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염자 세계 세 번째 브라질…대통령은 바비큐 파티·푸시업

한 달 새 확진자 6.9배…브라질에선 무슨 일이?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0.05.21 09: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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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코로나19 확산 추이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나라가 있습니다. 브라질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는 27만 1천885명으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한 달 전인 4월 20일과 비교하면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 9천144명에서 27만여 명으로 6.9배 증가했고, 누적 사망자 수는 2천484명에서 1만 7천983명으로 7.2배 늘었습니다. 19일에는 하루에만 사망자가 1천179명이 나왔습니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군복을 입은 사람들과 푸시업을 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잇단 '기이한' 행보

상황이 이러한데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17일)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군복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푸시업,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면서, 아울러 '이렇게 해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7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토요일(9일) 연방감사원 총재를 집으로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0명가량의 공무원들과 함께 축구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브라질 보건장관 사임…또 사임

반면 코로나19 정책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보건장관은 잇따라 사임했습니다. 만데타 전 보건장관이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놓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지난달 16일 사임한 데 이어, 후임자인 타이시 보건장관도 임명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15일 사임했습니다.

만데타 보건장관 재임 때인 4월 1~3일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3%에 그쳤지만, 만데타 장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76%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사임한 타이시 장관은 자신에게 장관직을 맡겨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인생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짧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대통령실은 타이시 전 장관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해임된 것이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격리 조치·약물 사용이 갈등 원인

브라질 현지 언론은 보건장관들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갈등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고 있습니다. 보건장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과감한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 회생을 위해 격리를 중단하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건장관과 협의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에도 영업활동이 가능한 필수 업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말라리아 치료제 계열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문제입니다. 보건당국은 이 약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심장 박동 이상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중증환자에 한해서만 신중히 사용하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초기 증상 환자에게도 이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브라질 집중치료의학협회와 감염병학회 등 의학 단체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보건 문제에까지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현재는 군 장성 출신인 보건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데, 후임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의사 야마구시는 이 약물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주지사들과도 충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지사들과도 충돌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영업활동이 가능한 필수 업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사회적 격리 완화 결정은 주지사의 권한이라며 주지사들이 거부하고 나선 것입니다. 거부 입장을 밝힌 주(州)는 브라질 전체 27개 주 가운데 14개 주입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주는 2~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수용하거나 시(市) 정부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주지사들은 휴업령과 학교 수업 중단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는데, 결국 연방대법원이 나서 사회적 격리 조치를 결정할 권한은 주지사와 시장들에게 있다며 주지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집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브라질 국민.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직 각료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주요 언론에 기고했고, 브라질의 11개 노조도 '보우소나루 아웃' 캠페인에 들어갔습니다. 반대쪽에선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집회와 차량 시위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안팎에선 코로나19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상태에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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