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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자연과 함께 집 짓고 살아가는 방법

[인-잇] 자연과 함께 집 짓고 살아가는 방법

김종대|건축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SBS 뉴스

작성 2020.05.16 10: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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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운행이 줄고 공장이 멈췄다. 대기 질이 좋아지면서 예전에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매연에 덮여 잘 보이지 않던 인도의 타지마할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고 베니스 운하에 배가 다니지 않자 탁했던 물이 바닥까지 보일 만큼 맑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요즘 서울에도 맑고 파란 하늘이 유지되며 N서울타워가 지척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지구의 환경을 나쁘게 한 주범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찾은 맑은 하늘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인도 뉴델리시 모습 (사진 출처 : CNN)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자연과의 조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터를 고를 때도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산을 등지고 강을 마주한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가 향(向)과 만나면 뒷산이 겨울에 북쪽의 찬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엔 강바람으로 집안을 시원하게 했다. 담이나 창을 내는 것도 자연의 풍경을 빌리듯 차경(借景)으로 나타났다. 차경은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요즘 주택 선택할 때 창밖 경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망권은 그 당시 차경과 같은 것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는 물론이고 산이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주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축에서도 차경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출처 : 양평 '1억으로 지은 집' 필자 설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재 건축물을 선호한다. 나무로 지은 집은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집의 수명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는 데 있어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집 짓는 재료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는가'다.

예를 들어 목조건축물을 짓기 위해 외국에서 생산한 목재를 수입하는 경우, 산지의 나무를 베고 원목을 가공하고 한국까지 운반하는데 쓰인 화석에너지(석탄이나 석유)를 고려한다면 친환경과 거리가 멀 수 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게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이 된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다미 준은 지역의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온양민속박물관 <현 구정아트센터>을 지었고 건축가 정기용은 흙으로 벽을 쌓아 무주의 진도리 마을회관을 지었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지구의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고 무한하지 않은 에너지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건축물의 자재가 친환경적이지 않더라도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난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집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집안까지 바람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창을 배치에 바람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름엔 집안에서 발생한 더운 공기가 빨리 빠져 나갈 수 있게 높은 곳에 창을 둘 수 있다. 겨울엔 따듯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온실을 두어도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붕 위에 식물을 심어 복사열을 줄이거나 남쪽에 잎이 큰 활엽수를 심어 여름의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실내정원 역시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실내정원은 지친 직원들의 달콤한 휴식처가 되었다.
환경을 고려한 건축물은 독특한 형태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빌딩은 옥상 전체가 정원으로 만들어져 커다란 산처럼 보이고, 전기를 생산하는 커다란 바람개비로 인해 바레인의 무역 센터는 커다란 에어컨처럼 보인다.

후쿠오카 아크로스빌딩은 계단식 지붕에 나무를 심어 건물에 내리쬐는 햇빛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 출처:www.acros.or.jp)
자연을 보호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건축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보다 강력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멈추고 함께 자연을 되돌아볼 때 비로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준 또 다른 경고 메시지가 아닐까.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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