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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택근무 한계, 3차원 가상공간이 해결할까

원격 협업 수요 폭증…일하는 방식의 진화 어디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재택, 원격근무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트위터의 CEO 잭 도시. 지난달 13일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직원이 희망할 경우, 그리고 업무의 성격과 여건이 충족된다면 '영구적 재택근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또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구 재택근무에 대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게 되면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고, 그것이 기업 내 커뮤니티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동료 간의 상호작용, 직원 관리, 멘토링 등은 원격 업무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직원들의 외로움이나 번아웃 같은 정신 건강의 측면, 또 기업 내 '커뮤니티'의 부재 혹은 약화로 인한 사회적 자본 상실의 측면을 그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오피스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그래도 상황이 좋아지면 만나서 일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실리콘 밸리. 그럼에도 최근 3차원 가상공간에서의 재택근무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줌(Zoom)이나 구글 미트(Google Meet) 같은 2차원 화상채팅 원격근무 서비스를 실제 써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하대석 취재파일
페이스북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3차원 가상공간 협업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앤드류 보스워스 페이스북 AR·VR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3차원 MR (혼합현실) 원격근무 기술을 살짝 공개했습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8초 정도의 짧은 영상에는 손으로 가상 모니터를 끌어다 눈앞에 놓고, 각종 가상 업무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작업자의 관점에서 본 1인칭 화면입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오큘러스 등을 통해 이러한 3차원 가상공간 협업 기술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3차원 협업 기술로 두각을 보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인 이진하 대표가 창업한 스페이셜이라는 스타트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특히나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에는 일반에게도 3차원 가상공간 협업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접촉을 해봤습니다.

하대석 취재파일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에서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뉴욕에 있는 '스페이셜'의 이진하 대표(공동창업자.CPO)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증명사진을 입력하자 저를 닮은 3차원 캐릭터가 1분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대표 역시 VR기기를 쓰고 자신이 개발한 3차원 가상공간에 접속해 저를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2m 눈앞에 나타난 이 대표는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했고, 저는 핸드 컨트롤러를 움직여 그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시각은 상당히 '리얼'한 데, 촉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참 오묘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실 세계가 아닌 것은 알겠는데, 3차원 그래픽 게임을 할 때처럼 그 세계에 저도 모르게 몰입됐습니다.

하대석 취재파일
이번에는 이 대표가 음성인식 기능을 켜고 '마이크'를 검색하더니 3차원 마이크 모형을 불러와 저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니 현실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3차원 협업공간에서 일할 경우 장점은 '디자인 협업'에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특정 상품의 디자인 회의를 할 땐 바로 눈앞에 3차원 그래픽 피사체를 띄운 뒤 누구든 핸드 컨트롤러를 정조준하면 그 상품의 사이즈를 키웠다 줄일 수 있고, 상품 디자인 위에 수정하고 싶으면 바로 그려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정밀한 작업은 아니라도 콘셉트를 잡기 위한 협업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이셜은 이미 상용화 단계입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에서는 제품 콘셉트 디자인을 할 때 이미 이 3차원 공간을 통해 원격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춘 1,000대 기업 중 30%의 기업들이 문의를 해 온 상황이고 이 중 10%가 스페이셜을 이미 사용해봤다고 합니다. 실제로 써본 사람들의 반응을 묻자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줌(zoom) 같은 화상 미팅의 경우 정보를 주고받는 데는 유용하지만 장시간 이용하면 집에 혼자 있는 그 고립감까지 해결해 주진 못하잖아요. 그런데 3차원 가상공간 협업은 실제 오피스에서 함께 일하는 것 같은 경험을 주기 때문에 고립감이 없어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편하다는 반응을 자주 듣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화상채팅을 할 때는 한 번에 한 화면만 공유하지만, 3차원 가상공간에선 동시에 여러 화면, 여러 3차원 피사체를 늘어놓고 작업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 오피스에서 일할 때처럼요."

물론 한계점도 있습니다. VR기기를 30분 이상 쓰자 땀이 흘렀고, 눈도 피로해져 오래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는 3차원 가상공간 협업과 관련해 VR 보다는 AR에 더 기대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이 대표는 장시간 쓰고 있어도 피로감이 별로 없다는 일반적인 안경 형태의 AR글래스를 출시한 중국 기업과 함께 AR 협업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또 다른 단점은 오디오 지연 및 끊김 현상이었습니다. 간간히 목소리가 바뀌거나 1초 정도 오디오가 지연되는 것처럼 느껴져 상대방과 대화가 엉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5G 시대의 도래로 전송속도가 갈수록 향상되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진하 대표는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이후 가상공간 원격 협업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미국의 경우 2년쯤 뒤면 3차원 가상공간에서 협업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2년 뒤면 애플에서도 AR 안경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시점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MS오피스의 협업 프로그램인 팀즈에 3차원 가상공간 협업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안경으로 바뀌고 2차원 SNS 화면이 3차원 가상공간으로 바뀌어 그 속에서 일하고 교류하는 시대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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