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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 '나는 보리' 밝고 따뜻한 장애인 가족은 가능한가?

이달 초 잠시 회복했던 극장 관객 수가 이태원 클럽 사태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200만 명 안팎을 기록했던 주말 단위(토일 이틀) 관객 수가 이제는 15만 명도 넘지 못합니다. 영화 제작사로선 작품을 개봉하기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한국 영화 가운데 5월 개봉을 추진했던 '침입자'와 '결백'도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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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어제(21일)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영화 '나는 보리'가 개봉했습니다. 부모님과 남동생 등 가족 모두가 청각장애인인 11살 보리. 가족 속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보리의 심리를 아역 배우 김아송이 맡아 연기했습니다. 시사회에선 배우들의 열연뿐 아니라 촬영-오디오-색 보정 등 저예산 영화치고는 만듦새도 매우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영화 '나는 보리' 포스터
특히 영화 속 보리 가족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부로 생활하는 아빠와 주부인 엄마, 초등학교 축구부 활동을 하는 남동생까지 모두 청각장애인이지만, 우리 보통 이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불꽃놀이를 보러 가고, 여름밤 모기장 안에서 수박을 먹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등 오히려 일반 가정보다 더 밝고 행복하게 그려졌습니다. 영화에서 보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에 있으면 혼자인 거 같고, 엄마랑 아빠랑 정우(남동생) 보고 있으면 되게 행복해 보여"
'나는 보리' 주연 김아송은 지난해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늘 그들의 가난과 신체적 고통, 이동의 불편에만 주목했던 기존의 시선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보리를 연출한 김진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 감독 자신도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입니다.

[질문] 어려운 장애인들의 삶이 영화 속에선 굉장히 밝게 그려졌다.

김 감독>> 영화에선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어둡지만도 않다. 다른 일반인 가정과 비슷하는 행복과 갈등 요소를 갖고 있다. 영화 속 장면도 제가 겪었던 일상들이다. 장애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질문] 장애인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김 감독>> 그러실 필요 없다. '나는 보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장애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사실 장애인들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 그들의 삶이 늘 어렵지만은 않을 것을 알 수 있다. 소통과 교류를 통해 장애인들을 보다 마음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한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비장애인들이 도와주려고 하는 걸 불편해 여기는 분도 있다. 서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 오해 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저는 장애인들에게도 더 많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영화 '나는 보리' 기자간담회 중 김진유 감독
[질문] 장애인들을 무조건 도움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부적절한가?

김 감독>> 물론 비장애인들의 따뜻한 도움과 배려는 늘 장애인 분들에게 힘이 된다. 그런데, 때로는, 예를 들어 지체 장애인이 무거운 것을 들고 갈 때 먼저 그분에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셨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해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을 때, 그 의지를 보호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보기엔 답답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의 문제 해결 과정과 경험도 지켜줘야 한다.

[질문] 작은 영화로 제작 전반이 잘 마무리됐다는 호평이 있었다.

김 감독>> 강원영상위원회의 지원 등이 있었다. 후반 작업에 큰 도움을 받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번 제작 개봉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앞으론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스릴러 장르도 좋아하고… 지금은… 바다를 배경으로 서핑 남성과 젊은 해녀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 중이다. 20대 농인 여성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도 구상 중이다.
2002년 영화 '오아시스'
시청자 독자분들은 그동안 장애인 영화들을 어떻게 보셨나요? 우리 한국 영화들은 장애인들을 어떻게 그려왔을까요? 관련된 우리 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을 살펴봤습니다. (개봉 년도/다큐멘터리 별도 표시)

►오아시스(2002년)=문소리 설경구 주연,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이창동) 신인연기상(문소리),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문소리)
►말아톤(2005년)=조승우 김미숙 주연,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조승우),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정윤철) 음악상(김준성)
►맨발의 기봉이(2006년)=신현준 김수미 주연

2019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7번방의 선물(2012년)=류승룡 갈소원 주연, 관객 1280여만 명 기록,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류승룡) 여자인기상(박신혜),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
►반짝이는 박수소리(2015년·다큐)=이길보라 감독, 여성인권영화제 관객상
►어른이 되면(2018년)=장혜영 감독(올 4월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
►나의 특별한 형제(2019년)=신하균 이광수 주연,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남우주연상(신하균) 각본상(육상효)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2019년·다큐)=현진식 감독


장애인들을 '그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라고 부르는 사회. 우리 영화계도 그런 세상을 위해 한 작품 한 작품씩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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