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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진성 덕후'들이 바꾸는 내일 더 위험한 과학책

[북적북적] '진성 덕후'들이 바꾸는 내일 더 위험한 과학책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5.31 07: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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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44 : '진성 덕후'들이 바꾸는 내일 <더 위험한 과학책>

"이 책은 나쁜 아이디어에 대한 책입니다.

 적어도 대부분은 나쁜 아이디어죠. 가끔씩 좋은 아이디어가 틈새로 빠져나올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말이 안 돼 보이는 어떤 아이디어가 때로는 혁명적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죠. 감염된 상처에 핀 곰팡이는 끔찍하지만,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이것이 기적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상처에 핀 곰팡이처럼 끔찍한 것으로 가득 차 있고, 대부분은 별로 좋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나쁜 아이디어와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매우 웃기고 재미도 있는데, 다 읽고 나면 똑똑해진 기분까지 들게 해주는 책. "혹시 나는 너무 '덕후'인가?" 고민하던 분이라면, '나 정도면 정상인이다…'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효용까지 지닌 책.

 이번 주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은 다용도로 유용한 '멋지고 나쁜 책' [더 위험한 과학책]입니다. NASA에서 로봇공학자로 일한 바 있으며 미국의 유명 과학 웹툰 'xkcd'의 작가인 랜들 먼로가 썼습니다. 국제천문연맹이 최근에 한 소행성에 그의 이름 '먼로'를 붙여줄 만큼, 전 세계 '과학 덕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0주간 올라있던 [위험한 과학책]의 후속 편이라서 '더'가 붙은, 아직 따끈한 신간입니다.

 번역자인 이강환 님도 과학자입니다. 이력이 독특한 천문학자인 데다, 랜들 먼로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재미있고 효율적인 글을 쓰는 분이더라고요. 과학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힐 거라고 자신 있게 권해 드릴 수 있을 만큼 번역이 깔끔한 데다, '옮긴이의 말'에 드러난 글솜씨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출판사에 물어봤더니 [과학 하고 앉아 있네]라는 팟캐스트에 장기간 익명 출연했다는 깨알 정보를 들었습니다. 팟캐스트를 두루두루 즐겨 들으시는 [북적북적] 가족이라면, 아마 들어보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 과학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과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이보다 더 황당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과학을 다룹니다. 전작 [위험한 과학책]에서 쓸모없는 과학의 진수를 보여준 랜들 먼로는 좀 더 쓸모없는 과학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 강을 통째로 얼려버리거나 강물을 전부 증발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이삿짐을 싸고 푸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을 통째로 옮기는 방법을 알려주죠. 실제 시험 조종사이자 우주비행사와 온갖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방법에 대해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은 그 어떤 토크쇼보다도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있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상황의 상당한 경우가 진짜로 존재했다는 거죠. 실제 과학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신기한 상황이 생기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흔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1년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거울의 지름은 6.5미터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펼친 채로 발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거울을 최대한 접을 예정인데, 거울을 접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로버트 랭이라는 종이접기 전문가였습니다. 망원경의 거울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펼쳐지는 태양전지 판을 접을 때도 종이접기 기술이 이용됩니다. 그러니까, 종이접기로 NASA에 입사할 수도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이강환, 2020년 1월)

[더 위험한 과학책]과 이강환 박사님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저는 새삼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 '덕후 중 덕후', 둘째가라면 뒷목 잡고 서러워할 '진성 덕후'들은 역시, 이 한심할 정도로 멋진 과학자들이라고요.

('덕후'는 '오타쿠'라는 일본 유행어를 '한국어스러운' 발음으로 변환한 온라인 용어죠. 원래는 비꼬는 뉘앙스가 강한 말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남이 보기엔 좀 우스꽝스러울지 몰라도- 뭔가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너무너무 몰두해서 그 대상에 그야말로 충심과 전심을 다한 관심을 바치는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을 볼 때, 또는 그런 자기 자신을 조금은 자랑스럽게 자조할 때 많이 쓰는 말이 됐더라고요.)

 언뜻 무모하고 황당한 소리를 하거나 그런 일들을 실제로 벌이기도 하지만. "요새 뭐 연구하세요?" 물어보면 가족에게나 친구에게나 당장은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그게 뭐야?' 싶은 일들에 인생을 걸고 있지만. 그렇게 몰두하고 도전하며, 그 도전을 모으고 모아 사실은 세상을 가장 극적으로 바꿔가는 사람들. 정말이지 이런 사람들이 '이 세상 최고의 진성 덕후'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그 자리를 차지에 앉을 수 있겠어요. ㅎㅎ

 이강환 님이 소개글에서 언급하는 최근의 전 세계적인 과학적 이벤트가 하나 있습니다. (과학계에선 상당히 떠들썩한 역사적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미 관련 기사를 접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마치 전 세계를 거대한 망원경 한 개로 이을 기세로 곳곳에서 천체 망원경을 동원해 5천5백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의 존재를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일입니다. 마블 유니버스의 어벤저들이 지구를 구한 얘기보다 딱히 못할 게 없어 보이는 얘기 아닙니까?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인류의 서로 생면부지 진짜 과학자들이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단결해서 정말 쓸데없어 보이지만 위대한 목표를 같이 세우고 성공까지 했다는데,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이잖아요!

 <더 위험한 과학책>에는 바로 이런 느낌의! 그런데 조금 더 어처구니없고 조금 더 실소를 자아내는 괴짜 과학 이야기들이 가득 모여 있습니다.

 저 하늘의 달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망원경으로 셀카 한 장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게' 찍는 법은? 사람이 성층권까지 점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사인 볼트랑 술래잡기해서 이기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모는 비행기가 기차에 비상 착륙할 수 있을까?...... 이 황당해 보이는 질문들을 통해, 세상을 두드려 깨울 질문과 그 세상을 바꿔나갈 새 틀을 만들어 나갑니다.

 해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는 진짜 노벨상 선정 시즌 직전에, '이그노벨상'이란 상의 수상자들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이그노벨'은 '노벨' 앞에 'ig'를 붙인 거랑 발음이 비슷한 'ignoble(품위 없는, 격 떨어지는)'이란 영어 단어가 떠오르도록 언어유희를 동원한 상인 데요. 하버드대학 근처에 차고 넘치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도 시상식에 대거 참석하는, 아주 인기 있는 상입니다. '고양이는 고체 아니라 액체'라는 '썰'에 대한 탐구, '커피가 흘러넘치지 않도록 들고 가는 법'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들에 상을 줍니다. 실제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그노벨상'은 벌써 여러 명의 한국인이 받았어요! '커피가 흘러넘치지 않게 들고 가는 법' 같은, '이그노벨' 치고 실생활에서 당장 매우 쓸모 있는 연구를 내놓아 상을 탄 사람도 한국인입니다^^) 언뜻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의 실없는 농담 같은 연구들이 거론되지만, 그 농담들 속 어느 구석에 새로운 내일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두근거림이 은근히 늘 따라붙어 있는 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해마다 가을이면 이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저 같은 분들이라면, 또는, '격 떨어지는 노벨'에는 큰 관심이 없을지라도 달이나 목성, 금성과 셀카 한 번 제대로 찍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더더욱 위험해진 이 과학책! 정말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일요일에는 함께 '북적북적'해요.

*출판사 '시공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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