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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 뒤집히나…뜻밖의 '사업 검토' 착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5.29 10:02 수정 2020.05.29 16: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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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 뒤집히나…뜻밖의 사업 검토 착수
▲ 해병대 공격헬기를 노리는 KAI의 마린온 무장형의 모형

2028년 이후 해병대 공격헬기 20여 대를 도입하는 사업이 예상 밖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3월 선행연구를 완료했고 규정에 따라 지금 시점에서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짜야합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사업추진기본전략 작성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사업 검토라는 좀 예외적인 추가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기술품질원의 선행연구를 통해 해병대 공격헬기 국내 개발로 방향을 잡았는데 선행연구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다목적 수송헬기 수리온에 무장과 장갑을 추가해 공격헬기로 변신시키자는 구상이었지만 가장 빠르고 강해야 할 공격헬기가 수송헬기 수리온보다 굼뜨고 생존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에 직면한 겁니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어지간하면 거치지 않는 사업 검토라는 절차를 통해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을 어찌 추진할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 겁니다. 사업 검토는 이미 착수됐고 이르면 다음 달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행연구 결과대로라면 수리온에 국산이든 외산이든 공대공 무장을 통합해야 하는데 군이 결정한 전력화 기한과 사업비 내에서 KAI가 이행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습니다.

● 흔하지 않은 절차 '사업 검토', 왜 하나

무기체계를 해외에서 도입하든 국내에서 개발하든 과정은 대동소이합니다. 해당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참에서 검토한 뒤 작전요구성능 ROC를 확정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를 받아 국방기술품질원에 선행연구를 맡겨 국내 개발과 해외 도입을 비교 분석합니다.

이어지는 단계는 사업추진기본전략입니다. 선행연구 결과에 따라 국내 개발을 할지, 해외 도입할지 결정하고 대체적인 사업방식을 확정하는 단계입니다. 다음은 사업타당성 조사라는 절차를 통해 사업의 구체적인 방식을 최종 확정합니다. 이어 사업을 공모하고 사업자를 선정해서 가격, 성능, 기술 등을 협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이 선행연구와 사업추진기본전략 사이에서 멈췄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사업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국내 개발, 즉 KAI의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한 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달고 방탄을 강화한 마린온 무장형으로 기울어진 데 대한 반대가 심했던 게 사업 검토 착수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런저런 지적과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업추진기본전략 단계로 가기에는 부담이 컸나 봅니다. 정부 소식통은 "공대공 무장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소요군의 요구, 방위사업청의 생각, KAI의 희망 사항,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 KAI는 마린온에 무장, 장갑을 강화해 공격헬기로 개조할 계획이다.● 마린온 무장형의 탄생을 우려하는 이유들

해병대 기동헬기로 도입된 마린온도 추락 인명사고를 내는 등 안전성을 100% 담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린온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는, 마린온 무장형 개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KAI는 수리온으로 해상작전 헬기를 제작하려는 무리수를 두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해상작전 헬기보다 한 수 위인 상륙공격헬기로 변신시키겠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헬기 조종사 출신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린온 무장형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실전은 고사하고 평시 훈련에서 장병들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린온 무장형은 해외 경쟁 기종에 비해 속도가 절반 수준입니다. 심지어 오리지널 모델인 수리온, 마린온보다도 느립니다. 무장, 장갑, 해상작전용 각종 설비를 추가로 장착하니 헬기는 무거워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공격헬기는 가장 빨라야 하는데 한국 해병대 공격헬기로 만들겠다는 마린온 무장형은 가장 굼뜨니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마린온 무장형의 성능은 모두가 다 아는 얘기 아닌가", "KAI는 정부 결정을 따를 뿐"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KAI 관계자들도 있습니다.

마린온 무장형이 쓸만한 공격헬기라면 오래전 육군의 선택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육군은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AH-64E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샀습니다. 현재는 아파치 추가 구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육군의 안중에는 마린온 무장형은 없습니다. 해병대는 힘없는 소군(小軍)이다 보니 입은 있어도 말을 못 합니다.

10년 전쯤 육군 공격헬기 사업 당시 선행연구에서 아파치와 마린온 무장형의 성능은 2 대 1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합리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해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 선행연구는 아파치, 바이퍼 등 해외 공격헬기와 마린온 무장형의 성능이 거의 같다고 결론 냈습니다. 아파치와 바이퍼는 그동안 성능개량을 했고 마린온 무장형은 개념, 상상 속에서만 맴돌던 헬기인데 마린온 무장형의 성능이 뜬금없이 급상승했다는 게 국방기술품질원 선행연구의 결과였습니다.

● 사업 검토에서는 뭘 보나

이번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 검토에서는 공대공 무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사실 마린온 무장형에는 공대공 무장이 똑 부러지게 잡혀 있지 않습니다. KAI는 아직 헬기에 공대공 무장을 달아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LIG 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정밀 유도무기 신궁을 마린온에 통합할지, 해외 공대공 무장을 구입해 통합할지를 기술적, 경제적으로 검토해 대강의 방식을 결정하게 됩니다. 관건은 2028년이라는 전력화 시기, 사업비 1조 4천억 원 내에서 공대공 무장 통합까지 가능한가입니다.

해외 공격헬기 도입은 가격을 좀 후려쳐서 기성품을 사는 식인데 마린온 무장형 개발은 약속된 기간과 사업비 내에서 기동헬기 마린온에 새롭게 공대공 무장, 방탄, 해상화 설비를 달고 군의 ROC를 충족해야 하는 일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간과 돈을 더 주든지, 공대공 없는 공격헬기부터 만들고 시차를 두고 공대공 공격헬기를 만들자는 주장이 KAI 쪽에서 은근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주국방, 참 좋은 일입니다. 마리온 무장형이 번듯한 공격헬기가 된다면 더없이 훌륭한 자주국방의 예가 됩니다. 하지만 KAI를 위한 자주국방, KAI를 위한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KAI의 실적보다는 해병대의 작전 능력이 우선입니다. 수리온을 해병대 공격헬기로까지 우려먹는 게 자주국방인지 의문입니다.

굳이 자주국방 차원에서 KAI가 공격헬기를 만들어야겠다면 지금 사업은 백지화하고 명실상부한 공격헬기를 새로 개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물론 해병대의 공격헬기 전력화 숙원은 한없이 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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