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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동도 못 해본 청와대 핫라인, 폐기 수순으로

[취재파일] 가동도 못 해본 청와대 핫라인, 폐기 수순으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0.06.09 10:24 수정 2020.06.09 16: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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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해 남북 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으로 몰아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남조선(남한)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대남사업부서 회의에서 "대남 사업들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오늘(9일) 12시를 기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망과 남북 동서해지구 군 통신망, 남북 통신 시험연락망,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망을 완전 차단,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한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조치가 있을 것임도 예고했습니다.

● 청와대 핫라인 폐기 수순

북한이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것 중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망은 이른바 청와대 핫라인을 말합니다. 2018년 4·27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4월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핫라인, 즉 직통전화가 연결됐다고 크게 홍보했습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처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든 통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간에는 시험통화도 이뤄졌습니다.

청와대
하지만, 그 이후 핫라인이 가동됐다고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았던 2018년과 소강 상태를 보였던 2019년, 남북 간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핫라인으로 남북 정상이 통화했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청와대도 남북 소통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북한이 핫라인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핫라인을 북한이 차단, 폐기하겠다고 합니다.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을 전화에 차단할 것이 뭐가 있고 폐기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남북 간 합의를 도외시해온 북한이 마치 자기들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해왔던 것을 그만두는 것처럼 떠들고 있습니다.

● 연락사무소 통화 오락가락은 미스터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전화를 북한이 어제 오전에는 안 받았다가 오후에 받은 것은 미스터리입니다. 지난 5일 밤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락사무소 철폐를 공언했던 만큼, 오전 불통으로 북한이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해됐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남북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지역에 위치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남측 직원들이 서울로 철수해있는 상태입니다. 평일에 한해 아침저녁으로 개시 통화와 마감 통화가 이뤄져 왔습니다.

어제 오전 전화 불통이 단순히 남한에 대한 경고를 주기 위한 차원이었다면, 북한이 매체들을 동원해 대남 비난에 나서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대남 규탄시위에 나서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미 남한 규탄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한 만큼, 경고만 주고 없었던 일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바로 다음날인 오늘 북한이 모든 연락망을 완전 차단한다고 발표한 만큼, 북한의 의도는 다시 한번 명확해졌습니다. 북한은 오늘 오전 남북연락사무소의 우리 측 전화를 다시 받지 않았습니다.

● 대북전단은 긴장 조성을 위한 수단

오늘도 북한 노동신문이 대남 비난 내용으로 화려합니다. 전국적인 대남 규탄시위 사진도 여러 장이 실렸습니다. 탈북자단체가 지난해에만 10여 차례, 올해에도 3차례 전단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동안에는 별 말이 없다가 전단에 대한 문제를 갑자기 제기하자마자 전국적인 대남 규탄시위를 시작하고 남한과의 관계를 대적 관계(적대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정부가 국내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한 상태인데 말입니다.

대북전단
북한에게 대북전단은 긴장 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대북제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의 악화 등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방편입니다. 긴장 조성이 필요한 북한 당국의 내부 수요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대남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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