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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4년 만에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혐오 표현도 금지"

[단독] 14년 만에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혐오 표현도 금지"

권지윤, 김민정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20.06.08 21:21 수정 2020.06.08 22: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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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트랜스젠더 : 실질적인 우리 삶의 변화로 이끌어 가려면 차별금지법 같은 명확한 제도들이 국회나 정부나 이런 쪽에서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저희와 인터뷰를 했었던 성 소수자 겨울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차별을 막아줄 법과 제도를 국회나 정부가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006년, 차별금지법 입법을 정부에 권고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14년 만에 이번에는 국회에 법 제정을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내용이 담긴 인권위원회 문건을 저희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차별 금지 범위 넓히고 혐오 표현 역시 앞으로는 차별로 규정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권지윤 기자, 김민정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전략 문건은 "소수자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종교, 사상, 성적 지향 등에 이어, 시대 변화에 맞춰 유전 정보와 고용 형태까지 더한 20개의 차별 금지 범위를 법으로 규정하라고 제안합니다.

직·간접 차별과 성희롱은 물론, 괴롭힘과 차별을 조장하는 표시 또는 광고까지 차별 행위로 못 박아서 혐오 표현을 막을 법적 근거도 마련하자고 덧붙였습니다.

차별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제시했습니다.

인권위는 국회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입법을 권고하는,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이르면 30일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차별금지법
인권위가 국회에 '의견 표명'이나 '입법 권고'를 결정하면, 지난 2006년 7월 정부를 상대로 입법을 권고한 이후 14년 만에 법안 제정을 재촉구하는 셈입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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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트랜스젠더 :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났을 뿐인데 왜 내가 나라는 이유로 인해서 이렇게 괴로움을 받아야 하나….]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대학을 포기해야 했고, 군대에서는 강제전역을 당해야 했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명 운동선수도 일상의 차별을 느껴야 했습니다.

[전태풍/전 프로농구 선수 (1월 16일 8시 뉴스) : '너 어디서 왔어? 다시 아프리카로 가', (이런 욕설에) 처음에는 막 화나고 누구랑 싸우고 싶었어요.]

지난 십수 년간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 당시 참여정부가 제출한 제정법안을 시작으로 19대까지 정부가 1번, 의원이 6번 법안을 냈습니다.

하지만 5개 법안은 폐기됐고 2개는 철회됐습니다.

'차별 금지 범위에 성 소수자 포함' 등을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단체의 압박에 법안을 낸 의원 스스로 철회했던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의원 6명이 입법을 추진했지만, 발의 정족수 10명도 못 채워 발의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소수자들의 호소는 이젠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봐달라는 것입니다.

[겨울/트랜스젠더 :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무언가 하나쯤은 다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모두가 사실은 소수자, 약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권위가 14년 만에 국회로 대상을 바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서는 것은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 변화했다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거대 양당에서는 당 차원의 입법 움직임이 없어도, 입법에 공감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 발의와 입법 논의만큼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주용진,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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