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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스크 외교' 실패 원인은…"지나친 선전이 역효과 불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대적인 '마스크 외교'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통제에 성공한 후 세계 각국에 대한 의료물자 수출과 지원에 나서 현재 마스크, 방호복 등의 의료물자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떠올랐다.

중국은 일부 국가에는 의료물자를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18∼19일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는 '중국책임론'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마스크 외교가 이처럼 실패한 원인으로는 우선 중국의 지나친 '생색내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자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9일까지 20억 장의 마스크와 2천500만 벌의 방호복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들 외국 기업에 조용하게 접근한 후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자 중국의 태도 또한 정반대로 바뀌었다.

중국은 유럽 등 외국에 의료물자를 지원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이를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중국 체제의 우월성이 코로나19 조기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이다.

심지어 한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등 전 세계가 중국에 '사과'하고, 팬더믹(세계적 대유행)과 싸움에서 중국의 노력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는 사실은 애써 감추면서 이처럼 자기 과시적 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많은 나라에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SCMP는 지적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전랑'(戰狼·늑대 전사)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달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이 홈페이지에서 서방의 코로나19 대응을 '느림보'라고 비판하면서 프랑스의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수용자들을 굶고 병들어 죽게 했다"고 주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14일 루사예(盧沙野)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선전 활동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원한 의료물자에서 '불량 마스크' 등이 속출한 것은 중국의 체면을 크게 깎아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던 중국산 N95 마스크 86종 중 무려 72종에 대한 승인을 최근 취소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 핀란드, 인도, 필리핀, 파라과이 등에서 중국산 의료물자에 대한 리콜 등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의 고문을 맡는 한 인사는 "팬더믹이 중국에는 국제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중국 외교는 안정적인 국가 간 관계 대신 대내 선전에만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체제의 우월성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중국의 선전이 서방 국가들에 먹혀들 리 없다"며 "중국은 지원 대상 국가를 선별해 의료물자를 제공했는데, 이 또한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유럽 등의 경계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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