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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감염 위험' 알고도 최전선에서…그들에게 박수를

감염자 중 의료진 비율 6%…전 세계 의료진 30만 명 감염 추정

[취재파일] '감염 위험' 알고도 최전선에서…그들에게 박수를
▲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영국의 한 병원 외벽에 나이팅게일과 지금 시대 간호사의 모습을 겹쳐놓은 영상이 등장했다

지난 5월 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습니다. 꼭 200년 전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이 태어난 날입니다. 국제간호사협의회(ICN)는 1971년부터 이날을 국제 간호사의 날로 정해 간호사들의 공헌을 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간호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독한 바이러스에 맞서, 부족한 의료장비에 맞서 하루하루 전쟁에 버금가는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든 자신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아니 일반인보다 훨씬 감염 위험이 높다는 '위기감'과도 맞서고 있습니다.

● 이탈리아·스페인 의료진 감염 한 달 새 3.5배 증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본부의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월 27일~5월 3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코로나19 감염자 중 18.1%가 의료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3월 30일~4월 5일) 감염자 중 의료진 비율 12.7%보다 5.4% 포인트 많아진 수치입니다. 감염자 수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한 달 전 감염된 의료진은 1만 9천519명이었는데, 5월 첫째 주 의료진 감염자 수는 6만 8천360명으로 늘었습니다. 한 달 새 3.5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국제간호사협의회는 전 세계에서 최소 9만 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260명이 넘는 간호사가 숨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 세계 국가 중 30개국에서 보고된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간호사협의회는 감염자 중 의료진의 비율은 나라 별로 0%에서 18%까지, 평균 6%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30만 명에 가까운 의료진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뉴욕 노스쇼어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아멜리아 코너

● "가족 못 만나는 게 가장 힘들어"

미국 뉴욕 노스쇼어대학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아멜리아 코너는 "가장 힘든 점은 정신적, 육체적 긴장"이라고 말합니다. 12시간씩 3교대로 일하는데,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근무 시간보다 일찍 와서 늦게 퇴근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코너는 간호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가족을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감염 위험 때문에 가족이 찾아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간호사들은 가족에게 바이러스가 옮을까, 가족이 있는데도 혼자 지낸다고 했습니다.

코너와 동료 간호사들이 '우리는 여러분을 위해 일터에 있을 테니, 여러분은 우리를 위해 집에 머물러 달라'는 손 팻말을 들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 버틴다고 말합니다. 코너가 있는 병원은 환자가 삽관을 제거하거나 인공호흡기를 떼면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 노래를 틀어 준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1천 번째 환자가 퇴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이 감염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 보호장비가 없어 쓰레기봉투를 걸치고 있는 미국 간호사들의 모습

● 쓰레기봉투 걸치고 환자 돌보다 숨져

세계 많은 의료진이 보호장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영국에서, 필리핀에서 개인 보호장비가 없이 쓰레기봉투를 가운으로 입고 있는 간호사들의 사진이 SNS에 올라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미국에서 이 간호사 중 한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주 간호사협회는 지난달 20일 성명에서 "70% 이상의 간호사가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됐으며, 대부분 검사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한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당 간호사를 근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인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이 의료진입니다. 자신이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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