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두환 장남의 '화려한 카드 생활', 왜 문제인가

5·18 40주년 : 전두환 일가(一家)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책임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20.06.01 09:14 수정 2020.06.26 09:4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전두환 장남의 화려한 카드 생활, 왜 문제인가
● 전두환 장남의 '화려한 카드 생활'

'귀족같이 사는구나'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4년 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들여다보고 든 생각이다. 취향은 고급스러웠고 씀씀이는 거침이 없었다. 한 끼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유명 일식집과 호텔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에서나 볼 법한 파인 다이닝에 유명 정재계 인사들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클래식 음반매장, 앤티크 가구점까지. 결제금액은 적게는 수만 원부터 많게는 한 건에 수백만 원까지 다양했다. 명절 연휴마다 나간 해외 유명 도시에선 (주로 관광지였다) 호텔과 음식점에서 수백만 원을 지출했고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수천만 원이 결제됐다. SBS가 지난 5월 18일, 8뉴스에서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 [단독] 전두환 아들, 법인카드 '펑펑'…호화 생활 포착

물론 돈 있으면 쓸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가뜩이나 내수도 침체됐는데 열심히 써주면 사업자들 입장에선 좋을 따름이다. 더구나 전재국 씨는 한때 대한민국의 엄연한 '로열패밀리'였다. 문제는 어디서 나온, 누구의 돈이냐는 점이다.

SBS 취재 결과 해당 법인카드의 발급처는 전재국 씨가 지분을 가진 도서유통업체 ㈜북플러스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전 씨가 부친 전두환 씨의 추징금 대신 지분 51%를 납부하겠다고 약속한 회사다.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전 씨가 회사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오며 최근까지도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전 씨 일가가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은 1천억 원이 넘는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전재국● 2013년 여론 압박에 "팔아서 추징금 내겠다"던 회사

지난 2013년은 전두환 일가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1997년 대법원 판결로 부과된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은 그해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16년이 지나도록 납부한 추징금은 4분의 1 수준인 530억 원가량에 불과해 여전히 1천672억 원의 추징금이 남은 상태였다. 언론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검찰은 특별환수팀을 꾸려 전두환 일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국회는 추징시효를 늘리고 그 범위를 확대하는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두환 씨의 처남 이창석 씨가 구속되고 전 씨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자 장남 재국 씨는 일가를 대표해 '항복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9월 10일, 검찰에 출석해 '추징금 납부 계획서'를 제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전재국/지난 2013년 9월 10일 :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희 부친은 진작 저희들이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희들도 그 뜻에 부응하고자 하였으나 저희의 부족함과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혀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중략)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며, 추가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가족 모두를 대신하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당시 전재국 씨가 본인 소유의 서초동 시공사 사옥, 미술품 등과 함께 내놓은 게 북플러스 주식 20만 4천 주(51%)다. 원래 보유하던 주식의 비율이 64.5%였으니 최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는다는 뜻도 있었다. 이와 함께 전 씨는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당시 전 씨의 메시지와 언론 기사 등을 참고하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나 전 씨는 이후에도 계속 ㈜북플러스의 임원을 지내며 경영에도 참여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북플러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전 씨는 2014년 3월 사내이사에서 퇴임한 같은 날, 곧바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이사로, 사외이사와 달리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전 씨에겐 급여 대신 법인카드가 발급됐고 많게는 한 달에 500~600만 원씩 되는 돈이 전 씨의 '쌈짓돈'처럼 쓰였다. 팔아서 추징금 내겠다던 회사에, 경영권은 사실상 계속 유지하며 법인카드를 받아 써온 셈이다.

전재국 법인카드로 호화생활 의혹● "적법한 사용"이라더니 자료 미제출…"횡령‧탈세 가능성"

백번 양보해 회사 업무와 관련한 일이라면 법인카드, 쓸 수 있다고 치자. 후술하겠지만 ㈜북플러스는 전재국 씨 관련 다른 회사들과 여러 관계를 맺고 있다. 공매로 내놓은 지분이 팔리기 전까지는 전 씨가 ㈜북플러스의 이익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결제 내역을 '부당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100% 단정할 수 없음을 전제해둔다. 다만 법인카드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과 함께, 객관적 기준과 팩트를 바탕으로 꼼꼼히 따져봤다. 법인카드 아무 데나 쓰는 게 하도 문제가 되니까, 마침 국세청을 비롯한 과세당국에서 법인카드 내역을 들여다볼 때 적용하는 몇 가지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과세당국의 법인카드 모니터링에 의한 부당집행 적출 사례>
1) 법정공휴일 및 휴무일 사용
2) 관할구역을 현저하게 벗어난 원거리 지역 사용
2) 비정상 시간대 (24시 이후 심야 시간대 등) 사용
4) 동일일자 동일거래처 반복 사용 (분할 결제)
5) 사적 용도로 상품권 등 유가증권 구입
6) 국내 면세점을 포함한 해외 지역
7) 법인카드 소지자가 근무지 관할구역을 벗어나 자택 인근 지역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위 기준은 일반 회사에서 재무나 회계 등 법인카드 관련 업무를 처리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인된 기준에 가깝다. 법인카드 내역을 입력하면 저 기준에 따라 자동 필터링이 되는 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재국 씨의 법인카드 내역을 분류하면 부당집행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600여 건, 액수로는 1억 원이 넘는다. 전체 결제 금액의 3분의 2가 넘는 금액이다.

