 와이프와 대판 다퉈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자 나 포함 같이 점심 먹은 3명이 동시에 "어, 나도 싸웠는데"라고 똑같이 말한다. 서로 황당한 듯 얼굴을 쳐다보며 자연스럽게 속사정을 얘기한다. 우선 한 모 과장이 말한다.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이야?"
"이번 달에는 완전 적자예요. 어제 오후에 통장 잔고를 보니 생각보다 적게 남아 있어서 보험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소액 받았어요. 곧 빠져나갈 카드 값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퇴근해서 통장 잔고를 다시 보니 대출 금액이 다 없어진 거예요. 화가 나서 와이프한테 도대체 어디다 그렇게 쓰냐고 신경질을 냈죠. 그랬더니 자기는 하나도 자기를 위해 쓴 것이 없다고 하며 오히려 더 성질을 내는 거예요. 오늘 2천 원짜리 커피도 사 마시려다 참았다나 뭐라나 하면서요. 결국 크게 싸웠죠."
"저런. 그런데 왜 이번에 뭐 특별히 지출할 것이 있었나? 왜 그렇게 오버 됐어?"
"코로나 때문이에요."
"아하, 애들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식재료 비용이 많이 들었구나."
"아니요. 알고 보니 학원비가 보통 때보다 2배 높게 나왔더라고요."
"엥? 왜?"
"그게 되게 웃겨요. 지금은 개학을 했지만 한두 달 전에는 방학이 계속 연장되었잖아요. 학원들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방학에만 하는 특강을 계속 연장했다는 거예요. 특강비는 보통 때의 2배거든요. 엄마 입장에서는 애들 공부 안 시킬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 결과 학원비로만 대부분의 봉급이 날아갔답니다. 그러니 적자가 난 거죠."

모두가 학부모여서 그런지 격하게 안타까워하며 위로했다. 그러자 중고등학생 아빠인 지점장이 자기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싸웠다고 한다.

"한 과장 아이가 중학생, 1명이지? 난 중3과 고3 학부모야. 그런데 난 얼마가 교육비로 드는지도 몰라. 우리 와이프는 아예 얘기를 안 하더라고. 아마도 집사람이 버는 거 다 학원에 갖다주는 것 같아. 그러면서 맨날 돈 없다고 해서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 공부 잘하는 애는 학원 안 보내도 자기 주도 학습으로 잘만 하더라 이렇게 한 소리하니까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거야. 참 내."
"이런 말이 있어요. 애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대요. 지점장님은 첫 번째 규율을 어긴 것이랍니다."
"하하, 나도 들어본 것 같기는 하네. 그게 현실이라니, 어휴. 그런데 우리 아버지 재력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돈을 버나? 요즘 개미들이 주식 엄청 산다고 하던데. 나도 다시 주식 투자를 해 볼까?"

그랬더니 정 모 차장이 깜짝 놀라며 만류한다.

"지점장님. 제가 어제 와이프를 다툰 이유가 바로 주식 투자 때문입니다. 하지 마세요."
"왜 요즘 재미 본 친구들 있던데?"
"그건 모르겠고 주가 지수 하락의 끝은 없습니다. 이상하게 내가 사면 떨어지고요. 으, 아무튼 어제 와이프가 우리 애 이번 방학에 맞춤형 영어, 수학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상당한 금액을 말하더라구요. 내가 놀라면서 우린 그런 돈이 없다고 했더니 지금이 애한테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 있는 주식을 일부 처분해서라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제 주식이 너무 떨어져서 파는 게 의미가 없거든요. 머뭇머뭇했죠. 그랬더니 와이프가 무슨 의미인 줄 알아채고는 글쎄 푹 쳐지더라구요. 그 모양이 보기 좋지 않아 싫은 소리를 하다가 결국 싸움으로 번졌죠."

나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자 3명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며 왜 싸웠냐고 묻는다.

왜 싸웠냐면 말이야…나도 그렇지 뭐

"나도 똑같아. 애 교육비가 문제지 뭐."
"좀 구체적으로 말해 보세요. 우리처럼."
"우리 애, 사실 예술 쪽으로 진학하려 해. 맞아. 아주 돈이 많이 든다고.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시켜야 하나 마나 고민을 많이 했지. 그런데 알아보니 우리 회사에서 그쪽 방면 등록금도 지원을 해 준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렵사리 시키기로 결정했지."
"그런데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잖아. 혹시나 이 지원 제도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 그래서 슬쩍 와이프에게 등록금 지원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 그냥 다시 일반 학교로 보내자고 해봤지."
"그랬더니요? 난리가 났겠군요."
"지금 어떻게 그러냐는 거야.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는 예술이나 일반 공부나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냥 시키자고 하더라고. 명문고, 명문대 들어가려면 학원비로 매월 상상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고 하더구만."
"그렇죠. 최근 통계에 의하면 영재고, 자사고 같은 곳에 보내려면 사교육비로 최소 월 300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명문대를 보내려면…… 어휴."
"맞아. 그래서 서로 걱정하다 그만 말다툼으로 번졌지 뭐. 어쨌든 걱정이야 걱정."

이후 우리는 또다시 아이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얘기하다가 결국 이런 결론을 냈다. "주식도 부동산도 그 외 다른 것도 아니다. 그냥 직장 일이나 잘해서 이 시국에 잘리지 않는 것이 돈 버는 일이다"라고 말이다.

우리는 서둘러서 식사를 끝내고 종종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한 아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반갑게 그 스트레스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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