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직장 후배에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고, 머리카락을 만지며 부적절한 말을 한 상사에 대해 대법원이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죄를 선고한 1, 2심 판결을 뒤집은 건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박원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6년 중소기업 과장이던 A 씨는 갓 입사한 수습사원 B 씨에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자주 했습니다.
B 씨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행동을 하거나, B 씨 머리카락을 만지며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깨를 두드려 B 씨가 쳐다보면 성적인 행동과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자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B 씨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A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는데, 1,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회사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았고, B 씨도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등 업무상 위력은 없었다고 본 겁니다.
머리카락을 만진 게 성적인 의도가 아니라 진짜 느낌이 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걸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습니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인 발언과 행동을 한 건 추행이고, 업무상 관계로 볼 때 위력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 위력에 의한 추행의 범위를 피해자의 관점에서 넓게 해석해서 보통 직장 내에서 형사처벌로까지 규율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형사적으로 엄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로 해석됩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성 인지 감수성을 적극 반영하는 법조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