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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교통사고당했던 6살, 운전하는 어른이 됐다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5.22 11:07 수정 2020.05.22 17: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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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고지대 유일의 산복도로인 망양로 포장 곳곳이 움푹 패고 노면 상태가 거칠어 차량들의 안전운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중략) 지난달 30일 동구 초량6동 연화방범초소 앞에서 봉고 운전사 金OO이 안전운행 미숙으로 이곳에서 놀던 吳OO군(6세)을 치어 부상을 입혔다.>

88년 7월 5일, 안전운행에 부주의한 운전자가 6살 어린이를 차로 치었다는 부산일보 보도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어린이가 바로 필자 본인이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렇다. 당시 6살이었던 나는 여느 때처럼 집에서 5분 거리인 외가로 향하는 길이었다. 외갓집에 가기 위해서는 폭 10m 내외의 왕복 2차선 이면 도로를 건너야 했는데, 횡단보도에 서있는 동안 마침 건너편에 있던 누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곧장 도로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쾅!" 달려오던 봉고차에 치인 나는 몇 미터를 날아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고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곧 퇴원할 수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고는 내가 살면서 죽음과 가장 가까이 마주한 순간이었다.


차 차량 운전 운전자 (사진=픽사베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벌어진 한 어린이 교통사고가 30년 전 내가 겪은 사고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어린이 사고라는 점.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제는 내가 운전을 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왜 좌우를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로 뛰어들었을까? 지금에야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땐 잘 몰랐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어린이 보행자 사고 70% 정도가 이와 비슷한 이유로 발생한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에게는 어른과 같이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런 어린 시절을 무사히 지나서야 좌우를 살필 줄 아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나의 사고를 바라보면 어떨까?
내가 운전자였다면 아이를 피할 수 있었을까?


내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주행 중에 갑자기 뛰어든 사람이나 물체를 운전자가 완전히 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이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제동거리가 있어 돌발 상황에 완전히 대처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곳은 좁은 길 횡단보도. 문득 '운전자가 규정속도를 지켰더라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여 년이 지나 다 큰 어른이 된 지금, 내가 사고를 당했던 도로의 규정 속도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산복도로의 제한 속도는 작년까지 시속 60km 내외였다. 도로의 주변 환경을 아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빠른 속도다. 주택 밀집 지역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는 커브 길이 많고 폭이 좁은 데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이면 도로가 대부분이다. 시속 60km는 운전자에게 너무 관대하고 보행자에겐 너무 위험했다. 그 후로도 얼마나 많은 교통사고가 났을 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달 들어서야 부산시에서 '안전속도 5030'(주요 도로 50km/h 그 외의 이면 도로 30km/h)이라는 정책을 시행하여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가 30km/h로 낮춰졌다는 것이다. 이런 속도 하향 정책은 보행자와 운전자를 모두 보호하는 사고 방지턱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차를 모는 운전자로서 최근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살펴보았다.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자'는 법안의 취지는 부모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교통단속 장비와 신호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여 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에 매우 동의한다.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해 가중처벌을 한다는 점은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여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을 내거나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되도록 어린이 보호 구역으로 차를 몰고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차 차량 운전 운전자 (사진=픽사베이)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 매우 동의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엄벌하는 것만이 '정말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18년)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05~'17년)는 어린이 보호구역 외에서 발생한 비율이 96.6%로 대부분 보호구역 밖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지 않은 어린이 보호구역 바깥에서 발생되는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모든 운전자를 가중 처벌할 수도 없다. 이렇게 제한적인 구역에서의 엄벌만으로는 아이들을 사고로부터 완전히 지키긴 어렵다.

몇 년 전 미국에 사는 지인을 통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운전 문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이 처음 미국으로 갔을 때 한국에서 하던 운전 습관대로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정차 없이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운전자들이 자신을 마치 무슨 야만인 쳐다보듯 해서 매우 놀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신호가 없는 곳에서도 정지 표시가 있으면 일단 멈추는 게 당연한 문화임을 그때 알게 됐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정지선이란 게 있나?' 하고 잠시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정지선 위반에 대한 벌금이 우리나라보다 4~5배 정도 높아 잘 지켜지는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정지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낮고 단속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또한 다른 유럽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운전자들이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그들에게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 습관이 이미 배어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평소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어도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차들이 많다. 더군다나 신호등이 없는 이면 도로나, 생활도로에서는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어도 정지선에서 멈춰 서는 차는 거의 볼 수 없다.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나갈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행 교통법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서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처벌이 약해서인지, 단속이 없어서인지 정지선에서 잠시 멈추는 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이 OCE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지만 결국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 문화'가 아닐까?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 습관이 곧 보행자와 운전자 자신까지 보호하는 것이란 인식이 이번 기회에 자리 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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