해명을 듣고자 5월 18일날 아침 전재국 씨를 직접 찾았지만, 전 씨 측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차에 탄 채 자리를 떠났다. 대신 보도 이후 대리인을 통해 "(보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전 씨가 음악세계 등 음악 관련 출판사도 경영하고 있는 만큼 음반 매장 등에서의 결제는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출판업계 특성상 주말이나 공휴일 접대도 잦을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었다. 공교롭게 명절 연휴마다 이뤄진 국외 방문도, 여행이 아닌 '출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외부감사를 거쳐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납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SBS 취재 결과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전 씨 측으로부터 아무런 소명자료도 제출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자택 근처 반복 사용처럼 업무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사례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을 경우 회사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가져다 쓴 셈이 된다"며 "과세당국의 관점에선 비용 처리를 한 법인이 세금을 탈루한 것이고 형법적 측면에서는 횡령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재국 본인 월급부터 대폭 인상● 지분 팔리자 대표이사 복귀…본인 월급 올리곤 "무례하다"

심지어 전재국 씨는 지난해 10월, ㈜북플러스 공동대표이사로 복귀한다. 후술하겠지만, 다섯 달 앞선 지난해 5월 공매로 내놓은 지분 51%가 다른 주주 측에 낙찰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배권을 방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 씨는 본인의 급여를 900만 원에서 1천300만 원으로 44% 기습 인상한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새 주주 측이 항의하자 전 씨는 "무례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 [단독] 전두환 아들, 본인 월급 44% 인상…지적하자 "무례하다"

중요한 건 정작 회사 사정은 (전 씨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북플러스 매출은 446억에서 388억으로 60억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규직 직원도 2017년 123명에서 지난해 97명으로 20% 정도 감소했다. SBS가 입수한 북플러스 월급 명세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 씨 월급을 올릴 당시 2% 정도 인상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됐다. 오직 전 씨와 공동대표를 맡은 권 모 씨의 급여만 대폭 인상된 것이다.

출판계 안팎에선 전 씨의 갑작스런 대표이사 복귀가 지난해 이뤄진 북플러스 지분 공매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 씨가 지난 2013년 추징금 납부 명목으로 내놓은 ㈜북플러스 주식 20만 4천 주(51%)는 이후 10차례 유찰을 거듭하다 지난해 5월, 한 출판업자(이하 A 씨)에게 6억 1천500여만 원에 낙찰됐는데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 전 씨 측이 회사의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 중 하나가 '유상증자 꼼수'와 함께 '대표이사 복귀'라는 것이다. (*관련 내용 아래 SBS 8뉴스 리포트 참조)
▶ [단독] 전재국, 회사 지분 51% 넘기고도 '지배권'…꼼수 썼나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전재국 씨가 ㈜북플러스 지분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건 애초부터 '여론 달래기용'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난해 공매가 이뤄짐으로써 전 씨 측은 6억여 원의 추징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전 씨가 2013년 이후에도 사실상 회사를 '사유화'하며 회삿돈을 써온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처음부터 정상적인 공매가 가능했나 하는 의문도 든다. 출판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플러스가 전재국 씨와 떼놓을 수 없는 회사라는 건 웬만한 업계 관계자들은 다 안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 누가 인수하려고 나서겠나"라고 귀띔했다. 실제 유찰을 10차례나 거듭하며 지분 가치는 20억 원대에서 6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국가에 귀속된 추징금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전두환 아들 전재국 북플러스● 남은 추징금 '1천5억 원'…납부 의지 있나?

어찌 됐든 ㈜북플러스와 관련한 추징금은 납부가 이미 이뤄졌다. 전재국 씨의 횡령 및 배임 의혹 등과 관련해 법적 공방이 예고돼있지만 이는 추징금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러 사실과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일련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전재국 씨를 비롯한 전 씨 일가가 1천억 원이 넘는 미납 추징금을 과연 낼 의지가 있나 강한 의문이 든다.

