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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전 달 탐사 단장, 연구진 참여율 임의조작해 수당 차등 지급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앞으로 2년 동안, 오랜 준비를 해오던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사업 2가지가 진행됩니다. 먼저 내년에 우리 독자기술로 만든 3단형 로켓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시험발사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2년 뒤인 2022년, 미국 스페이스X사가 만든 발사체에 우리나라가 만든 탐사선을 실어 달에 보낸다는 계획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달에 위성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의 시작점이 되는 사업인데, 우리나라의 시야가 달까지 넓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있기까지 최근 2년 동안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외부에는 단순히 기술적 이견 때문에, 항우연의 간부들과 실무자들이 충돌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취재 결과 당시 항우연의 간부가 연구자들에게 참여율을 마음대로 조작해 연구자들의 실적을 하향평가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진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연구진 참여율 임의 조작해 수당 차등 지급

지난해 내부 감사를 통해 항우연의 전 달 탐사 단장을 맡았던 최OO 단장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항우연 일부 연구자들의 참여율을 임의로 하향조정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수당은 항우연에 지급된 연구수당 총액을 연구진 개인의 참여율과 평가 등급에 따라 나누어 지급받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참여율이 높으면 수당을 더 받게 되고, 참여율이 낮으면 수당을 적게 나누어 받습니다. 따라서 연구자의 연구 참여율을 하향조정하게 되면, 해당 연구자가 받게 되는 연구수당이 줄어듭니다.

연구진들에게 낮은 평가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단장의 재량이지만, 연구 참여율을 조정해선 안 됩니다. 결국 내부 감사를 통해 연구진 36명의 참여율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 보고서 내용) "참여 연구원의 실질 참여율을 연구 책임자가 재량으로 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달탐사사업단장은 참여율을 하향조정하였다"

그런데 반대로, 연구 참여율이 그대로인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의 참여율이 깎였으니 오히려 수당을 더 받게 됩니다. 결국 항우연의 36명은 수당을 적게 받게 되었고, 145명은 수당을 더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결국 가장 많은 돈을 받게 된 사람은, 연구원들의 수당을 조작한 최 단장 본인이었습니다. 추가로 지급받은 금액은 60만 원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만, 분명한 건 부당한 이유로 수당을 적게 받은 피해자들이 생겼다는 겁니다. 또 해석에 따라서는 최 단장이 연구수당을 횡령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달 탐사 착륙선과 로버 상상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항우연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은 "달 탐사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연구원들의 참여율을 깎은 것"이라며 사실상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이라고 사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달 탐사사업 과정에서 기술적인 이견을 낸 연구자들에게 부적절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참여율 임의조작 문제로 단장은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이 문제뿐만 아니라 달 탐사사업의 전반적인 문제에 책임을 지고, 최 단장은 현재 무보직으로 다른 부서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항우연은 최근 해당 직원들에게 추가 지급된 수당을 환수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서 기존 참여율 대로 수당을 재분배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 달 탐사 지연 책임은 일선 연구원들이…"연구수당 못 받아"

이 문제와 비슷하게, 지난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항우연 연구진들은 달 탐사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이유로, 5개월치 연구수당을 못 받은 일도 겪었습니다. 달 탐사사업이 지연된 건 사실입니다. 원래 목표였던 2020년 발사 계획이 최근에는 2022년까지 미뤄졌습니다.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건 민간전문가와 항우연, 과기부 담당자들로 구성된 <달 탐사 개발사업 추진위원회>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27월, 달 탐사 개발사업 추진위원회는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달 탐사사업이 사실상 중단되었으니, 연구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합니다. 당시 연구자들은 정상 출근하며 달 탐사선의 연료 문제와 궤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성과가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항우연이 2019년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성공보수 성격인 연구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 하며 "연구수당 자체가 인건비에 해당하지 않는 인센티브(성공보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항우연 연구자들은 1인당 대략 600만 원 선, 총 1억 4천만 원의 연구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 사업 중단됐는데…주관부처 과기부는 책임 없고 연구원들만 피해

결과적으로 사업이 중단됐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달 탐사사업 주관부처인 과기부는 책임이 없고, 오로지 항우연 연구원들만 연구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달 탐사 추진위원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취재 결과 과기부의 입김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당 미지급 결정을 내린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은 과기부가 맡고 있습니다. 과기부는 "민간 전문가 11명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에서 나온 결론이어서 위원장을 맡고 있더라고 과기부의 뜻대로 의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진위원회의 '수당 미지급' 결정 과정에 과기부가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해명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 항우연이 스스로 연구원들에게 연구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안건을 작성해 추진위원회에서 발표한 건데, 이런 방향은 과기부가 추진위원회 중간 발표 때 직접 제시한 방향이었습니다. 과기부 측이 항우연에 이런 중간 발표 결과를 반영해 안건을 작성해달라고 주문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민간 전문가들은 주로 궤도선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집중했고, 연구수당 문제는 대부분 과기부가 맡아서 해결을 했던 겁니다.

이 문제를 보도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다른 견해를 냈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주고, 의견을 묵살하고, 심지어 사업이 잘못되면 금전적 불이익을 받아가며 일하는 우리나라 연구원들의 실태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사업이 잘못됐으니 과기부도 책임져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업과 달리 사업 특성상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주 탐사사업입니다. 사업이 잘못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는 옳은 목소리를 낸 연구진들만 피해 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항우연 연구진들이 주장한 대로 궤도선의 설계 중량을 늘리는 것과, 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 지금 보면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왜 올바른 방향으로 일처리 하려던 사람들만 사업 실패의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인지, 이 구조를 정말 이어나가는 게 옳은 일인지 과기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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