전두환 씨는 알츠하이머든 아니든 여전히 골프와 고급 만찬을 즐긴다. 장남 재국 씨의 생활상은 전해드린 대로요, 그 일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3년 "가족 모두가 추징금 완납 시까지 최대한 협력하겠다"던 전재국 씨의 대국민 사과는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협력은커녕 전 씨 일가는 2018년부터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비롯해 4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180도 태도를 바꾼 상태다. 지난 2013년 검찰 특별환수팀 출범 이후 1년 동안 554억을 바짝 납부한 전 씨 일가는 이후 5년 동안 매해 평균 20억 원 정도만 납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쯤 되면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 씨 일가의 결연한 의지가 눈에 보일 정도다.

5·18 40주년이 되는 올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남은 사법적 책임은 '추징금 1천5억 5천만 원' 뿐이다. 지난 1996년, 12·12 군사반란의 수괴로 1심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1997년, 대법원 판결로 2천205억 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지만 지금껏 절반 가까이 내지 않았다. 역사적 단죄는 물론 사법적 단죄마저 40년째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전두환● '국제그룹 해체 사건'과 전두환 일가

'국제그룹'이라는 기업이 있었다. 부산에서 '왕자표 고무신'으로 시작해 '프로스펙스'를 만들고 우리나라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재벌그룹이었다. 용산 근처를 오가다 보이는 독특한 배 모양의 빌딩(現 LS용산타워)이 한때 이 그룹의 본사 건물로 쓰였다.

이런 거대 재벌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되는 사건이 1980년대 일어났다. 5공 시절 최악의 폭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국제그룹 해체 사건'이다. 그룹 내부의 과도한 부채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당시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이 "자고 일어나니 그룹이 해체돼있었다"고 회고할 만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그룹 해체 작업이 이뤄진 배경에는 '양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일해재단 성금을 적게 냈다거나 대통령 만찬에 늦게 도착해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 그것들이다. 배경과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주장이 있지만 어쨌든 지난 1993년 헌법재판소는 국제그룹 해체를 '위헌'으로 판정하며 일단의 역사적 평가를 내렸다.

이후 양정모 회장은 그룹 재기를 꿈꿨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2009년 별세했다. 위헌 판결 이후 주식반환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996년 대법원이 "정부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개인 간 계약까지 무효가 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지난 2014년, 양 회장의 장남이 빚을 갚지 못해 성북동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던 자택을 경매에 넘겼다는 소식이, 언론에 전해진 마지막 뉴스다.

굳이 옛날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전 씨 일가의 현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지난 1996년 전두환 비자금을 수사한 검찰은 전 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 9천500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가운데 증거로 입증 가능한 2천205억 원에 대해서만 추징 결정이 내려졌다. 전 씨 일가가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이 '불법자금'이 전 씨 일가가 벌인 각종 사업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씨 일가는 어떤 불편도 없이 (가끔 이렇게 뉴스에 나는 것만 빼고는) 지금껏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불법 자금은 물론 5·18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 조금도 이뤄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전두환● 與 "사후에도 추징하겠다"…검찰 의지 필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5·18 40주년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1천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환수할 방안을 찾고, 필요하다면 전 씨 사후에라도 추징할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개정해 추징 시효를 없앨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난 2013년의 사례를 봐도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는 어쨌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검찰의 의지도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추징 현황 탓에 매년 5월 18일만 가까워지면 '검찰 의지' 운운하는 엇비슷한 보도가 이어졌다. 전씨 일가가 제기한 여러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답답해하는 기류도 읽힌다. 어쨌든 꾸준히 환수는 이뤄져 왔고 올해도 (승소가 예상되는) 오산 임야 관련 판결에 따라 75억 원 추가 추징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남은 추징금은 20여 년 만에 900억대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 전 씨 일가의 대규모 추징금 납부는 검찰 의지와 '전두환 추징법'의 합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공수표가 돼버렸지만, 어쨌든 전 씨 측이 그해 9월 추징금 납부 계획서를 낸 것도 검찰의 압박 덕이었다. 마침 지난 2월 헌재가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전 씨 측이 낸 소송도 줄줄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5·18 진상조사위도 새로 출범했다. 수십 년째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우기에는 괜찮은 모멘텀으로 보인다.

전두환 씨와 그 일가의 업보(業報)는 한국 사회의 상처와도 같다. 추징금 문제와 별도로, 5·18 관련 각종 망언과 논란은 수십 년째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둘 것인가. '사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는 과정이, 그 해결의 가장 중요한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